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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길의책] ‘거대한 침체’를 대비하라

| 2012.09.09

미국 경제 상황은 심상치 않다. 사람들은 상황을 나빠지도록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 정부가 부자들을 위한 감세정책으로 경기 부양을 계획해왔지만 미국 경기 부양을 위해 이렇다 할 만한 실적이 없다. 오히려 더블딥 현상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이 크다. 경제 전문가들은 2013년의 경기전망을 어둡게 내놓고 있다. 연일 신문 보도를 통해 알고 있듯이 유럽의 재정 상황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다.

투자와 소비 위축으로 기업들의 경기 전망도 좋지 않지만 이러한 상황은 가정 경제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만만치 않음을 의미한다. 미국의 상황이 남의 나라 만의 일이 아니다. 미 대통령 후보들은 경제를 놓고 격돌하고 있다. 오바마와 롬니가 내세우는 것이 어떠한 정책이냐에 따라서 그들의 승패가 갈릴 것이다.

‘쉽게 따는 과일’은 사라졌다

오늘 소개하는 책, ‘거대한 침체’는 이러한 미국의 경기를 바탕으로 분야별로 어떠한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를 진단한다. 산업 전반에 걸친 저자의 명쾌한 설명이 돋보인다. 그간 미국 사회가 ‘쉽게 따는 과일’에 의존하여 발전을 거듭해왔지만 이제 그것이 사라졌음에도 제대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해 더 어두운 상황으로 갈 수 있음을 경고한다. 무상으로 제공된 토지와 풍부한 자원, 강력한 기술력과 이민자들로 인한 인력자원 등 이러한 요소들은 대표적인 ‘과일’이었다. 지금은 어떠한가. 19세기 말까지 미국에는 ‘매달려 있던 것을 그냥 따기만 하면 되었던 시대’였다.

저자는 ‘1880년대부터 1940년까지의 기간 동안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 수많은 기술적 혁신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마법적 인터넷을 제외고하는 물질적인 면에서 1953년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진단’한다. 이러한 예로 특허 건수를 비교하여 앞으로의 경기 상황을 살펴보고 있어 눈길을 끈다. 20세기 대부분의 기간 동안 ‘연구원 1인당 특허건수’는 하락했다고 진단하는 저자는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 과거보다 더 어렵다”고 본다. 그 이유로 저자는 과거처럼 쉽게 딸 수 있는 과일이 많지 않다는 점을 든다.

이 책은 오늘날 경기침체의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우리가 직간접적으로 타격 받게 될 일들이 무엇인가를 깨우쳐 준다. 소득불균형, 평균소득의 정체, 금융위기 등 3가지 주요 경제적 사건들이 미치는 영향이 지구촌 경기를 흔든다.

다양한 분야의 통계는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 지표를 제공한다. 그런데 이 지표가 제대로 된 것이 아니거나,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 다면 어떤가. 제대로 해석되지 못한 통계를 보고 경기가 좋아진 듯한 착각 속에서 산다. 경제성장률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지적한다.

“한 나라의 경제에서 정부소비의 비중이 커지면 커질수록 실질적인 경제성장과 국민생활 수준이 얼마나 개선되는지 정확하게 말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왜곡된 정부의 지원 정책

저자는 이 책에서는 정부의 소비지출, 미국의 의료보험 제도와 교육환경은 또 어떠한가를 묻는다. 이 부분의 가치를 제대로 산정하고 있는가 반문하며, ‘엄청난 정부의 지원이 왜곡’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저자는 한 장을 ‘인터넷 경기상황’으로 할애했다. 인터넷이 인간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하고 자유로운 공간을 부여했지만 이것이 과연 제대로 수익으로 연결지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또한 일자리를 얼마나 만들어냈는가 대한 의문이다.

