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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브라우저로 접속하는 스마트카 세상

2012.10.11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TV와 자동차에도 ‘스마트’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하루가 다르게 신제품이 쏟아지고 언제라도 마음만 먹으면 신형으로 바꾸는 게 그리 어렵지 않은 것과 달리, 스마트TV나 스마트카의 전환은 쉽지 않다. 한 번 사면 짧게는 5~6년, 길게는 10년 이상 쓰는 것이 TV와 자동차다.

오비고는 모바일 웹브라우저를 만드는 회사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산타페, 제네시스 등에 들어가는 블루링크 시스템을 통해 스마트카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블루링크의 메뉴들은 차량 내에서 간단한 뉴스 정보나 주변 지역 정보들을 알려주는 역할로 아직 제한적이긴 하지만 오비고가 꺼내든 가능성은 재미있다.

오비고의 스마트카 기술은 모든 부분을 HTML5와 HTTP 프로토콜로 처리하지만, 아직 현대 자동차의 블루링크는 별도의 인터넷 정보를 보여주는 정도의 수준이다. 블루링크의 내용은 차량 안에서 보기 수월하게 꾸민 별도 페이지를 통해 운영된다. 플랫폼이나 버전 업데이트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모든 내용은 가상 환경을 통해 이뤄진다. 오페라 미니처럼 실제 페이지 렌더링은 별도의 서버에서 이뤄지고 화면에는 결과물의 이미지만 보여지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블루링크 시스템은 아톰과 윈도우CE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추후 안드로이드나 리눅스를 도입한 차량에서도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다만 차량의 안정성이나 해킹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 직접 주소를 입력하는 풀브라우징은 현대자동차가 막아둔 상태다

하지만 스마트카의 가장 어려운 점은 따로 있다. 기술을 실제 차량에 집어넣는 것이 어렵다. 안전 문제 때문이다. 오비고의 스마트카 관련 기술은 단순히 차량 안에서 인터넷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차량과 HTML5가 연결되는 가능성은 의외로 넓다. 기술은 모두 준비돼 있고 안전성을 인정받아 차량에 접목하기만 하면 된다.

한국전자전에서 선보인 오비고의 차량용 시스템은 자동차 속 거의 모든 장치들을 통합할 수 있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속 웹브라우저로 스마트폰에 담긴 음악,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스마트폰이 일종의 웹서버가 되고 차량의 웹브라우저로 접속하면 음악이나 동영상 등을 얼마든지 당겨서 보여준다. 웹브라우저에 차량의 현재 상태, 경고 메시지를 띄울 수도 있다.

주행하는 동안 속도, 엔진 RPM 등 차량 정보를 알려주는 클러스터의 역할도 웹브라우저가 수행한다. 기본적인 동력 시스템을제어하는 ECU나 제한적인 정보를 출력하는 ODB2 단자를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정보만 있으면 가능하다. TV광고로 흔히 본 시동 걸기나 에어컨 조절 등도 웹브라우저를 통해 가능하다.

문제는 보안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무엇을 어디까지 열어줄 것인지에 모든 게 달려 있다. 먼지만큼이라도 안전과 보안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면 아무리 첨단 기술이라도 쓰지 않는 것이 자동차 시장이다. 그런 정책이 옳은 것도 사실이다. 웹브라우저를 통해 차량을 해킹해 ECU와 OBD2 뿐 아니라 GPS 등의 모든 정보를 외부에서 손댈 수 있다면 영화처럼 달리는 차량의 시동을 끄거나 급발진 등을 제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래서 실제 자동차 회사들이 아직은 적극성에 비해 제품을 빨리 적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차량 보안과 안전에 대한 부분도 꾸준히 논의되면서 웹브라우저나 SoC 등 다양한 방법으로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자동차가 진정 ‘스마트’해지려면 꼭 필요한 요소다. 오비고는 스마트카 시장을 이끄는 제니비 프로젝트의 주요 멤버이기도 하다. 제니비 안에는 오비고 외에도 여러 제조사들이 다양한 IT 기술들을 풀어놓고 있는데, 어떤 자동차 브랜드가 먼저 더 과감한 기술을 채택해 스마트한 자동차를 내놓게 될 지 지켜볼 일이다.

오비고의 스마트TV 시장도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다. 오비고는 스마트TV얼라이언스 회원사다. LG전자, 도시바, 필립스, 퀄컴 등이 이 안에 포함되어 있다. 이 안에 들어가는 웹브라우저를 기본으로 일부 애플리케이션을 TV용으로 포팅하는 일도 한다. 또한 오비고는 웹브라우저 안에서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웹앱의 가능성도 엿보고 있다. 크롬과 비슷하지만 오비고의 웹앱 솔루션은 HTML5를 띄울 수 있는 웹브라우저라면 어떤 플랫폼이나 브라우저든 가리지 않고 애플리케이션들을 돌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웹사이트에 로그인만 하면 내가 구입하고 쓰기로 한 애플리케이션 목록이 뜨기 때문에 관리가 쉽고 BYOD(bring your own device) 등 최근 개인용 기기를 업무에 활용하는 데 따른 보안 부담도 덜 수 있다. 웹브라우저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