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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게임즈 CEO “멀티 게임 플랫폼이 곧 기회”

2012.10.08

전세계 게임 개발자, 게임 마니아 치고 ‘언리얼 엔진’에 관해 들어보지 못한 이가 있을까. 언리얼 엔진은 게임 속에서 3D와 물리현상 효과 등을 표현해주는 게임 제작도구다. ‘크라이 엔진’이나 ‘유니티 3D’ 등 몇 가지 게임 제작용 엔진이 있지만, 언리얼 엔진은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쓰이는 도구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공동설립자 겸 CEO가 한국을 찾았다. 팀 스위니 CEO는 에픽게임즈에서 언리얼 엔진 개발을 이끈 수장이다. 1990년대 언리얼 엔진을 이용한 게임 ‘언리얼’ 시리즈를 개발하기도 했고, 2000년대 들어서는 ‘기어스오브워’ 시리즈를 제작했다. 게임 제작 엔진과 게임을 모두 성공으로 이끈 인물이다.

팀 스위니 CEO는 현재 게임 개발과 관련한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10월8일, ‘한국국제게임컨퍼런스(KGC) 2012’ 첫날 팀 스위니 CEO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과거에는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플랫폼의 특징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플랫폼 사이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은 게임 개발자에 기회가 될 것입니다. 게임을 한 가지 플랫폼을 통해 개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 동시에 개발할 수 있기 때문이죠.”

팀 스위니 CEO는 게임 플랫폼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게임 플랫폼은 PC와 콘솔, 웹, 모바일기기 등 다양하지만, 게임 플랫폼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는 견해다.

팀 스위니 CEO의 설명대로 예전엔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 사이에 구분이 명확했다. 피처폰 시절 모바일 기기용 게임은 그래픽 수준이나 요구하는 성능 등이 낮은 편에 속했다. 게이머와 소통할 수 있는 요소도 적었다. 웹기반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PC 기반 게임과 비교해 하드웨어 자원을 적게 요구하는 캐주얼게임이나 단순한 게임이 주류를 이뤘다.

하지만 지금은 모바일게임과 웹게임도 PC 게임 못지않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PC와 기타 게임 플랫폼 사이에 멀찍이 떨어져 있던 거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다. 거리가 좁혀지면, 개발자는 각기 다른 플랫폼을 염두에 두고 게임을 개발하는 일이 쉬워진다.

“게임 플랫폼이 변화하고 있는 점을 꼽자면, 고해상도 디스플레이를 지원한다는 점이나 ‘다이렉트X 11’지원,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지원한다는 점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게임을 조작하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웹과 모바일, PC 플랫폼 등에서 동일한 게임 경험을 지원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팀 스위니 CEO는 특히 모바일 기기를 통한 게임 경험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애플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 PC는 물론이고, 애플 iOS나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성능이 해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멀티코어 프로세서를 지원하기도 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도 기존 게임 플랫폼과 비교해 아쉬울 것 없는 수준이다.

실제로 에픽게임즈는 모바일게임 사업에서도 성공적인 선례를 만들어냈다. 에픽게임즈가 지난 2010년 12월 애플 iOS용으로 처음 소개한 ‘인피니티 블레이드’가 주인공이다. 이후 에픽게임즈는 2011년 12월, ‘인피니티 블레이드2’를 출시했고, 세 번째 시리즈 ‘인피니티 블레이드 던전’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는 에픽게임즈의 고사양 게임 제작 도구 ‘언리얼 엔진3’으로도 높은 품질을 가진 모바일게임을 개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에픽게임즈가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를 성공시킨 이후 엔비디아의 모바일 프로세서 ‘테그라’ 시리즈를 위한 3D 게임이 개발되는 등 안드로이드 모바일게임 개발 환경도 함께 발전했다. 모바일게임의 게임 경험이 단순 캐주얼게임에서 고사양 3D 게임 분야까지 발전한 셈이다.

팀 스위니 CEO는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는 언리얼 엔진의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한 도전이었는데, 지금은 에픽게임즈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프로젝트가 됐다”라며 “모바일 기기의 하드웨어가 발전하는 속도는 PC 하드웨어가 발전해온 속도보다 월등히 빠르기 때문에 앞으로 5년 안에는 최신 ‘언리얼 엔진4’의 기술도 모바일기기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픽게임즈에서 한창 개발중인 ‘인피니티 블레이드 던전’, 내년 1분기 출시 예정이다.

팀 스위니 CEO가 설명한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 탄생 비화를 들어보면 귀가 쫑긋해진다. 에픽게임즈는 ‘인피니티 블레이드’ 첫 번째 버전을 개발할 당시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는 개발진 12명이 모여 언리얼 엔진의 모바일 기기용 게임 개발 가능성을 살피기 위한 시험판 수준이었다는 게 에픽게임즈의 설명이다.

결국,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는 언리얼 엔진으로 만든 고사양 게임도 애플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서 부드럽게 구동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렸다. 이전까지 모바일게임 영역에서 볼 수 없었던 그래픽과 게임 경험을 보여주기도 했다. 현재 에픽게임즈에는 ‘인피니티 블레이드’ 시리즈 개발을 담당하는 인력이 30여명 정도로 늘었다고 한다. 에픽게임즈 내부적으로도 모바일게임 사업에 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중이다.

팀 스위닌 CEO는 “모바일게임 업계에서 경쟁업체도 많아지고 있고, 태블릿 PC나 스마트폰의 게임 경험이 PC용 게임과 맞먹을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라며 “하이엔드 게임부터 로우엔드 캐주얼게임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게임 경험은 전 분야에 걸쳐 확장될 것”이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하드웨어가 발전함에 따라 모바일기기용 게임 품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지난 50여년 동안 게임이 걸어온 역사와 닮았다. 하지만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도 미래의 게임 속에서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팀 스위니 CEO는 모바일기기가 가진 가능성에 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4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나 GPS 센서, 동작인식 기술 등이 앞으로 게임과 긴밀하게 연결될 것입니다. 게임 경험이 게임과 관련 없는 기술과 융합해 전혀 다른 경험을 지원하게 된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GPS 정보를 게임 속에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게이머의 실제 위치와 다른 게이머의 위치를 분석해 위치정보를 활용하는 게임을 개발할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동작인식 센서 키넥트도 게임 경험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고, 음성인식 기능도 이미 상용화 단계를 맞았다.

팀 스위니 CEO는 “모바일기기 특성상 조작법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는데, 키넥트 등을 이용한 동작인식 기술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애플의 ‘시리’와 같은 성공적인 기술도 게임과 엮여 새로운 경험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게임 제작 엔진을 이용해 고품질 게임을 만들면 성공하던 시대는 이미 종말을 맞았다. 경험과 플랫폼이 게임 개발 현장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플랫폼과 기술 발전을 동력으로 삼에 현재 게임 개발 시장은 어떤 산업분야보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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