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의 썬 인수, 오픈소스 SW에 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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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 합병한다고 밝혔습니다. 나온 사실을 가지고 갖가지 상상을 하게 됩니다. 이번 글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Open Source Software: OSS)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오라클과 오픈소스 SW와 큰 연관이 많지는 않은 것 같지만 썬이 보유한 대부분의 소프트웨어 제품들이 오픈소스 기반이라는 점에서 상용 SW의 대명사인 오라클이 인수로 인해 얻게 된 오픈소스 SW 제품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는 상당한 관심거리입니다.

썬은 자바(java), 오픈솔라리스(opensolaris), 마이에스큐엘(MySql), 글래스피쉬(GlassFish), 넷빈즈(NetBeans), 스타스위트(StarSuite), 오픈SSO(OpenSSO), 오픈스토리지라는 쟁쟁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 중순, 썬은 미국 뉴욕에서 개최된 커뮤니티원(CommunityOne) 행사에서 자바, MySQL, 오픈솔라리스, 오픈 스토리지 등을 포함한 썬의 소프트웨어 기술에 의해 더욱 강화된 오픈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스트럭처인 ‘썬 오픈 클라우드 플랫폼(Open Cloud Platform)’을 공개했습니다.

자사가 보유한 모든 소프트웨어들을 엮어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시장에 대응하겠다고 나선 것이죠.

썬은 상용 SW 업체들과 대응하기 위해 오픈소스를 무기로 들고 나왔습니다.

MySQL의 운명은?

우선 MySQL을 살펴볼까요. MySQL은 웹 생태계를 구현하는 IT 인프라의 대명사인 리눅스(L), 아파치(A), MySQL(M), PHP(P)의 약자인 LAMP에서 DBMS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월 썬은 10억 달러에 MySQL을 인수한다고 밝혔습니다. 인수가 완료된 후 조나단 슈워츠 썬 CEO는 “마이SQL은 오픈소스 시장의 보석이며 1천100만 사용자를 갖고 있다”면서 “썬에게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전략적 가치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인터넷 분야에 최적화돼 있긴 하지만 기존 오라클 DBMS를 통해 웹 서비스에 나선 고객들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빌링이나 회원 정보와 관련된 분야는 유닉스와 오라클 DBMS를 사용하지만 나머지 서비스는 대부분 LAMP 형태로 바꿨습니다.

오라클 입장에서는 썬을 인수하면서 고구마 줄기 엮듯이 덩달아 MySQL을 인수하게 됐지만 이미 MySQL의 행보에 딴지를 건 적이 있습니다. 2005년 10월 핀란드의 이노베이스를 인수한 것이죠. 이노베이스는 MySQL DBMS의 핵심 저장 시스템인 ‘이노DB(INnoDB)를 공급하고 있던 업체입니다. 이노DB는 여러가지 저장시스템과 연동돼 중요한 업무에 필수 기능인 트랜잭션을 지원합니다. 오라클의 이노베이스 인수 당시 MySQL 사용의 30%~40%는 저장 시스템으로 이노DB를 사용하고 있었다는 군요.

오라클은 MySQL과 협력하는 핵심 업체를 인수하면서 MySQL 고객들을 자사 고객으로 윈백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든 것이죠. 물론 오라클은 관련 기능을 계속 오픈소스로 지원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당시 MySQL은 독자적인 트랙잭션 처리를 위한 기능을 개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오라클의 기습 공격에 상당히 당황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MySQL을 품에 안았으니 이제 오라클의 의도가 무엇이던지 간에 탈 오라클을 외쳐왔던 고객들로서는 선택의 폭이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DBMS 분야에서는 정말 오라클의 손바닥에서 놀아야 될 상황입니다. 오라클이 관련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 하지 않는다면 LAMP라는 거대한 조합도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고객의 선택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서글픈 일이죠.

오라클의 유지보수율 인상으로 불만이 쌓인 고객들이 웹 업무와 관련된 분야에서 MySQL을 많이 선택하고 있었는데 이런 움직임에도 제동이 걸릴까요? 고객의 한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 듯 합니다.

미들웨어 글래스피시 앞날도 불투명

다음으로는 미들웨어인 글래스피시입니다. 오라클은 BEA라는 미들웨어 전문 업체를 지난해 품에 안았습니다. 피플소프트나 시벨의 제품을 비롯해 오라클의 기존 제품군들을 통합할 때 미들웨어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사의 제품간 통합은 물론 미들웨어 시장에서 1위를 하고 있는 IBM을 잡기 위한 포석이었습니다.

