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셧다운제 격론…청소년 보호 vs. 개그 소재감

2012.09.28

“우리 아이들이 게임 때문에 죽어가고 있어요!”

그야말로 충돌이었다. 비교적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던 토론회를 거친 급류 속으로 몰아넣은 건 김민선 아이사랑국민연대 사무총장이 단상에 앉아있는 이들을 향해 일갈한 이후부터였다. 토론장 분위기가 거칠어졌고, 호통과 격론이 뒤섞였다. 누군가 봤다면 ‘아비규환’이라고 말했을지 모르지만, 셧다운제 문제를 의논할 때 사실 이 같은 토론회가 절실했던 것도 사실이다.

9월27일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실과 문화연대가 공동 주최한 ‘청소년 게임이용 평가계획 관련 토론회’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이날 토론회에는 ‘셧다운제’ 결정권을 갖고 있는 여성가족부와 ‘선택적 셧다운제’를 운영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등 셧다운제 찬성 의견을 가진 이들부터 셧다운제 반대 목소리를 내는 문화연대와 청소년, 학부모들까지 한데 모였다. 셧다운제에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지난 2011년 11월 ‘셧다운제’가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지금까진 반쪽짜리 토론회만 열렸었던 셈이다. 문화연대나 게임문화재단 등이 주최해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 혹은 정부가 주도한 셧다운제 도입 공청회 등이었다. 어쩌면 게이머들과 셧다운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이들은 이처럼 양쪽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렵게 모인 자리인 만큼 뜨겁고 격한 토론이 오고갔음은 물론이다.

이날 토론회가 열린 이유는 여성가족부가 지난 9월11일 홈페이지를 통해 고시한 ‘청소년 인터넷게임 건전이용 제도 대상 게임물 평가계획(이하 평가계획)’ 때문이다. 게임을 ‘강박적 상호작용’의 도구로 명시했고, ‘게임을 하면서 같이 하는 팀원들과 함께 무엇을 해나간다는 뿌듯한 느낌을 줄 수 있는 구조’와 같은 평가 항목에 높은 점수를 받은 게임은 셧다운제 규제 대상으로 분류하겠다는 점 등이 논란의 방아쇠가 됐다.

여성가족부의 평가계획, “개그 소재감”

토론 시작과 동시에 가장 먼저 마이크를 쥔 토론자는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였다. 이동연 교수는 이번 평가계획의 지표와 기준, 기관 등 전반적인 부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준이 모호하고,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과도한 보상구조’나 ‘강박적 상호작용’ 등 객관성이 떨어지는 평가지표가 가진 문제를 강조했다.

이동연 교수는 “게임에 관한 기초적인 이해가 없는 이들이 만든, 게임에 부정적인 전제가 녹아 있는 평가계획과 지표”라며 “대의적인 차원에서 이번 계획을 원점으로 되돌린 후 전문가를 다시 구성해 정확하고 객관적인 평가기준안이 마련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도 말을 보탰다. 전병헌 의원은 평가지표 속에 있는 문항들을 꼬집었다.

전병헌 의원은 “평가지표 속에서 ‘게임’이라는 단어를 빼면 이게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를 생각해보고 한참 웃었다”라며 “이 평가지표는 전문가가 만든 것이라고는 하지만 ‘개콘’ 소재감”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여성가족부의 평가지표 속에는 ‘게임을 하면서 같이 하는 팀원들과 함께 무엇을 해나간다는 뿌듯한 느낌을 주는 게임구조’를 더 잘 갖춘 게임일수록 셧다운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게임이라는 단어를 ‘회사’나 일 등으로 바꾸면 긍정적인 표현으로 바뀌는 대표적인 문항이다.

곧바로 반박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유홍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번 평가계획을 짜는 데 직접적으로 참여했다. 평가계획을 짠 인물이 바로 옆에 앉아있는데, 평가계획 자체에 대한 비난이 한꺼번에 쏟아진 셈이다.

유홍식 교수는 평가지표 하나만 두고 논쟁을 이어나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평가지표는 게임 자체를 판단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왜 평가지표 하나만 보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평가지표는 셧다운제를 적용할 적절한 게임을 찾기 위해 개발됐습니다. 게임 자체를 좋다, 혹은 나쁘다라고 평가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란 얘기죠. 그러려면 어떤 게임이 게이머를 더 오래 붙잡아 두느냐를 연구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게임을 오래 즐길 수 있다는 것은 게임업체가 재미있는 게임을 만들었다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유홍식 교수는 “논리의 허점이 드러난 부분에 대해선 수정, 보완작업을 거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검은빛(별명)’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 (왼쪽부터).

