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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3은 왜 ‘마을버스폰’이 됐나

2012.09.10

갤럭시S3의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자그마치 할부 원금이 17만원이다. 이마저도 뜨겁게 경쟁이 붙으면서 심하게는 할부 원금이 14만원까지 떨어지는 상황을 낳았다. 지난 주 27만원으로 떨어진 지 불과 일주일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이 정도면 곧 신제품에게 플래그십 자리를 물려주어야 할 아이폰4S의 반값 수준이다.

일단 삼성전자는 이번 가격 하락에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삼성전자로서는 갤럭시S3의 판매량이나 시장 점유율면에서 아쉬울 것이 없다. 더구나 플래그십 제품이 이른바 ‘버스폰’ 형태로 풀리는 것이 삼성전자 스스로에게도 좋을 건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마을버스폰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라고 꼬집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것일까. 답은 명확하다. LTE 시장 확대를 위한 보조금 싸움 때문이다. 이번 가격 정책의 상품들은 모두 번호 이동이다. 신규 가입이나 기기변경을 위해서는 훨씬 더 비싼 값을 주어야 한다. 업계는 한바탕 이 싸움의 근원지를 찾고 있다. 누가 먼저 이 치킨게임을 시작했냐는 것이다.

실제 지난 한 주 갤럭시S3을 두고 3개 통신사는 거의 시간 단위로 정책을 새로 내며 경쟁에 나섰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갤럭시S3 가격은 계속 떨어졌고, 지난 주말부터 이른바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 전쟁의 결과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KT가 번호 이동 고객을 많이 끌어오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의 일자별 번호이동 가입자 순증 현황을 보면 일주일 새 SK텔레콤 가입자 1만7천여명이 다른 통신사로 돌아섰다. 이를 KT와 LG유플러스가 골고루 나누었다.

시장은 대체로 KT를 지목했다. KT는 LTE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에 3개 통신사 중 LTE 가입자 수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연말 시장을 앞두고 가입자 늘리기에 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통신시장으로서는 10월 말이면 한 해 장사를 정리해야 하는 시기가 다가오면서 서둘러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적으로 보조금 형태의 마케팅 비용을 쏟아부은 것 아니냐는 것이다.

KT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KT가 9월 들어 번호이동, LTE, 기기변경에 거의 매일같이 다양한 형태로 보조금을 쏟아 부으며 가격 하락을 이끌었고, 시장점유율이 뒤처진 KT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가격을 따라잡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먼저 보조금을 더 얹어 지나친 경쟁에 뛰어들 필요는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얼마 전까지 당분간 갤럭시S3같은 플래그십 제품에 과도한 보조금을 투입하지 않겠다고 했던 SK텔레콤도 시장 분위기가 이러니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밝혔다. 하지만 어떤 통신사도 먼저 시장 선점을 위해 가격을 먼저 낮추지는 않았다고 강조했다.

누가 먼저 내렸느냐는 썩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소비자로선 일단 지금 시장은 ‘즐길 때’라고 할 수 있다. 파격 할인은 갤럭시S3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장 비싸게 팔리던 갤럭시S3의 가격이 뚝 떨어지는데 갤럭시노트, 옵티머스 뷰, 스카이S5 등이 버텨낼 재간은 없다. 이런 제품들도 불과 10만원 안팎이면 손에 넣을 수 있다. 이런 문제는 먼저 구입한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제조사들도 단기적인 가격 하락으로 제품의 브랜드 가치가 떨어져 달가운 표정은 아니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곧 이런 과열 현상이 가라앉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에서 곧 제재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소문도 돈다. 방통위는 2010년 마케팅 비용에 대해 매출액 대비 22%로 가이드라인을 내놓긴 했지만 방통위는 통신사들의 보조금과 마케팅 비용을 법적으로 강제할 권한은 없다.

이런 사건은 늘 비슷한 결론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동시에 세 통신사가 눈이 휘둥그레해질 만큼 파격적인 조건을 불어넣어 단기적으로 판매량을 끌어올린 뒤 방통위가 나서 중재하는 식이다. 마케팅 비용 22%같은 제한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이런 경쟁 구도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저마다 똑같은 요금제 때문이다. 통신사마다 정책과 가격, 프로그램이 다른 요금제를 가질 수 있도록 자율화한 뒤 통신사들간의 무한 경쟁을 이끌어내는 것은 어떨까. 보조금에 따라 이리저리 휩쓸려다니는 경쟁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필요한 요금과 서비스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에 마케팅 비용이든 보조금이던 더해진다면 이동통신 요금 인하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늘 강조되지만, 외부에서 가입자 한 명을 끌어오는 것보다 가입해서 잘 쓰고 있는 가입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마케팅도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휴대폰을 갖고 있지 않은 이는 거의 없다. 가입자수를 늘리는 것은 이제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시장이 됐다. 한 번 통신사를 정하면 계속해서 만족하며 쓸 수 있는 통신시장으로 체질 개선이 시급한 때다. 하지만 시장은 또 한번 들썩일 수 있다. 곧 새 아이폰의 출시와 함께 갤럭시S, 아이폰4 이용자들의 약정 기간이 끝을 바라보고 있다. 이들을 LTE로 끌어당길 또 한번의 대란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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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