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베리에 관한 책이 나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기초적인 내용들로 채워져 있지만, 블랙베리에 대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보니 이런 책도 필요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떤 사람이 썼는지 궁금했다. RIM에 물어보니 원래 유명한 개발자란다. 앱으로 돈도 많이 번단다. 얼마 전 미국에서 열린 개발자 행사인 ‘블랙베리 잼’에도 다녀왔단다. 그런데 대학생이다. 무작정 만나자고 연락을 넣었다. 뭐가 됐든, 블랙베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블랙베리는 ‘신뢰’”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일두씨의 첫 인상은 책상물림 대학생이었다. 통계학을 전공하고 있단다. 그런데 블랙베리 앱 개발도 하고 있다. 일단 책 이야기부터 물었다. 블랙베리 9000 시리즈는 이제 정리 단계에 들어가는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다. 곧 신제품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블랙베리 100배 즐기기’라는 책을 낸 이유가 궁금했다.

“블랙베리는 아직 충분히 쓸만한 스마트폰입니다. 익숙해지면 편한데 처음 보는 이용자들은 어려워하지 않나요?” 맞다. 처음 블랙베리를 접했을 때 며칠간 이걸로 뭘 해야 하고 뭘 할 수 있을지 헤매는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나 ‘예뻐서’ 구매한 이용자들은 고민이 많은 단말이다. “다른 모바일 운영체제는 모두 관련 매뉴얼이 있는데 블랙베리만 없는 게 신경쓰였어요. 그래서 가장 기본적인 이야기를 담았죠.”

하지만 블랙베리는 여전히 제약이 많다. 어떻게 보면 다른 플랫폼에 비해 소외받는 면도 없지 않다. 대체 왜 블랙베리를 쓰는 걸까.

김일두씨가 블랙베리를 처음 선택한 것은 아이폰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그 이전에는 원래 문자 메시지나 e메일로 소통하는 것을 불편해했다고 한다. 무조건 전화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블랙베리를 만난 뒤 e메일과 블랙베리 메신저(BBM)을 쓰면서 메시지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새로운 습관이 들었다고 한다.

한번은 중요한 e메일을 받아야 했는데 지하에 있어 인터넷 연결이 전혀 안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블랙베리로는 e메일과 BBM 메시지가 들어왔다. 블랙베리의 메시지를 연결해주는 BIS(BlackBerry Internet Service)의 압축률이 높아 미세한 연결에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던 덕분이었다. 인터넷과 휴대폰 환경이 한국보다 좋지 않은 미국이나 동남아시아 등 국가에서 블랙베리를 많이 쓰는 것도 이런 이유라고 한다. e메일이나 메시지 전송이 빠른 덕분에 앱 개발 관련 문의가 와도 거의 실시간으로 답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키보드를 통해 즉각 처리할 수 있기 때문에 할 일을 미루는 경우도 줄어든 것을 블랙베리의 강점으로 꼽았다. 무엇보다 이런 점들이 쌓여서 주변 사람들에게 주는 신뢰성을 김일두씨는 가장 높이 샀다.

“플랫폼 소외? 블랙베리10으로 풀 수 있어”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애니팡’은 커녕 현재 블랙베리에서 할만한 게임은 거의 없다. 꼭 게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스마트폰에서 즐기는 적잖은 앱이 블랙베리로 들어오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블랙베리10으로 전환마저 늦어지니, 블랙베리 9900이 버티긴 더욱 어려워졌다.

“물론 소외받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메시징이라는 스마트폰 본래의 역할로서는 가장 충실합니다. 일장일단이 있는 건데, 블랙베리10이 나오면 해결될 일입니다.” 김일두씨는 이미 블랙베리10용 앱을 만들고 있는 개발자이기도 하다. 블랙베리10의 개발자 버전도 이미 써본 경험이 있다.

마침 지난 9월 25일 미국에서 열린 블랙베리잼에 다녀왔다기에 블랙베리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일단 블랙베리10 운영체제에 대한 기대가 컸다. “가장 놀란 점은 속도입니다. 안드로이드는 최근에서야 UI 스크롤이 60프레임으로 개선되고 있지만, 블렉베리10은 첫 베타부터 60프레임을 유지했어요. UI 자체에 신경을 많이 썼고 보여주는 것 외에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잘 분석한 느낌입니다. 블랙베리10이 많은 걸 바꿔놓으리라는 기대를 하기엔 충분했어요.”

이번 블랙베리잼은 최근 RIM의 상황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고조된 분위기를 이어갔다. 키노트 중에 개발자들의 환호성도 울렸고 장내는 내내 좋은 평가가 이어졌다는 후문이다.

“개발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가 ‘그동안 RIM이 아무것도 안 하는 줄 알았더니 뒤에서 이렇게까지 준비했나’라는 것이었어요.” 뉴스만 났다 하면 부정적인 이야기가 넘치는 RIM으로서는 블랙베리10에 회사의 사활이 걸려 있는 만큼 탄탄한 준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앱 개발 장벽 낮아지고 기회 높아져

상대적인 앱 부족도 블랙베리10에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일두씨는 “블랙베리10의 개발도구는 iOS나 안드로이드에서 쓰던 언어로 개발할 수 있어 기존 앱을 거의 그대로 블랙베리에 올리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말한다. 또한 네이티브 코드로 개발할 수 있어 특히 블랙베리에도 공격적인 게임 시장이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블랙베리10의 개발도구는 개발자 입장에서 보자면 다른 플랫폼에 비해 몇 년 앞서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좋았다고 전한다. 그 동안은 자바 기반이었는데 새 개발툴은 C, 어도비 에어 등을 더해서 쓸 수 있다. 언어가 늘어난다는 것은 곧 개발자의 시장 진입이 늘어난다는 뜻이다. 김일두씨는 이번 블랙베리 잼을 통해 공개된 블랙베리10 베타3은 이전 버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발전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블랙베리10은 전체 터치스크린을 쓴 것과 쿼티(QWERTY) 키보드를 품은 것이 함께 나올 예정인데, 가로 해상도를 똑같이 맞췄기 때문에 양쪽 단말기용 앱을 함께 개발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고 한다. 김일두씨는 기존에 개발했던 ZAPP이나 ZAPP클럭, 무료 국제전화 소콜 등을 벌써 블랙베리10용으로 개발하고 있다. 웹웍스 개발 플랫폼을 이용하면 이전 블랙베리 9000시리즈와 10용 앱을 함께 만들 수 있어 편리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궁금한 것을 물었다. ‘개발자로서 수익이 정말 괜찮을까?’ 이에 김일두 씨는 “왜 개발자들이 블랙베리 앱을 만들지 않는지 모르겠다”라고 되레 고개를 갸웃거렸다. 블랙베리 앱월드는 안드로이드보다 유료 앱 판매량이 훨씬 많고 판매 수익도 40% 가량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시장 진출이 쉽고 이용자들이 앱을 구입하는 것도 어색하지 않은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일두씨도 학교를 다니며 짬을 내 만든 앱으로 거둔 수입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손꼽을 만큼 앱을 많이 판매하는 개발자라고 하니, 수입도 대략 짐작할 만하다. “블랙베리는 가능성이 많은 플랫폼입니다. 지금은 고전하고 있지만 블랙베리10이 개발자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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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