전병헌 민주통합당 의원.

유홍식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왼쪽),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셧다운제, 근본부터 논의 다시 해야”

토론회가 열리게 된 계기는 여성가족부가 논란의 여지가 많은 평가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셧다운제의 적절성을 묻는 근본적인 이야기도 이날 토론회에서 빠지지 않았다. 윤태진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여성가족부와 셧다운제 사이의 관계를 짚었다. 여성가족부가 왜 셧다운제를 하려는 것인지 이해한다면, 셧다운제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을 알 수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근본적으로 왜 여성가족부가 게임을 갖고 왈가왈부하려는지에 관한 의문을 품어야 합니다. 게임을 다루는 부처는 많습니다. 산업자원부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콘텐츠죠. 하지만 여성가족부는 게임이 우리가 보호해야 할 청소년을 병들게 하고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게임 규제를 확보하려는 것입니다. 이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여성가족부가 만든 게임 규제는 게임에 관해 부정적인 전제가 깔려있을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악의가 서린 전제로부터 출발한 평가기준이 나왔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평가지표에 대한 비판 의견이 나오자 평가지표를 만든 유홍식 교수가 반박했던 것처럼 윤태진 교수가 직접적으로 여성가족부를 문제삼자 여성가족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셧다운제에 찬성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첫 번째 토론회인 만큼 서로 반대의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활발하게 연출됐다. 김성벽 여성가족부 청소년매체환경과 과장이 윤태진 교수 다음으로 입을 열었다.

“게임 콘텐츠를 담당하는 부처가 여러 개로 나뉜 것에 대해서는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려해야 할 점은 게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게임을 진흥하는 쪽은 문화부와 산업부겠지만, 청소년을 게임의 부정적인 영향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은 여성가족부 몫입니다. 지금은 게임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나 청소년을 보호하는 법안이 내부적으로 균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각 다른 영역에서 필요한 만큼 정책에 개입하고 있습니다.”

김성벽 과장은 여성가족부가 게임 정책에 관여하는 이유를 “청소년들을 위한 일”이라고 정의했다. 게임은 산업적인 측면에서는 보호해야 하지만, 청소년 권익 보호 차원에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기도 하다는 주장이다.

김성벽 과장은 “게임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다”라며 “다만 청소년이 게임을 중독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것을 여성가족부가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성벽 여성가족부 청소년매체환경과 과장, 이수명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왼쪽부터).

권리와 강요의 충돌

이날 토론회 분위기를 극적으로 바꾼 김민선 사무총장은 지난 10년 동안 게임에도 셧다운제와 같은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인물이다. 이날 토론회에 정식 패널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청중석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김민선 사무총장이 마이크를 잡은 건 정식 패널로 참여한 7명의 토론자가 모두 발언을 끝낸 다음이었다.

“셧다운제는 게임을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최소한 밤 12시 이후부터는 영업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게임의 협동성이 나쁘다는 말이 아니죠. 중소 게임 개발업체든 대규모 게임 개발업체든, 밤 12시에서 6시 사이에 16세 미만 아이들에게 게임을 팔아서 이득을 챙겨야겠다면, 전 그런 게임업체는 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동이 국가의 미래입니다. 청소년이 건강하지 못하면, 현재조차 없다는 것은 왜 생각하지 않는 것입니까.”

토론이 시작된 지 2시간여가 지난 후였다. 김민선 사무총장은 두 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 답답함을 느낀 모습이었다. 발언에 거침이 없었다.

김민선 사무총장은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라며 게임을 직접적으로 몰아세우기도 했고, “‘애니팡’과 같은 게임이 가진 모바일게임의 중독성도 무시할 수 없다”라고 모바일게임도 셧다운제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민선 사무총장이 쏘아 올린 날선 화살은 정식 패널로 참여한 셧다운제 찬반론자 모두를 향했다.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를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고, 셧다운제 반대론자들은 게임이 청소년에 나쁜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을 방관하고 있다는 이유로 비판받았다.

