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포럼] “태국서 음악서비스 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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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기업이 말하는 ‘해외 시장’은 어느 지역을 포함할까요. 미국? 실리콘밸리? 고개를 왼쪽으로 돌려 동남아시아를 보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기업이 왜 국외 시장을 노려야 하는지는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인구가 적어 시장 크기가 이미 정해진 한국만 노리기 어렵단 얘긴 개인 개발자부터 대기업을 찾아가도 듣습니다. 그중에서도 미국 실리콘밸리는 자연스럽고 꼭 두드려야 할 시장으로 보입니다. 중국과 일본 시장까지는 쉽게 떠오릅니다. 워낙 인구가 많고 큰 시장이니까요.

그런데 태국으로 간다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휴양지로만 여긴 태국을 IT 서비스 시장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사이러스는 이런 평범한 생각에서 많이 빗겨있던 모양입니다.

사이러스는 페이스북 위에서 작동하는 음악 서비스 ‘라우드박스’를 9월15일 태국어로 서비스하기 시작했습니다. 페이스북 앱으로 작동하는데, 이용자를 얻기 위해 태국어로 페이스북 광고도 했습니다. SNS 포럼을 9월20일에 진행했는데 이때가 출시 6일째, 광고 집행 6일째였습니다.

태국 시장, 아니 태국 페이스북 시장에 음악 서비스를 들고 뛰어든 얘기를 9월 SNS 포럼에서 들었습니다.

  • 일시: 2012년 9월20일 목요일 저녁 6시
  • 장소: 블로터닷넷 회의실
  • 참석자: 김범섭 벤스터 대표, 박영욱 블로그칵테일 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황룡 사이러스 대표, 이희욱/정보라 블로터닷넷 기자

먼저, 올가을 진행될 SNS 포럼에는 그동안 자주 얼굴을 비치던 회원을 보기 어렵습니다. 한동안 미국에 머무는 업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쿠와 나우프로필은 창업진흥원이 진행하는 ‘이노-밸류 캠프 제2탄’에 선정돼 미국 실리콘밸리에 최장 3개월 머물 예정입니다. 지난 8월 출국해, 한동안 미국에서 여러 기회를 엿보고 올 겁니다. 창업진흥원은 총 26개 팀을 미국 실리콘밸리에 8월22일, 중국 상하이에는 8월5일 중국 상하이에 보냈습니다.

사이러스는 이 행보에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미국에서 승부를 보는 대신 동남아시장을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전공분야인 음악을 들고서 말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 태국일까요.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내기에 앞서 궁금증부터 일었습니다. ‘왜?’

태국은 매력적인 시장

“해외로 나간다고 생각하면 대부분 실리콘밸리와 유럽, 일본 등을 떠올립니다. 저는 그쪽은 시장이 큰 만큼 센 기업이 많다고 판단했어요. 제가 페이스북 안에서 음악을 서비스하는 게 의미있다지만, 라스트.FM, 스포티파이 만큼 경쟁력 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리고 K팝에 집중하는것도 옳은 일이 아니고요. SM엔터테인먼트와 JYP, YG엔터테인먼트 등은 길게는 10년에서 최소 3년 이상 해외 진출을 준비한 곳입니다. 우리와 같은 벤처가 K팝을 활용하려고 하면, 결국 대형 기획사가 의뢰한 일을 대신하는 ‘병’이 되지요.”

황룡 사이러스 대표 SNS포럼에서몸집은 작지만, 민첩하게 움직이는 장점을 활용할 시장은 어디일까. 황룡 대표는 동남아시아시장에 주목했습니다.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을 팔 수 있는 곳, 소비 행태는 비슷한 곳, 그곳이 바로 동남아시아였습니다. 그중 태국은 자국 음악인 ‘타이팝’이 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페이스북 이용자는 1600만 정도인 시장입니다.

이웃 나라 말레이시아는 전체 인구의 절반이 페이스북 가입자이고, 인터넷 인구의 90%가 페이스북 가입자이지만, 국민 수가 2900만명에 불과합니다. 인도네시아는 페이스북 가입자 수가 많고 GDP 수준이 높지만, 망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필리핀, 베트남 등도 황룡 대표가 설정한 GDP 수준, 페이스북 가입자 수, 시장 성장 가능성 같은 기준에서 한두 가지씩 만족스럽지 않은 곳입니다.

특히나 황룡 대표는 “태국은 5~10년 이내에 우리나라보다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며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음악 시장, 페이스북 시장, 전반적인 경제 규모 등을 모두 고려해 내린 결론입니다.

‘라우드박스’를 태국에 출시하기 전 상황도 황룡 대표가 태국을 주목하게 했습니다. “2AM 페이스북 페이지에 라우드박스가 달렸는데, 해외에서 접속하는 이용자 중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쪽이 많았어요. 거꾸로 올라가 보니, 음악 시장이 세계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세인데 유일하게 성장하는 곳이 동남아시아와 라틴아메리카였지요. 그중 태국은 경제적인 수준과 콘텐츠 양 등을 봤을 때 매력적으로 보였습니다.”