이에 반해 썬은 2009년초 애플리케이션 서버인 글래스피시(GlassFish)를 기반으로 하는 오픈소스 웹 플랫폼인 ‘썬 글래스피시 포트폴리오’를 발표했습니다. 아파치 톰캣(Apache Tomcat), 루비(Ruby), PHP, 라이프레이 포털(Liferay Portal), 글래스피시(GlassFish)와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구축된 썬 글래스피시 포트폴리오를 통해 오라클이나 IBM을 공략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썬마이크로시스템즈 소프트웨어 인프라 부문 마크 헤링(Mark Herring) 부사장은 “썬은 글래스피시 포트폴리오를 통해 최저 가격으로 최고의 성능과 확장성을 제공하는 오픈소스 플랫폼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썬 글래스피시 포트폴리오로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기업들은 신속한 설치와 함께 타 솔루션 대비 획기적 비용으로 7배 향상된 성능을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라클과 IBM이 상당히 고가의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다가서고 있는데 오픈소스 스택 전략으로 이를 깨겠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이런 원대한 꿈은 물거품이 될 확율이 아주 높습니다. 오라클은 이미 BEA를 인수하면서 BEA의 웹로직과 턱시도를 자사의 미들웨어 핵심 콤포넌트로 삼았습니다. 너무 많은 업체를 인수하면서 고객들이 제품 통합에 문제가 없겠냐는 지적에 대해 언리미티드 전략을 통해 오라클이 이전에 제공했던 제품은 물론 인수한 회사의 제품을 사용하더라도 끝까지 제품을 출시하고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죠. 이런 상황에서 오라클의 썬 글래스피시 포트폴리오까지 떠안게 됐습니다.

오라클 입장에서 썬의 미들웨어 제품군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이유는 없어진 것이죠. 썬이 제품들이 시장에서 호령을 했더라면 입장이 틀려졌겠지만 이미 기업 시장에서 인정받은 BEA를 인수해 BEA가 보유했던 제품을 자사의 미들웨어 핵심 컴포넌트로 삼은 입장에서 다시 조합을 바꿀 하등의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개발환경과 오피스 제품군은?

넷빈즈라는 IDE도 어떤 운명에 처할지 모릅니다. 이 시장은 이미 IBM이 오픈소스 재단으로 독립시킨 이클립스가 석권을 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넷빈즈의 영향력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썬과 IBM이 개발자환경 지원을 위해 경쟁할 때 이슈는 BEA나 SAP, 오라클 같은 자바 지지 세력이 어느 쪽 손을 들어주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이들 업체는 이클립스를 우선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넷빈즈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게임이 끝난 상황이었습니다.

이클립스의 성공은 IBM 내부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다는 견해가 있었습니다. 저렇게 클 줄 몰랐던 것이죠. IBM은 그 후 자사의 통합커뮤니케이션과 협업 제품들을 이클립스 기반으로 바꾸고, 개발 툴들도 모두 이클립스 기반으로 바꾸면서 대대적인 변신에 나섰습니다.

오라클도 이클립스 진영에 많은 후원을 하고 있는 상태에서 넷빈즈를 계속 이끌지 모를 일입니다. 이미 개발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이클립스 진영과 경쟁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 것이죠.

흥미로운 것은 바로 오픈오피스입니다. 오픈오피스는 IBM이 발표한 심포니의 모태가 됩니다. IBM은 강력한 시장 드라이브는 하지 않고 있지만 다큐멘트 표준을 정하면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문서와 오픈오피스 진영간 데이터가 호환되도록 시장을 이끌었습니다. 그 후 IBM은 내부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순차적으로 심포니로 교체해 나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핵심 수익원을 타깃으로 한 것이죠.

오라클이 오픈오피스를 IBM과 같은 전략 카드로 뽑아들 확율은 높습니다. 대대적인 사업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앙숙인 MS의 수익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데 오라클이 오픈오피스를 버릴 이유는 없겠죠. 지금과 같은 무료 전략으로 기업 고객들이나 개인 고객들에게 다가설 것 같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는 그동안 썬의 행보는 신경을 안썼지만 오라클과 IBM의 무료 오피스 배포에는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겠죠.

물론 IBM이나 오라클 같은 업체들이 오픈XML을 주창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자사의 미들웨어를 새롭게 개발할 때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 문서 기술에 발목이 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기업 내 데이터들의 상당 부분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제품군에서 생산된 것들이라서 서로 다른 시스템간 통합을 하는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MS 오피스 제품군이 새롭게 바뀐 후에 이를 지원해야 했습니다. 이 분야는 빠르게 바뀌지 않겠지만 서서히 바뀔 듯 보입니다.

