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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기] 24인용 텐트, ‘소셜’을 세우다

2012.09.09

‘되는데요.’

이 한마디가 나비효과처럼 일으킨 파장은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9월 8일 오후 2시 신월동 골목 안쪽 자그마한 신원초등학교 주변은 소식을 듣고 몰려온 인파들로 붐볐다. 발단은 SLR클럽 자유게시판에서 24인용 텐트를 혼자 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에 ‘Lv7.벌레’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가 ‘2시간이면 혼자 텐트를 세울 수 있다’라고 호언장담하면서 시작됐다.

한줄 댓글에서 행사까지 일사천리

‘말도 안되는 일이다’, ‘허세다’, ‘혼자는 절대 못하는 일이다’ 등 정말 텐트를 치는 것이 가능하냐는 논란 끝에 아이디 ‘Lv7.벌레’는 장소만 있다면 직접 텐트를 치겠다고 나섰고, 이에 4명의 회원들이 더 붙어 일사천리로 행사를 만들어냈다. 공식 운영팀이 섰고, 회원들의 후원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텐트가 한 광고사를 통해 마련됐고 연장도 협찬됐다. 스스로 할 수 있는 개인 소장품부터 의상, 동충하초 엑기스, 심지어 종이컵, 파스 등 온갖 행사 지원 물품과 현장을 축제로 만들 경품이 모였다. 상황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는다. 축하 공연을 하겠다는 언더그라운드, 아마추어 팀들이 행사를 자원했고 아프리카와 유스트림은 이를 인터넷으로 생중계하겠다고 나섰다. 음향 장비와 진행, 사회, 혹시 있을지 모르는 일에 대비한 의료 봉사까지 재능기부도 줄을 이었다. 단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 동안 자발적으로 모인 경품과 자원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규모를 키웠다.

결국 이 행사의 제목이 결정됐다. ‘T24소셜페스티벌’이다. 24인용 텐트를 주제로 자발적인 행사와 운영, 홍보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진 복합 축제가 됐다. 그 동안 인터넷에서 내기나 입씨름이 오가며 만나서 직접 해보자는 사건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진짜로 이런 행사가, 그것도 축제로 이뤄졌다는 것이 놀라웠다.

경품부터 공연까지 모두 자발적 ‘소셜 참여’

행사는 생각 이상으로 큰 규모로 번졌다. 이날은 학교 수업이 있는 토요일이어서 1시 이후 입장을 시작했는데, 주최측이 준비한 1천장의 경품 추첨권은 순식간에 동이 났고 입장줄은 끊이지 않았다. 주최측도 이 정도 인원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결국 운동장 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넘어 더 이상 입장을 받지 못해 발길을 돌린 이들도 많다.

행사는 2시부터 시작했다. 행사장은 제법 체계적으로 잘 꾸며졌고 질서도 잘 지켜지면서 큰 문제없이 진행됐다. 협찬을 도와준 개인들과 기업들이 나와 인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던졌다. 예고했던대로 가수 렉시가 공연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는 절정으로 달아올랐다. 렉시가 왔다고 해서 특별한 무대가 펼쳐지진 않았다. 그저 운동장 한 가운데에서 소박하지만 뜨거운 무대가 펼쳐졌다.

공연이 끝난 뒤 렉시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렉시는 “인터넷 커뮤니티 중에서 유일하게 활동하는 곳에서 자발적인 참여로 이루어진 행사여서 관심을 가졌다”라며 “진짜 행사로 이뤄질지는 긴가민가했는데 정말 자리가 열려 놀라웠다”고 말했다. 또한 “출연 결정도 스스로 내렸고, 이런 축제에 참여할 수 있어서 즐겁다”라고도 이야기했다. 실제 렉시는 텐트가 완성될 때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고 행사를 즐겼다.

텐트 설치는 3시부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신원초등학교 운동장에 24인용 텐트가 서느냐 마느냐는 이미 중요하지 않았다. 텐트는 눈 앞에서 순조롭게 쳐지기 시작했고, 참석자들에게는 선물이 나눠졌고, 중앙 무대에서는 계속해서 공연이 이어졌다. 그 누구도 출연료, 입장료, 광고비 등 일체의 돈이 오간 것도 없었고 스스로의 축제를 위해 나눌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나누고 그만큼 즐거운 시간이 이어졌다.