“인터넷은 아주 훌륭하지만 경제에서 수익을 만들어 내는 부문이 아니다. 기술은 지속적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지금의 기술적 발전은 트위터, 더 나은 진통제, 사람들이 늙고 아플 때 약간의 생명 연장 정도의 혜택을 주었다.”

한 나라의 경기 상황이 어떠한 가에 대해서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이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하는데, 얼마 전 우리나라도 이들 기관 중 한 곳으로부터 업그레이드 된 평가를 받았다. 그럴 만한 요소가 무엇이 있었는가.

진보와 보수가 대립하고 경쟁하는 가운데 경기부흥을 긍정적으로 기대도 해보지만 기대로만 그칠 공산도 크다.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요구하지만 얼마나 그러한 상황을 맛 볼 수 있겠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시각을 내보인다. “그래서 쉽게 따는 과일이 다시 생기면 그 이후 보수주의자들은 진정한 보수가 되어 큰 정부의 의도에 대항하여 현상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진보주의자들은 새로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선보이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날이 오려면 아직 멀었고 사회민주주의 체제는 보수주의자들처럼 화합하지 못한다. 정치는 세계를 뒤집어 놓는다.”

조지메이슨 대학교의 경제학자인 저자의 이 책은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요구한다. 2000년대 벤처 붐이 일어났다가 한 순간에 꺼진 거품을 보라. 다들 분홍빛 전망을 내놓았고 묻지마 투자자들이 연일 회사로 전화로 걸어와서 투자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2001년, 그 결과는 오래 걸리지 않아 나타났다. 가까운 해로는 2008년도 사태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저자는 투자자들의 판단 실책으로 돌린다. 가장 큰 문제는 투자자들이 서로 다른 투자자들의 판단에 과대하게 의존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본다. “역사를 보면 과신으로 인한 문제들이 나타난다. 세계가 번영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낙관적인 사고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투자자들은 상황을 제대로 관찰하지 않았다. 오늘의 이같은 경기상황 결과는 정책결정자들 혹은 투자자들은 남들이 하니까 거기에 의존하고 따른 데 있다. 자신만의 판단 기준을 갖지 못한 것이다. 좋게 보는 것들을 부정하거나 무너뜨리려 하지 않았다.

과학적인 혁신을 존중해야 한다

이제 문제는 그렇다면 이 어두운 그림자를 어떻게 맞이하며 거둬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판단으로 이러한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가에 대한 대략적인 파악은 되었다. 표를 의식하지 않은 제대로 된 정치가들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오늘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봐라. 실현 가능한 공약들과 정말 필요한 정책들이 얼마나 이야기되고 있는가를 말이다.

한 가지 이 책에서 인상적인 저자의 분석은 인터넷이 경기침체를 잘 견뎌오도록 했지만 인터넷의 장점이 경기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한 부분이다.

“사람들이 인터넷에 빠져 소비지출을 쉽게 줄였다. 사람들의 만족도는 그대로인데 경제데이터로 본 지출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인터넷이 없었더라면 그렇지 못했을 것이다.”

길지 않은 문장 속에서 저자의 생각을 살펴보고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한 세계 경제의 변화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저자는 말미에 과학에 대한 관심과 집중을 요청한다. 앞으로 더딘 발전이 예상되는 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물으며, 그 우선으로 무언가를 창조해내고 시류를 만드는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 과학을 존중하고, 그것이 우리의 태도를 모두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금씩 저상장 시대로의 진입을 우리는 피부로 느낀다. 그렇다면 그냥 이것을 바라보고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 책은 이러한 경제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앉고 있는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인가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거대한 침체
타일러 코웬
한빛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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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윤웅 사진
길윤웅
길윤웅은 PC정보지 취재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이후 포털 사이트에서 미디어, 콘텐츠 제휴, 고객서비스, 마케팅 업무를 하며 IT미디어 분야에서 일해왔다. 지금은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며, 사람을 통해 생각을 빌리고 책을 통해 지혜를 발견하고 생각의 기초를 다지고자 애쓰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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