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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새 CPU, 중심엔 ‘윈도우8’

2012.09.12

인텔이 미국시간으로 9월1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회의(IDF)에서 새로운 프로세서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꺼내진 않았지만 새 프로세서들의 전략은 윈도우8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 있다. 더 빨라졌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바로 켜고 끌 수 있는, 그리고 오래 가는 윈도우 컴퓨터를 만들기 위한 기반을 다져가는 모습이 흥미롭다.

주력 모델인 4세대 코어 프로세서부터 짚어보자. 코드명 ‘해즈웰'(haswell)로 불리던 프로세서다. 그동안 인텔이 우선적으로 밀어오던 성능 이야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이미 x86 시장에서 공정이든 성능이든 현재 인텔의 위치는 그 어느 때보다 확고하다. 이번에는 전력을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 더 집중했다. 윈도우8이 가장 원하는 기기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가장 흥미로은 것은 소비전력이 10W 수준인 새 저전력 프로세서다. 4세대 코어 프로세서로 데뷔한다고 알려진 8W급 프로세서가 이 제품이다. 종전 초저전압(ULV) 프로세서가 18W를 쓰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게다가 별도 메인보드 칩이 필요없는 원칩 형태다. 윈도우8의 새 인터페이스가 보기보다 가볍고 최적화가 잘 돼 있기 때문에 성능보다 아톰과 일반 프로세서 사이의 공백을 줄이는 역할을 맡는 것으로 보인다. 칩이 줄어든 덕분에 설계도 원활하다. 이는 22nm 공정을 원활하게 돌릴 수 있는 인텔의 여유로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대기전력을 20분의 1로 줄였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윈도우8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다. 윈도우8은 기존 PC처럼 매번 껐다켰다하는 방식 대신 대기 모드를 적극 활용한다. 죽은 듯 전기를 거의 쓰지 않는 대기 모드에 두었다가 전원 버튼을 누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켜져서 작동하는 기반이 된다. 윈도우에서도 아이패드같은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기 전력을 끌어내린 것은 PC 이용 습관이 달라지는 것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설계다.

저전력의 대명사 아톰도 새로 선보인다. ‘클로버트레일'(clover trail)로 알려진 제품이다. 이 프로세서는 최근 삼성이 베를린 언팩 행사에서 꺼내 든 아티브 스마트 PC에도 들어갔다. ARM 프로세서를 쓴 제품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할 제품인데, 인텔은 설계부터 윈도우8을 염두에 두었다고 공언해 왔다. 강조하는 키워드는 ‘항상 깨어 있는’이다. 현재 상당수 PC 제조사들이 넷북의 이미지를 깰 아톰의 새 옷을 준비하고 있기도 하다.

돌아보면 윈도우95 이후 노트북들의 발전에는 항상 긴 작동시간과 오랜 대기 모드가 주요 키워드로 함께해 왔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직접적으로 체감하기는 어려웠지만 돌아보면 저전력에 대한 노력의 대가는 쏠쏠했다. 인텔의 경우 2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울트라북 등장 이후 ‘오래 가는’ 노트북의 조건을 갖췄다. 다음 단계는 스마트폰, 태블릿 수준으로 바로 쓸 수 있는 ‘인스턴트 온(instant on)’이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근 10년 가까이 이야기해 온 ‘끄지 않는 PC’가 본격 시작되는 것이다.

윈도우8은 윈도우95 이후 그 성격이 가장 많이 바뀌는 운영체제다. 윈도우95 역시 엄청난 변화를 인텔의 적극적인 플랫폼 지원을 통해 성공으로 이끌었고 이런 관계는 인텔이 늘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던 기반이기도 하다. 윈도우8 역시 가장 큰 변화를 겪는 OS인 만큼 하드웨어의 뒷받침이 필요하다. iOS와 안드로이드가 뒤흔들어 놓은 모바일 컴퓨팅 시장에 자존심을 찾기 위해 ‘윈텔’이 오랫만에 맞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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