자바와 솔라리스는 생존 1순위

래리 엘리슨 오라클 CEO는 자바에 대해 “지금까지 인수한 가장 중요한 단일 소프트웨어 자산”이라고 말했습니다. 자바의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해 썬을 산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닷넷 진영을 철저히 통제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정책을 펼지, 아니면 지금과 같은 느슨하지만 끈끈한 유기적인 관계를 가져갈지입니다.

IBM이 골치가 아픈 사항입니다. 다 잡은 고기를 유닉스 서버 시장 독점 문제 때문에 놓쳤으니 얼마나 배가 아프겠습니까? 놓친 것도 서러운데 가장 얄미운 경쟁자가 홀짝 낚아 챘으니 말이죠.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데 원수가 샀으니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자바의 생존은 당연한 것이지만 어떤 정책이 나올지 관심사입니다.

솔라리스는 썬의 유닉스 서버 운영체제였습니다. 썬은 이 운영체제를 자사의 독자적인 x86 서버에 포팅까지 해서 시장에 내놨지만 인텔AMD 기반의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와 리눅스에 참패했습니다. 썬은 부랴부랴 자사의 칩을 탑재한 x86 서버 시장 접근을 포기하고 2년 전 인텔 진영에 합류했습니다. 리눅스와 윈도우를 x86 서버 운영체제로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죠.

물론 썬은 솔라리스를 x86 서버 시장에 안착시키기 위해 ‘오픈솔라리스’로 오픈소스화 했습니다. 이렇게 오픈소스화된 제품을 가져다 자사만의 기능을 넣어 솔라리스 10을 내놓은 것이죠. 자사의 유닉스 서버는 물론 IBM, HP, 과 같은 x86 서버 제조사 제품에도 탑재되도록 한 것이죠. 썬 유닉스와 x86 서버를 함께 사용하는 고객들에게는 멋진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단일 OS로 대부분의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점은 기업 입장에서 운영을 간소화하고 인력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솔라리스가 x86 서버 시장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오라클의 전략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철저히 소프트웨어 업체로 남는다면 다른 서버 업체들이 지원을 하겠지만 오라클의 DBMS와 서버를 엮어 고객에게 제공한다고 하면 경쟁 서버 업체들이 지금과 같은 협력을 지속시킬 이유가 하나도 없는 것이죠.

델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델도 x86 서버에 솔라리스를 탑재해 제공하기는 하지만 국내 고객들 중 x86 서버에서 솔라리스를 운영하는 고객들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습니다. 오라클은 썬을 인수하면서 자바와 솔라리스를 얻은 것이 큰 성과라고 했지만 솔라리스의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오라클은 지원을 많이 하겠지만 나머지 IT 업체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오라클의 하드웨어 사업 포기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죠.

가상화(Virtualization) 관련한 제품군의 모태가 모두 젠(Xen)이라는 점에서 두 제품간 통합은 한결 수월할 것 같습니다. 썬은 데스크톱 가상화 분야까지 개발해 놨기 때문에 오라클의 가상화 전략은 한층 탄력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가상화 시장의 다크호스로 부상할 확율이 높습니다. VM웨어나 마이크로소프트, 젠을 이용해 가상화 시장에서 부상중인 시트릭스는 새로운 경쟁자의 출현에 긴장할 듯합니다.

이렇게 쓰고 봤더니 오픈소스 진영에겐 거의 재앙 수준이네요. 안 좋은 쪽으로만 삐딱하게 봐서 그럴까요? 이번 합병이 올해 내 끝난다고 하니 이런 상상은 아마도 오라클의 썬 인수 전까지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상상은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Comming Soon~~.

양념 하나. IBM의 소프트웨어 파트너인 다우기술은 썬의 소프트웨어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상용 제품부터 오픈소스 제품까지 다뤘습니다. DB2와 인포믹스, MySQL과 포스트그레스큐엘 기반의 엔터프라이즈DB를 통해 오라클을 맹공하려고 했는데 MySQL이라는 큰 축이 떨어져 나가게 됐습니다.

특히 오라클이 IBM의 파트너인 다우기술과 계속 협력하지는 않을 텐데요. 다우기술 입장에서는 마른 하늘에 날 벼락 맞은 상황입니다. 불똥이 한국 먼저 튀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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