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수다떨기] 핸디의 미래, 국산 SW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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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오라클이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다는 메가톤급 뉴스에 가려서일까. 바로 그날, 국내 IT 업계에도 결코 무시할수 없는 인수 합병 하나가 진행됐지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것 같다.

바로 핸디소프트의 피인수 소식이다.

1991년 설립된 핸디소프트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를 대표하는 1세대 기업이다. 20년 가까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맏형이자 상징같은 기업이었던 만큼, 핸디소프트의 피인수는 국내 소프트웨어 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그러기에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날 핸디소프트의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였던 안영경 고문은 자신의 지분과 경영권을 오리엔탈리소스에 넘겼다. 자신이 보유한 지분 718만주(지분율 29.92%)와 경영권을 120억원에 오리엔탈리소스에 넘긴 것이다. 오리엔탈리소스에 대한 정보는 거의 공개돼 있지 않다.

핸디소프트의 경영난은 오래됐다. 지난 5년간 순익은 계속 적자였고, 영업이익은 2007년 한 해 반짝 했을 뿐이다. 지난해 8월에는 인력 구조조정도 단행했고, 이어 연말에는 공식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들어 지난 4월 9일에는 서울 강남 역삼동 사옥을 415억원에 매각해 100억원 이상의 현금 유도성을 확보하면서 숨을 돌리는 듯 했지만 더 이상의 유지는 불가능했던 것일까. 창업자이자 대주주였던 안영경 고문은 개인 자격으로 자신의 지분을 대부분 오리엔탈리소스에 양도했다.

핸디소프트 내부 인력들은 갑자기 벌어진 일에 대부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양도 다음날 황의관 대표이사가 사임하고 안영경 고문이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핸디소프트의 앞날에 대해서 예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대표기업의 지위를 계속 유지할 지는 의문이다. 새 주인이 된 오리엔탈리소스는 IT 업계에서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기업인데다, 벌써부터 주택건설과 분양업, 바이오 산업 진출 이야기가 들린다. 대체로 비상장 기업이 상장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는 이른바 우회상장의 경우, 특히 인수한 기업과 인수당한 기업의 주력모델이 다른 경우 그 기업의 미래는 업종 전환의 수순을 밟는 것이 결코 낯설지 않다.

오리엔탈리소스는 오는 6월 1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와 감사 등을 신규 선임하고, 새로운 사업 전략을 선 보일 예정이어서 주목된다. 기존 사업 모델을 그대로 계승할지, 신규 사업 부분에 투자의 초점을 맞출지는 지켜볼 일이다. 어떤 그림을 그릴 지는 대주주의 몫이지만, 소프트웨어 대표기업으로서 핸디소프트의 미래가 어찌될 지는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핸디소프트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핸디소프트의 몇몇 계열사의 움직임이다. 오리엔탈리소스가 핸디소프트를 인수하면서 해외 설립된 두 지사의 경영권도 확보하게 됐다. 핸디소프트는 해외 사업 진출을 위해 1997년 핸디소프트(일본)와 핸디소프트글로벌(미국)을 설립한 바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연구개발의 중추기지로 활용해 왔다. 한국과 미국의 이원화된 연구개발 조직이었지만 BPM과 같은 새로운 사업 영역에 대한 개발 주도권은 미국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지사를 운영하는 일은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일이다. 새로운 대주주가 해외 지사를 어떻게 처리할 지는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가늠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또 하나 핸디데이타의 향후 움직임도 주목할 일이다. 핸디데이타는 핸디소프트의 계열사로서 솔루션을 구축해 주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핸디소프트는 소프트웨어ㄹ르 개발하고 판매는 핸디데이타가 맡아 왔다는 얘기다. 주목할 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핸디소프트가 39.1%의 주식을 보유했던 이 회사가 더 이상 핸디소프트의 계열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핸디소프트는 핸디데이타가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더 이상 대주주가 아니어서 감사보고서에서 빠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핸디소프트가 피인수되기 전에 자사의 핵심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계열사 하나를 사실상 독립시킨 셈이다. 그렇다고 핸디데이타가 핸디소프트의 사업을 포기한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계속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럴 경우 예측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핸디소프트의 기존 사업을 핸디데이타로 이관하고, 핸디소프트는 새로운 대주주의 지배아래 새로운 업종의 사업체로 전환되는 것이다.

이런 선례들이 코스닥 시장에서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그리 낯선 일은 아니다.

핸디소프트가 이런 길을 걸을 지 지켜볼 일이지만, 이런 상상 자체가 서글프다. 핸디소프트와 함께 소프트웨어 대표기업의 쌍두마차로 꼽히는 한글과컴퓨터도 모 회사가 공시를 통해 현금 확보를 위해 매각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코스닥 우회상장의 제물로 전락한,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야 하는 소프트웨어 대표기업의 현실. 과연 한국 소프트웨어 업계의 미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