김민선 사무총장의 발언을 시작으로 청중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청중들의 의견도 셧다운제를 적극 시행해야 한다는 쪽과 셧다운제 도입 문제를 근본부터 다시 살펴야 한다는 쪽으로 나뉘었다. 셧다운제 논쟁의 평행선이 좀처럼 맞물리지 않는 모양새였다. 김민선 사무총장의 발언에 직접적으로 맞불을 놓은 이는 ‘아리데’라는 별명을 쓰는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 소속 청소년이었다.

“청소년이 주인공인 청소년을 위한 게임법이라는 말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청소년을 위한다는 게임법에 청소년의 의사가 개입됐는지는 의문입니다. 청소년은 건강할 권리가 있다는 이유로 강제로 잠을 자야 한다는 논리를 펼친다면, 전 그와 같은 수면 권리에 대해선 권리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다.”

‘아리데’는 “제발 12시 이후엔 우리 청소년들을 잠잘 수 있도록 하자”라는 김민선 사무총장의 발언에 정면으로 맞섰다. 권리가 강요가 될 때 권리로서의 가치를 잃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청소년 인권문제와 직접적으로 맞물리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청소년은 게임을 자유롭게 즐기며 여가활동을 할 권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리데’는 “과도한 입시 경쟁과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로 목숨을 잃는 청소년 수가 훨씬 많다”라며 “무조건 12시 이후에 자라고 강요하기 전에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왜 게임에 빠져들게 되는지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아리데(별명)’ 진보신당 청소년위원회 횔동가.

3시간의 토론, 발전 없는 싸움

이번 토론회는 오후 3시에 시작해 6시가 다 돼서야 끝났다. 3시간 동안 토론이 이어진 셈이다. 토론 패널이 7명이나 참석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서로 할 말이 많았다. 패널들은 물론, 토론회를 지켜보던 60여명의 시민도 저마다 가슴에 품고 있던 말들을 꺼내고 싶어했다.

그런데도 토론의 방향은 좀처럼 한쪽으로 모아지지 못했다. 어떤 이는 이번 여성가족부의 평가계획에 대해 말했고, 어떤 이는 셧다운제의 근본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성토했다. 아이들이 게임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살벌한 발언도 터져 나왔다. 무엇에 관해 토론해야 할지, 혹은 어떤 점이 문제인지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합의는 앞으로도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이야기도 들렸지만, 틀렸다. 사회적 합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해보자. 사람을 죽인 이를 법적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대체로 동의할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 합의다. 헌데, 어떻게 처벌해야 할 것인지는 의견이 나뉠 수 있다. 사형을 집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사형은 또 다른 살인이라며 장기징역이나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 어떻게 처벌해야 할지에 관해선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오늘의 게임법은 마치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도 전에 법안이 통과된 사형제도와 같다. 살인을 저지른 사람을 어떻게 처벌해야 마땅한 지 제대로 토론이 이뤄지기도 전에 사형집행 법안이 통과된 꼴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시민사회와 법조계는 게임이 불건전한 콘텐츠인지 혹은 게임이 과몰입을 유발하므로 법적인 규제를 가해야 하는지에 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심리학, 의학적으로 과연 게임이 중독이나 과몰입 증세를 유발하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탄생한 셧다운제에 잡음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이날 3시간 동안 이어진 긴 토론회는 발전 없이 끝났다. 저마다 한마디씩 의견을 말했을지언정 후련하지는 못했으리라. 지난 2005년, 처음으로 셧다운제 논의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발전 없는 싸움을 이어왔다. 이날 토론회는 셧다운제를 둘러싼 지난 7년 역사의 압축판과 같았다.

소모적인 논쟁은 여기서 끝내도 된다.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시민사회와 법조계 모두에 진짜 사회적 합의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라는 주문을 하기에도 너무 늦었다. 그럼에도 합의는 필요하다.

게임 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합의를 이루기 위한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어떨까. 게임 콘텐츠를 셧다운제가 아닌, 유연하고 합리적인 방법을 통해 최소의 규제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는 합의 말이다. 애초 이 같은 합의를 확대한 다음 셧다운제 논의가 이루어졌다면 좋았으련만. 아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소득 없는 싸움을 멈추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일.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시민사회와 법조계까지 우리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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