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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3의 변신…’스파이더 랩톱’

2012.09.07

KT가 재미있는 제품을 내놨다. 이름하여 스파이더 랩톱이다. 지난 주에 열린 IFA2012에서 처음 공개된 이 제품은 노트북이 아니다. 이름은 랩톱이지만 말 그대로 ‘멍텅구리’에 가깝다. 하지만 이 제품, 꽤 흥미롭다.

굳이 멍텅구리라고 표현한 것은 스파이더 랩톱에는 연산과 관련된 기능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먼저 사양표를 들여다 보면 11.6인치 1366×768 해상도 LCD, 8000mAh 배터리, 스테레오 스피커, 키보드, 터치패드, 마우스 전용 USB 단자가 전부다. 자고로 컴퓨터라고 부르려면 장치 안에 연산을 위한 프로세서, 메모리와 데이터를 담을 스토리지 그리고 이를 작동시키는 운영체제가 따라야 하는 법이다. 스파이더 랩톱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 대신 갤럭시S3이 두뇌 역할을 한다.

스파이더 랩톱과 갤럭시S3은 MHL 케이블로 연결한다. 케이블을 꽂자마자 바로 갤럭시S3의 화면이 바뀌고 동시에 랩톱이 켜진다. 마치 마징가Z의 ‘파일더 온’처럼 머리를 연결하면 큼직한 몸통이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블루투스로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하고 HDMI나 MHL 케이블로 화면을 TV에 전송해본 적 있다면 이 제품을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쉽게 생각하면 모니터와 키보드, 배터리를 노트북 형태로 합쳐놓은 것이라고 보면 된다.

가장 놀란 것은 갤럭시S3의 변신이다. 일단 스파이더 랩톱에 연결하면 스마트폰 화면이 아니라 태블릿 UI로 바뀐다. 쉽게 생각하면 갤럭시탭 화면이 뜬다고 생각하면 된다. 안드로이드가 4.0으로 올라가면서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UI를 통합했다고는 하지만, 이런 식으로 단말기 안에 숨겨놓았다는 건 다소 놀랍다. 이는 스파이더 랩톱이 이전에 모토로라가 아트릭스와 함께 꺼내든 랩독과 겉으로는 비슷해보이지만 가장 다른 부분이다. 터치가 안되는 것 빼고는 안드로이드 태블릿 화면이 그대로 뜬다. 각종 메뉴, 버튼, 위젯도 태블릿의 그것이다.


▲스마트폰에 깔려 있는 앱 그대로 태블릿 화면을 구성한다.

태블릿 인터페이스다 보니 기존에 깔아둔 애플리케이션들도 태블릿용으로 모습을 바꿔 나타난다. 특히 에버노트나 퀵오피스, 폴라리스 오피스 같은 문서 앱의 경우 태블릿용 화면을 별도로 두고 있고 키보드와 터치패드가 있으니 노트북에서 작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키보드가 약간 작다는 느낌은 들어도, 문서를 만들어내는 데에는 충분해 보인다. 지난 5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구글 플레이 북도 태블릿 인터페이스로 보여준다.

랩톱 화면은 스마트폰에 뜨는 것을 미러링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랩톱을 쓰는 중에 갤럭시의 화면도 계속 켜져 있고 스마트폰으로 스크롤이나 입력도 된다. 다만 모토로라의 랩독처럼 단말기를 본체에 고정할 수 있는 공간을 두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 비싼 갤럭시S3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으니 거추장스러운 것은 둘째치고 어디 떨어뜨리기라도 할까 영 마음이 불안하다.


▲안드로이드 태블릿과 같은 인터페이스다. 이 화면이 갤럭시S3와 스파이더 랩톱 화면에 같이 뜬다.

키보드는 노트북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안드로이드에서는 F1부터 시작하는 기능키를 쓸 일이 없으니 이 키들에 홈, 뒤로가기, 메뉴, 멀티태스킹 등의 안드로이드 전용 명령들을 넣었고 전화, 문자 메시지, 검색에도 키를 할당했다. 그러고 보니 화면도 11인치다. 11인치 화면을 갖고 있는 맥북에어와 함께 놓았더니 무게는 비슷하고 두께는 조금 더 나간다. 이 안에는 8000mAh 배터리가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딱 11인치 넷북 크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아직까지는 갤럭시S3만 정상적으로 쓸 수 있고 일부 MHL 출력이 되는 단말기들은 키보드는 작동하지 않고 화면만 띄우는 정도라고 한다. KT는 추후 MHL 방식으로 연결할 수 있는 다른 스마트폰들에서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지원만 꾸준히 해준다면 앞으로 나올 고성능 안드로이드 단말기를 연결하면 그 자체의 성능도 더 빨라질 수 있다. 키보드와 마우스 입력에 블루투스 옵션도 두었다면 활용성이 훨씬 높아졌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키보드에 안드로이드용 기능키들을 집어 넣었다.

가격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생각하기 나름이지만, 제품만 놓고 보면 비싸다. 정가가 29만7천원이다. 유통될 때 구입할 수 있는 실제 가격은 조금 더 내려가겠지만 일단 이 정도면 넷북 가격과 비슷하다. 크기나 무게도 비슷하니 기타 문서 작업이 필요하다면 넷북을 한 대 구입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다르게 해석해볼 수도 있겠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함께 필요하고 태블릿에서 문서를 보고 편집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면 별도의 태블릿과 키보드를 구입하는 것에 비해서는 싸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 스파이더 랩톱은 누구에게 필요할까. 일단 그 자체로는 ‘누구나 덥석 사서 쓸’ 제품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그 필요성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고 태블릿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별도의 태블릿을 구입하는 것보다 좋을 수 있다. 가장 큰 가치는 안드로이드의 확장이라는 가능성을 열어준 것에 있다고 본다. 이런 정도 수준이라면 랩톱 형태의 제품 뿐 아니라 터치 스크린을 품고 태블릿 모양으로 확장한 제품도 나올 수 있다. 당장은 시장에서 매우 고전하고 있는 안드로이드 태블릿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겠다. 어쨌든 스파이더 랩톱은 통신사가 나서서 할 고민인가 싶기는 하지만 N스크린 단말기로서는 역할도 잘 잡았고 하드웨어적으로도 잘 만든 재미난 제품이다.


▲맥북에어(오른쪽)과 함께 늘어놨다. 화면 크기는 같고 조금 두껍다.


▲퀵오피스, 에버노트 등 태블릿에 맞춰 나온 앱들은 태블릿용 화면으로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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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