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가 새로워 보이지 않는다면

애플 ‘아이폰5′에 대한 반응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좋다’와 ‘나쁘다’로 뚜렷한 양극화를 보이고 있다. 가장 흔한 반응은 ‘혁신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실망했다는 이들은 결국 애플에서 스티브 잡스의 영향력이 바닥을 드러냈다는 결론을 낸다. 심지어 삼성과 차별될만한 디자인이 없다는 묘한 해석까지 등장했다.

혁신의 사전적 의미를 먼저 살펴보면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함’이다. 아이폰은 과연 하나도 달라진 것 없이 구태한 아이디어들의 재탕인가? 과연 시장이 애플에 원하는 혁신은 무엇이었을까?

달라지긴 했는데…

그래도 아이폰5는 꽤 많은 부분이 달라졌다. 고집스럽게 유지하던 화면을 4인치로 키웠고, 화면 비율도 바뀌었다. 생태계에 큰 모험을 건 셈이다. LTE도 들어갔다. 멀티밴드 안테나를 넣어 두 개 제품으로 세계 시장 대부분의 LTE 망에 연결할 수 있다. 배터리 이용시간도 크게 늘었다. 특히 배터리 이용 시간 표기를 대기 시간과 통화 시간 대신 와이파이에 접속해서, LTE 망에서 웹 서핑을 할 때 몇 시간이나 쓸 수있는지로 바꿨다. 커넥터 크기도 바꾸었다.

아이폰4의 디자인 골격은 그대로 살리되 재질을 바꾸었고 화면 때문에 늘어난 길이를 만회하려는 듯 얇고 가벼워졌다. 가장 기대되는 건 배터리 수명이다. 단순히 통화 몇 시간, 대기 몇 시간이 아니라 각 네트워크 환경에서 몇 시간 동안 인터넷을 쓸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부분이다. 아직 휴대폰을 만드는 기업들과 시장을 보는 눈 자체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모습이다. 물론 인터넷을 8~10시간 쓸 수 있다는 배터리 기술도 그 자체로 놀랍긴 하다.

iOS6는 세세한 부분들을 더 가다듬었고, 지도 서비스를 구글에서 독립했고, ‘패스북’이라는 앱으로 모바일 지갑 서비스도 시작한다. NFC가 빠진 것도 아이폰이 혁신을 피했다는 오명을 듣기 좋은 소재다. NFC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쓸모가 없다. 정부에서 나서서 NFC를 육성한 우리나라에서도 결국 교통카드 정도가 전부다. NFC 단말기는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엄청나게 보급됐지만 관계 기관들이 정확한 수치를 밝히기 어려울 만큼 이용률이 낮다. 쓰지 않는 기능을 넣어 시장을 이끌 수 있다면 혁신이 되지만, 반대의 경우는 원가 상승 요인이 된다. 애플이 할 수 있었다면 삼성과 구글이 그동안 못했을 리도 없다.

애플의 모바일 지갑 접근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에서 시작한다. 패스북을 이용해 이제껏 쓰던 결제 수단으로 구입한 상품들을 모바일로 옮긴다. 항공권, 열차표, 커피쿠폰, 상품권, 영화 티켓 등이 아이폰 속으로 들어간다.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기업들이 덤비고 있지만, 애플은 주요 항공사와 세계적인 호텔 체인 등을 통해 모바일 지갑 시장 정도는 붐을 일으킬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셀룰러에서 페이스타임을 쓰도록 한 것도 스마트폰 제조사로서는 큰 결단을 내린 셈이다. 불과 4천만명이 쓰는 카카오톡이 음성 통화 기능을 넣었다가 통신사들로부터 공격당한 것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신비감 날린 정보 관리 능력 한계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폰5는 발표와 동시에 뭔가 큰 전환점을 주지 못했다. 새롭지 않아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일단은 이번의 변화 요소들이 애플이 주도하려는 기술이기보다는 시장의 요구와 그 흐름을 따르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더 커진 16대9 화면은 아이튠즈의 동영상 콘텐츠가 대부분 이 비율로 옮겨탔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시장의 요구나 흐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LTE도 로밍이 자유롭게 멀티밴드를 채택했지만 4세대에 가장 늦게 뛰어든 제조사가 애플이다. 애플이 수긍한 것인지 스스로의 필요성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시장의 요구가 반영된 것 자체가 새롭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정보관리의 실패에 있다. 그간 애플은 철저한 신비주의에 싸여 있었다. 애플 제품은 발표일까지도 나와봐야 알았다. 아이폰4가 분실되면서 세상에 미리 공개되긴 했지만, 그 외에는 숱한 루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예상하지 못한 제품들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디자인부터 해상도, 포트 등이 모두 유출됐고 심지어 출시 전에 실제 작동하는 샘플의 동영상이 유튜브에 등록되기도 했다. 팀 쿡이 꺼내든 아이폰5는 그것과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4인치 디스플레이, LTE, 새로 바뀐 라이트닝 포트……. 모든 게 새롭지만 새롭지 않았다.

돌아보면 애플은 매년 이만큼씩만 새로워져왔다. 다만 스티브 잡스가 이를 누구보다 포장을 잘했다는 편이 맞겠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가 만들었고 다른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도 비슷한 해상도의 디스플레이가 쓰여 왔다. 파격적인 디자인의 변화는 3GS에서 4로 넘어갈 때 한 차례 있었다. 시리도 세상에 없던 기술이 아니다.

우리나라로서는 첫 변화가 아이폰4였기 때문에 그만큼 새로운 디자인의 달라진 무엇인가를 원하는 듯하다. 특히 혹평에 시달린 아이폰4S 역시 겉모습 외에 내부 하드웨어가 싹 달라졌고 음성 인식 시리를 내놓았다. 음성 인식은 세상이 처음 보는 것은 아니었지만 애플 이후 거의 모든 제조사들이 뒤따르고 있는 영역이다. 세상에 없던 것을 처음 꺼내놓는 게 애플의 경쟁력이 아니라 이미 다 있는 것들을 갈고 닦아 높은 가치로 만들어내는 것이 애플의 방향성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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