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버스’로 본 공공 데이터 활용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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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커뮤니케이션이 연 개발자 행사 ‘디브온 2012’에 눈길을 끄는 자리가 마련됐다. 디브온은 다음이 개발자를 대상으로 2011년부터 해마다 여는 대회로, 올해는 서울 신림동 디큐브시티에서 10월12일 열렸다.

윤종수 서울북부지방법원 부장판사와 유주완 서울버스 대표, 김학래 삼성전자 수석 개발자는 디큐브시티 9층에 있는 극장 무대에 올랐다. 세 사람의 소속만 보면 마주칠 일이 없어 보이는데 한 무대에 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이 무대의 주제는 ‘공공데이터 개방과 그 가능성’이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바로 이 주제에 있다. 윤종수 부장판사는 크리에이티브커먼즈 코리아 리드로서, 저작권 라이선스인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라이선스 운동을 이끌고 있다.

유주완 대표는 ‘서울버스’라는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아이폰, 안드로이드폰)을 2009년 출시했는데, 당시 고등학생이었다. 이 앱은 서울시가 웹사이트와 ARS로 제공하는 버스 도착 정보를 모바일로 보여줬다. 김학래 개발자는 공공데이터 활용 정보를 나누는 커뮤니티 코드나무열린지식재단(Open Knowledge Foundation)에서 활동한다.

세 사람의 얘기는 토크쇼로 진행됐다. 윤종수 판사는 “정부2.0이라는 활동을 하게 된 건 당시 고등학생인 유주완 군의 서울버스 앱 때문”이라며 “서울버스 앱은 우리나라에서 시민이 참여해 데이터를 만든 시초인 것 같다”라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야기를 듣기 앞서 서울버스 앱부터 소개해야겠다. 지금은 다음과 네이버, 구글의 모바일 앱으로 정류장 별 버스 도착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유주완 대표가 서울버스 앱을 내놓기 전까지 버스 도착 소요 시각을 확인하는 방법은 다소 불편했다.

“ARS로 전화하면 버스가 언제 오는지 알려주는 게 있었지요. 그런데 전화를 걸어 멘트를 다 들어야 이용할 수 있는 게 불편했습니다. 이 과정을 앱 형태로 만들면 ‘내가 편하게 쓰지 않을까’란 생각에 만들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말쯤 정보가 차단됐습니다. 그러고 나서 원래 버스 데이터를 이용하려는 기업은 많았는데 허락을 얻는 게 쉽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 전 허락 받아야 한다는 걸 모르고 가져다 썼지요.”

서울시는 당시 ARS뿐 아니라 웹사이트로도 버스 도착 정보를 알려줬는데, 유주완 대표는 이 웹사이트에서 HTML로 된 정보를 긁어 앱을 만들었다. 서버는 집에 있는 노트북을 사용해 서비스가 작동했다. 개발자인 유주완 대표는 이 앱을 두고 “기술적으로 보면 별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이 앱은 기술적 난이도와 상관없이 서울시에서 차단됐을 때, 배너광고를 넣었을 때 많은 관심을 일으켰다.

윤종수 판사는 “유주완 군이 하루 이틀 만에 앱에서 배너광고를 내리며 트위터에 ‘미안하다’라고 썼는데 전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라며 “모든 사람이 쓰게 한 데이터를 가지고 비즈니스를 만들었고, 그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한 것은 다른 사람이 제공하지 못한 가치를 더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공공 데이터를 무료로 얻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수익을 노려도 문제는 없는 것일까. 김학래 박사는 “공공데이터 관련한 행사 중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오케이페이스티벌’에서 공공 데이터와 비즈니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라며 “이곳에서, 열린 데이터를 활용한 비즈니스는 문제가 없고, 앞으로 공공 데이터는 당연히 비즈니스로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다”라고 해외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구글이 지식프로젝트가 가동하며 한국의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큰 회사만 공공 데이터를 활용할 게 아니라 소시민도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수익을 낼 구조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기업이 무료 서비스에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는 걸 수익을 전혀 추구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까. 엄밀하게 따지면 기업은 무료 서비스를 바탕으로 자사의 다른 유료 서비스로 이용자를 끌어오게 하니, 공공 데이터로 수익을 추구한다. 그런데 그 잣대가 엄격해 소시민은 아이디어를 실현할 시도를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 고등학생이 만든 서울버스 앱이 가져온 편리함을 떠올리면 김학래 박사의 얘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서울버스 앱이 나오고 3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고등학생이던 유주완 군은 이제 서울버스란 회사의 대표가 됐다. 웹사이트에서 HTML로 된 정보를 긁어오던 때에 비하면 지금은 공공 데이터를 활용하는 환경이 나아졌을까.

유주완 대표는 “API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파싱해야 하는 때가 있고, API가 너무 느리거나 유료인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김학래 박사는 “열린데이터광장이나 공유자원포털이 등장하며 가시적으로 좋아졌지만, 사용하기에 편한 형태는 아니다”라며 “공공데이터를 활용할 때, 개발자들이 정보를 크롤링하고 데이터를 만들어 앱을 만드는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라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