 

넘쳐난 경품, 공연에 즐거운 비명

약간의 ‘사건’이 생겼다. 텐트가 너무 순조롭게 빨리 쳐졌다. 애초 2시간을 예상했는데 불과 50분도 채 되지 않아 텐트가 거의 윤곽을 잡았다. 성공은 거의 기정사실이 됐고 ‘Lv7.벌레’는 잠시 쉬겠다고 여유를 부리기 시작했다. 조금 다른 이벤트들이 이어졌으면 좋았을텐데 공간의 제약 때문인지 경품 추첨과 공연 외에 다른 것들이 거의 없어 약간 지루하긴 했지만 축제 분위기를 즐기기에는 충분했다. 약 30분 가량 전투 식량도 먹고 인터뷰도 하면서 게시판에 ‘입금하라’는 메시지도 남기는 등 시간을여유롭게 보냈다.

스탠드에서 ‘텐트 쳐! 텐트 쳐!”라고 외치자 ‘Lv7.벌레’는 다시금 이어서 텐트를 마무리했다. 불과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텐트를 세우고는 곧바로 텐트 위로 뛰어 올랐다. 쉬는 도중에 내게 “깜짝 놀랄 세리머니가 있다”고 귀띔했던 것이 이것이었던 듯하다. 이내 ‘취화선’의 한 장면처럼 텐트 지붕에 걸터앉고 드러누워 성공을 자축했다.

이번 행사는 아주 성공적으로, 그리고 극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인터넷 반응도 뜨거웠다. 중계에 나선 유스트림의 동시접속자는 한때 8만명을 넘나들었고 누적 접속자는 24만 명을 넘겼다. 현장에 갔던 이들도 즐거웠고 사고나 혼란도 없었다. 스스로 질서를 지키며 차분하게, 그러면서도 뜨거운 3시간을 즐기고 기분 좋게 운동장을 떠났다. 텐트 앞에서 친구 혹은 연인들끼리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돌아가는 내내 골목길에서, 버스 안에서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만큼 여운도 길었다.

 

게시판에서 축제로 이끈 소셜에 ‘박수’

돌아오는 길에 이 페스티벌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졌다. 그저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극성스런 회원들끼리 벌인 하나의 행사일 뿐일까. 이 행사는 여느 커뮤니티들이 주최측에서 기획하고 입장료와 협찬사들을 통해 만들어내는 행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이름처럼 소셜 페스티벌이라는 형태를 띠었기 때문이다. 소셜이라는 의미의 긍정적인 요소들이 모두 살아난 극적인 이벤트인 셈이다.

과연 ‘소셜’이란 무엇일까. 요즘 들어 소셜네트워크의 인기 때문인지 소셜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서인지, 여러 서비스에 소셜이라는 단어가 무분별하게 쓰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의미로서의 ‘소셜’은 대체 어딜 간 것일까.

머리를 스친 또 한가지는 인터넷의 건전성과 에너지다. 사회적으로 인터넷을 비롯한 온라인의 부정적인 면이 너무 강하게 비춰지는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인터넷도 하나의 사회인 만큼 그 자체로 생명력과 정화능력이 있다. 자기가 감내할 수 있는 영역 안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고 이뤄내는 역할이 인터넷과 온라인의 힘이다. 물론 여전히 그에 대한 부정적인 그림자와 사회적 불안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행사처럼 긍정적인 에너지를 건전하게 쏟아낼만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다. 그저 방구석에 틀어박혀 키보드만 두드리는 것처럼 비춰지는 인터넷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하기를 기대해본다.

T24소셜페스티벌은 공통의 주제를 두고 한자리에 모여서 함께 즐기는 축제 문화에 낮선 우리나라의 문화, 특히 인터넷 환경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축제였다. 일찌감치 이번 페스티벌에 뛰어든 후원 업체들은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큰 홍보 효과를 얻었다. 앞으로 비슷한 축제 문화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려면 어느 정도의 소셜과 상업성의 선을 긋느냐가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첫번째 소셜 페스티벌은 성공적으로 마쳤지만 인터넷 세상은 또 다른 축제를 어떻게 만들고 이끌어내야 할지에 대한 숙제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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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