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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고민 끝, 12월 e북 단말기 출시”

2012.09.12

‘전자책 사업을 계속 해야 할까, 접어야 할까.’ 교보문고가 최근 고민에 빠졌던 질문이다. 결국 ‘하자’라고 결론을 내렸다. 구체적으로는 ‘e북’ 사업을 지속하고 올해 전자책 전용 단말기를 내놓자는 계획을 세웠다.

교보문고가 결론을 내기까지는 쉽진 않았던 눈치다. 교보문고는 전자책 사업을 계속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할 지, 전자책 단말기를 또 출시할지를 두고 다음소프트와 시장 조사를 진행했다. 안병현 교보문고 디지털사업단 디지털컨텐츠사업운영팀 팀장은 “‘정말 투자해, 말아?’란 질문이 있었다”라고 소셜분석을 시작한 배경을 설명했다.

안병현 교보문고 팀장

▲안병현 교보문고 디지털사업단 디지털컨텐츠사업운영팀 팀장

두 회사는 2009년 5월1일부터 2012년 4월30일 사이에 ‘전자책’과 관련한 얘기가 나온 블로그와 트위터를 비롯한 한국어 웹문서 82만건을 추려 온라인에서 책과 독서, 전자책에 관한 얘기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폈다.

“‘읽는다’라는 행위의 대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책을 읽다’라는 얘긴 사진을 찍거나 영화를 보고, 여행을 가는 것보단 분명 줄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책’에 한정했을 때 얘기입니다. 실제로 ‘읽는다’라는 건 책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에도 해당하니까요. 이를테면 포스팅, 댓글, 블로그, 후기, 리뷰 등 인터넷상 읽을 거리도 있습니다.”

이미 독자들이 온라인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단 뜻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책을 손에 들지 않는다 뿐이지 읽을 거리는 주위에 널렸다. 온라인 기사, 블로그, 온라인 백과사전,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소설을 비롯한 문학 작품 등 모니터 또는 스크린으로 읽을 거리는 평생이 걸려도 읽지 못할 만큼 많다.

▲자료 : 교보문고・다음소프트(모든 이미지는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

그럼 사람들은 디지털 환경에 맞는 전자책은 어떻게 생각할까. 흥미롭게도 ‘전자책’이란 단어엔 호감을 느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병현 팀장은 “사람들은 e북을 얘기할 때와 전자책을 얘기하는 모습이 달랐다”라고 말했다.

“전자책은 어둡고, 무겁고, 어려운 이미지가 있지만, e북에 관해서는 조금 더 감성적이고 산뜻하게 느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두 단어는 서로 다른 이미지를 주는 거지요. 전자책은 기계쪽, e북은 음악이나 커피쪽에 더 가깝게 있는 걸 봤어요.”

전자책이든, e북이든 의미는 같은데 어떤 단어를 쓰는지가 그렇게 중요할까. 교보문고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광고와 마케팅을 벌이는 데 쓸 용어를 정하고 선점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e북에 관한 경험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알리는 작업도 그동안 소홀했습니다. 이건 교보문고뿐 아니라, 국내 전자책 업체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고객이 쉽게 이해하는 차원으로 마케팅하는 작업은 없었던 겁니다.”

여기에서 학술적 또는 기술적으로 ‘전자책’이란 단어를 써야 옳으냐, ‘e북’이 옳으냐는 중요하지 않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중요한 건 사람들 대다수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다. 다음소프트가 그린 감성지형도를 보면 ‘e북’이라고 불렀을 때, 사람들은 ‘전자책’보다 더 대중적이고 감성적으로 받아들였다.

교보문고는 국내에 전자책 단말기가 등장하길 바라는 기대도 감지했다.”흥미롭게도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있는 이용자가 전자책 단말기도 샀어요. 용도에 맞게 기기를 나눠 쓰는 거지요.” 그리고 사람들은 아마존 킨들과 같은 전자책 단말기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전자책 단말기 시장은 국내에 여전히 열렸단 얘기도 된다.

그런데 전자책 사업을 2006년부터 벌였는데 여전히 고민이었다니. 사실 전자책은 교보문고 전체 매출에서 1~2% 겨우 차지한다. 교보문고 스스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부를 정도다. 교보문고가 전자책 사업을 계속 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으로 돈 번다’라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지만, 시장을 겨우 따라잡는 이미지는 반갑지 않다고 안병현 팀장은 말했다. “교보문고는 출범했을 때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어요. 일종의 기업 이념으로 사업을 지속해온 거지요. 그런데 지속하려면 변화에 대응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과거 (책 유통이) 온라인으로 옮아갈 때 경험이 있어, 디지털에서는 조금 더 신속하게 대응하잔 생각도 있습니다.”

종이책에서 전자책으로 변화하는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겠다는 얘기다. 모닝365와 예스24, 알라딘과 같은 신생 온라인 업체에 시장을 내어준 경험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교보문고가 전자책 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고, 맞는 길을 간다는 확신을 얻고자 진행된 셈이다. 전자책과 e북에 대한 인식, 전자책 단말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마케팅에 활용될 자료를 얻은 건 덤이다.

올해 교보문고는 소셜분석 전문업체와 시장을 조사하는 것 외에 세운 계획이 몇 가지 더 있다. 바로 마케팅과 광고 강화와 새 전자책 단말기 연내 출시다.  안병현 팀장은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하는 터치 기반의 전자책 단말기를 올 12월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전자책 단말기로는 지난해 교보문고와 퀄컴이 내놓은 ‘교보e리더’와 아이리버와 같이 출시한 ‘스토리K’와 ‘스토리K HD’, 한국이퍼브가 2012년 9월에 내놓은 ‘크레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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