페이스북을 음악 서비스 플랫폼으로 삼은 건 임기응변

한창 태국 진출 얘기를 듣다 보니 황룡 대표가 굳이 페이스북을 기반으로 한 음악 서비스를 만든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라우드박스’는 페이스북 주크박스로 시작해, 페이스북판 아이튠즈로 콘셉트를 바꿨습니다. 페이스북에서만 작동한다는 건 유지하면서요.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며 “새로운 매체를 만들려면 별도 웹사이트 없이 페이스북만 활용해도 된다”라는 말이 있었는데 ‘라우드박스’가 바로 그런 예인 것입니다.

라우드박스 페이스북 앱 이미지

▲’라우드박스’. 한국어와 영어, 태국어로 이용 가능하며 페이스북에서만 쓸 수 있다.

황룡 대표는 ‘라우드박스’의 시작은 간단했다며 얘기를 들려줬습니다. “지난해 초 국내에 소셜커머스 붐이 있었지요. 사이러스는 기저귀 커머스 웹사이트 ‘오줌’을 이때 내놓으려고 개발자도 새로 뽑았지요. 한창 준비하는데 일본에서 지진이 일어나며, 방사능 유출 사고가 발생했어요. 우리나라에서 인기 있는 기저귀는 주로 일본산인데 낭패였습니다. 결국 ‘오줌’ 프로젝트는 중단하고, 그때부터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습니다.”

‘오줌’과 태국 시장 진출 사이에 빠진 얘기가 있습니다. 사이러스의 전공분야인 음악에 대한 겁니다. 사이러스는 2010년 9월 ‘블레이어’라는 음악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블레이어’는 벅스나 멜론과 비슷한데, 저작권을 가수가 모두 가진 음원만 취급합니다. 국내에서 음원 발매한 가수는 주로 작곡가와 작사가, 연주자, 기획사 등과 음악 활동을 하니 음원 저작권은 찢어져 관리되는 게 보통입니다.

‘블레이어’는 저작권 신탁단체에 속하지 않은 음원만 다루는 게 특이합니다. 자기가 곡을 만들고 연주하고 노래까지 부르는 인디 가수의 음원을 대상으로 한 셈이지요. 사이러스는 ‘블레이어’를 내놓으며 의도한 게 인디 가수가 음원 판매로 돈을 벌 방도를 마련하자였지만, ‘블레이어’ 매출만 바라보긴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황룡 대표는 ‘블레이어’를 운영하기 위해 ‘오줌’을 기획했지요. ‘오줌’은 사이러스에 ‘플랜B’였습니다. 헌데 황룡 대표는 플랜B를 준비하며 플랜C, ‘오줌’이 실패했을 때를 대비한 방책을 준비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줌’을 중단하고 다급하게 플랜C를 고민하였지요.

이런 고민을 사이러스만 특별하게 하지는 않을 겁니다. 회사의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그 철학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때도 종종 마주치겠지요. 황룡 대표도 그렇게 플랜C를 고민했습니다.

“당시가 국내 페이스북 가입자 400만명이던 때입니다. 마케팅 도구로 보기 애매했고, 페이스북이 과연 국내에서 잘 될지에 대한 회의적인 분위기도 컸습니다. 오히려 트위터가 인기가 많았어요. 그런데도 페이스북을 활용한 건…… 네, 실은 ‘뭐라도 만들자’라는 마음이었습니다.”

황룡 대표는 페이스북을 플랫폼 삼은 서비스를 내놓자고 생각해 곧장 ‘라우드박스’를 페이스북 앱으로 출시했습니다. 페이스북 앱이라고 하면 페이스북 API를 활용해 게임이나 페이지에 붙이고 계정과 연동해 쓰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라우드박스는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가 자기 페이지에 붙여 쓰는 위젯이나 플러그인처럼 만들어졌습니다.

사이러스의 의도는 음악가가 자기 페이스북 페이지에 공연 일정, 뮤직 비디오, 음원을 팬들이 듣기 좋게 올리고, 콘서트 티켓도 팔게 하려는 것이었지요. ‘더밴드’라는 음악가용 페이스북 앱을 벤치마킹하고요. 반응은 생각보다 좋아 015B와 장기하와 얼굴들과 같은 유명 가수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설치됐습니다. 음원은 유튜브 링크를 연결해 트래픽 비용도 많이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국내 페이스북 가입자가 늘며,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기업과 브랜드가 늘었고, 그러면서 라우드박스가 음악가가 아닌 여러 페이스북 페이지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음악 대신 광고 영상이나 자기 이벤트를 등록하는 식으로 쓰인 거지요.”

