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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수다] ‘애니팡’ 인기 비결은

2012.09.25

이제는 거의 사회적 현상이 되어버렸다. ‘애니팡’ 이야기다. 문득 퇴근길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얖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자니 버스 안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니팡’을 하고 있었다. 지하철 안에선 ‘애니팡’ 잘 하는 방법을 놓고 한창 토론이 펼쳐지는 풍경도 발견됐다. 새삼스럽지만 ‘애니팡’ 이야기를 해보자.

‘왜 애니팡에 빠지나…’

나도 ‘애니팡’을 깔았다. ‘애니팡’은 5가지 동물 모양의 블럭을 3줄 이상 모아 터뜨리는 게임이다. 잘하건 못하건 제한시간은 1분이다. 제한시간 안에 누가 더 많은 점수를 쌓느냐가 게임의 포인트다. 아주 단순한 구조인데다, 이전까지 없던 게임 형태도 아니다. 심지어 규칙도 똑같다. ‘애니팡’이 이 정도까지 뜰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다.

‘애니팡’은 왜 뜨게 됐을까. 분명한 것은, 그 게임 자체가 엄청난 재미나 중독성을 갖고 있지는 않다. ‘애니팡’에 계속 빠져들게 하는 것은 경쟁심을 자극하는 시스템이다. ‘애니팡’은 전체 게임 이용자의 랭킹을 보여주지 않는다. 카카오톡 안에 들어가 있는 내 친구들 목록이 랭킹이 된다. 친구들이 점수를 얼마나 올렸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되고, 내 최고 점수가 오르면 애니메이션으로 누구와 순위가 바뀌었는지 보여준다. 이게 ‘애니팡’의 가장 큰 자극 요소다. 내 랭킹에서 30만점을 훌쩍 넘겨 4위에 올라 있는 친구에게 어떻게 하면 이렇게 잘 하냐고 묻자 “10위 안에도 못 드는 점수”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카카오톡은 이런 식으로 게임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사람과 랭킹을 비교하고 게임을 위해 억지로 친구를 맺는 것이 아니라, 리스트에 있는 전부가 모두 내가 아는 사람이다. 내 경쟁자는 내 주소록에 있는 사람들로 충분하다. 카카오톡이 게임 플랫폼 영향력을 보여주는 것이 이 주소록으로 묶어주는 것이다. 이제껏 한게임도 못했고 애플의 게임센터도 못했던 일이다. 이런 서비스들과 차별점을 두는 것은 내가 게임을 하든 안 하든 상관 없이 카카오톡 주소록에 올라 있다면 무조건 카카오 게임센터에 연결되도록 했다는 점이다.

단순히 랭킹 뿐 아니라 게임을 할 수 있는 횟수에서도 카카오톡의 영향력은 이어진다. ‘애니팡’은 하트가 모여야 게임을 할 수 있는데 하트는 구입하거나 8분을 기다려야 1개가 생긴다. 친구가 하트를 보내주거나 아직 ‘애니팡’을 하지 않는 친구에게 초대를 보내도 하트가 생긴다.

이 때문에 ‘애니팡’을 깔기 전에는 수시로 게임을 하자는 초대 메시지가 날아왔고, ‘애니팡’에 발을 들이자 쉴 새 없이 하트를 받았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뜬다. 공해라고 느낄 정도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용자의 허락 없이 게임에 관련된 알림을 받도록 하는 것은 느끼기에 따라 친구를 스팸 메시지의 매개체로 쓰는 셈이다. 이는 장기적으로는 카카오톡으로서도 손해다. 적어도 게임센터에 대해서는 사전 동의를 얻은 사람들끼리 초대 메시지를 날리는 정도로 제한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고 익숙해진 이들끼리는 수시로 하트를 날리고 왜 내게는 하트를 보내지 않느냐고 시무룩해 있는 것이 이 플랫폼의 또 다른 모습이다.

‘애니팡’의 성공 이후 카카오의 게임 플랫폼은 또 다른 이슈를 낳고 있다. 카카오톡 게임센터에 게임을 넣는 것이 아주 어렵다는 것이다. 비용도 만만치 않다. 게임에서 나오는 수익의 30%를 카카오톡에 내야 한다. 하지만 카카오톡은 따로 마케팅이나 퍼블리싱, 서버 등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는다. 카카오톡은 플러스 친구에도 막대한 수수료는 물론 이를 이용한 영업에 적잖은 수익 분배를 요구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자유롭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망 중립성을 이야기하는 카카오톡이지만, 사실상 모바일게임 업계에선 문지기 역할로 돌아서는 것이 또 다른 모습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가 단순한 우려로 끝났으면 한다.

‘애니팡’의 원조 ‘비주얼드’ 재미 쏠쏠

‘애니팡’은 온전히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한창 기다려 5번 하고 나면 하트가 생길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감칠맛에 이 게임의 원조격인 ‘비주얼드’를 아주 오랜만에 깔아봤다.

‘비주얼드’는 한때 팜OS 계열 PDA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게임이다. 요즘은 ‘플랜츠VS좀비’로 인기 몰이를 하는 팝캡이 만든 게임이다. PDA 시절 팝캡은 ‘비주얼드’ 외에도 ‘미친수족관’ 등 내놓는 게임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비주얼드’ 역시 점수가 관건이었다. 소니의 팜OS PDA 클리에를 쓰는 이들이 모여 만든 클리앙 초기에는 게시판에 ‘비주얼드’ 점수를 자랑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었고, 중고장터에서 PDA를 제 값 받고 팔려면 ‘비주얼드를 안 했다’고 주장해야 했던 바로 그 게임이다.

‘애니팡’은 동물 모양 블럭을 쓰지만, ‘비주얼드’는 보석을 쓴다. 1분의 시간 제한, 4칸을 없애면 주변을 터트릴 수 있는 블럭, 그리고 게임이 끝나고 특수 블럭이 터지는 라스트팡까지 ‘애니팡’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당연히 점수체계도 비슷하다. 게임을 베꼈네 마네 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게임은 ‘애니팡’ 뿐 아니며, 스마트폰 초기에 ‘불리’ 역시 비슷한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그 대신 ‘비주얼드’는 특수 아이템들을 구매할 수 있어 이를 이용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게임 요소는 역시 원조가 더 나았다.

‘애니팡’과 비교되는 것은 역시 랭킹이다. 아이폰에서는 애플의 게임센터를 이용할 수 있고 페이스북 친구를 리스트에 올릴 수 있다. 카카오톡과는 비교 자체가 어렵지만 게임 횟수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실컷’ 하고 싶다면 친구 등록을 한 뒤에 함께 해도 좋겠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