서비스를 기획한 대로 쓰이지 않는 상황은 ‘라우드박스’를 갈림길에 서게 했습니다. 기업용 페이스북 앱으로 전환하거나, 처음 생각한대로 페이스북에서 작동하는 음원 판매 서비스로 가거나 말입니다. 황룡 대표는 한국에선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는 인디 가수가 많지 않았고, 그렇다고 미국이나 유럽, 일본 시장으로 가기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해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택했습니다.

처음 듣는 태국 얘기에 9월 SNS 포럼은 황룡 대표의 태국 시장 진출기로 진행됐습니다. 평소 서비스 기획 의도와 과정, 앞으로 전망 등을 날카롭게 묻는 분위기와는 달랐지요. 미국 이용자나 일본 시장에 관한 소식은 자주 접하지만, 동남아시아 특히 태국 IT 시장은 처음 접하기 때문일 겁니다.

박영욱 블로그칵테일 대표,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 김범섭 벤스터 대표

이희욱 예상 못한 문제가 발생하진 않는가.

황룡 모든 게 예상한 것과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김범섭 목표로 하는 규모는 얼만큼인가. 입소문은 어떻게 내고 있나.

황룡 10만이 돼야 사례를 만들어 국내에서 영업할 수 있다. 지금은 무조건 규모를 키워야 하는 때다. 지금 사이러스는 규모가 작다. 나와 개발자, 인턴, 태국인 직원까지 4명에 불과하다. 입소문은 페이스북 공유하기 기능에 기댄다. 6일간 광고로만 사람을 모았다. 지금은 페이스북 공유하기를 통해 들어오는 사람이 보인다.

김범섭 그렇다면 라우드박스 페이스북 앱 설치 한 건(명)당 얼마가 드는가.

황룡 설치 하나당 80원꼴이다.

표철민 상당히 저렴해 보인다. 이유가 무엇일까.

황룡 설치율이 높다고 보면 된다. 광고를 누른 사람 대부분이 설치하는 거다. 사실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고 한다. 우리는 광고 문구에 ‘음악을 들으려고 포쉐어를 쓸 필요가 없다’라는 내용을 넣고 있다. 포쉐어는 러시아에서 만든 파일공유 서비스다.

박영욱 마치 우리나라 MP3 스트리밍 서비스가 없을 때 얘기를 듣는 것 같다. 라우드박스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태국 내 다른 서비스에 바로 따라잡힐 위험은 없는가.

황룡 그런 위험은 없다고 본다. 태국 내 웹서비스는 특정 회사의 것만 서비스한다. 우리나라처럼 SM과 YG, JYP 등의 음악을 한데서 들려주는 서비스를 찾기 어렵다. 이런 경향이 대다수 서비스에 퍼져 있다. 그래서 태국은 해외 서비스가 많이 쓰인다. 사용자는 최신 서비스에 익숙하지만, 기업은 느린 편이다. 사이러스가 태국에서 통합 서비스가 나오기 전 준비해두려고 한다.

한국 벤처의 동남아 진출 교두고 되고파

‘라우드박스’는 6일 사이 많은 성과를 이뤘습니다. 황룡 대표의 예상보다도 좋습니다. 태국어로 내놓은 지 6일만에 ‘좋아요’ 5천개 돌파, 앱 설치 수 2만 건, 이용자 건의는 164건이 나왔으니까요. 황룡 대표는 이 추세면 설치 건수가 하루에 5천개씩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10월까지 ‘좋아요’는 10만개 달성하고요. 사이러스는 이 목표까지 페이스북 광고로 달성하고, 이후 이용자끼리 입소문을 내는 장치를 넣고, 음악 재생 중간에 광고를 넣는 방식까지 도입할 계획입니다.

“좋아요 40만을 달성하면 광고는 그만하고 이용자끼리 초대하고 활동 내역이 뉴스피드에 전송되는 기능을 이용해 친구를 끌어오게 할 겁니다. 한 사람이 두 명씩만 끌어오면 어떨까요. 계획대로 태국에서 어느 정도 규모를 키우면,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등 다른 동남아시아 국가로 가는 게 수월할 겁니다.”

‘라우드박스’가 초기 이 기세를 도움판으로 삼아 좋은 선례를 만들 수 있을까요. SNS 포럼 회원들에겐 ‘라우드박스’가 6일간 이룬 성과가  낯선 시장에 첫 진출한 것치곤 만족스럽고 놀라운가 봅니다. 표철민 대표는 성공을 기원하며 “좋은 선례를 만들어달라”라고 격려했습니다. 황룡 대표도 “우리가 첫 진출한 회사 치고 성과가 좋으면, 다른 곳들도 눈길을 돌리면 좋겠다”라며 “한국 회사가 실리콘밸리에서 경쟁력을 갖기는 어려운데 동남아시장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습니다.

“동남아시아 페이스북 가입자만 2억명입니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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