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소셜 분석’이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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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프라이즈 업계는 빅데이터 분석 사례로 트위터 분석만 언급하는 것 같다.”

지인들과 빅데이터에 대한 얘기를 나누던 중 누군가 무심결에 내뱉었다. 빅데이터 분석 사례는 많이 발표되는데, 대부분 트윗 분석에 그친다는 얘기였다. 곰곰이 따져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제부터인가 빅데이터에 관심을 보인 솔루션 업체들이 빅데이터 분석 사례로 트위터 같은 소셜 데이터 분석 사례를 가장 많이 거론하는 분위기다.

EMC가 후원하는 빅데이터 프로젝트 ‘휴먼 페이스 오브 빅데이터’만 봐도 그렇다. 휴먼 페이스 오브 빅데이터는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영향을 주는 빅데이터의 역할을 소개하는 프로젝트다. 휴먼센서를 통해 하루 수억명의 행동 양식을 수집해 그들의 생각과 활동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제공하는 게 목적이다. 최소한 설명은 그랬다.

그러나 막상 EMC가 싱가포르서 진행한 ‘미션 콘트롤’ 현장에서 예를 들어가며 설명한 빅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는 트윗 분석이었다. EMC는 미국 대선 후보 지지도를 트윗을 통해 예측하거나, 트윗을 통한 질병 확산 정도 사례를 설명했다.

오라클이 이번 ‘오라클 오픈월드 2012’에서 발표한 빅데이터 분석 사례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최고경영자는 특정 자동차 브랜드 마케팅 홍보에 적합한 런던올림픽 운동선수를 찾겠다며 트윗을 분석했다. 그리고 이를 엄청난 데이터 분석 기술이 필요한 빅데이터 분석 사례라고 소개했다.

보다 검증되고 신뢰성이 확보된 분석 솔루션을 활용했고 많은 변수를 분석했지만 결국은 소셜 분석, 트윗 분석이다. 국내 소셜 분석 업체들이 하는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솔루션 기업이기에 갖는 빅데이터의 한계

소셜 데이터가 빅데이터가 아니란 얘기는 아니다. 빅데이터 솔루션 업체들의 기술력을 비하하는 것도 아니다. 트위터에 있는 데이터를 뽑아 가지런히 정리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용케 동일한 데이터를 수집해도 여기서 가치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분석하는 기술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다만 이들 기업이 소셜 데이터 말고도 더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 사례가 등장하길 원했다.

“엔터프라이즈 업계가 제대로 된 빅데이터 사례를 소개하기엔 현실의 벽이 높습니다.” 오라클 오픈월드 현장서 만난 한 고위 관계자는 “데이터로 구글이나 페이스북처럼 고객 데이터를 대량으로 확보하고 있지 않는 기업으로서는 제일 만만한 트윗을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 사례를 언급할 수 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전승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빅데이터에 대한 기대와 현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무엇보다도 빅데이터가 등장하기 이전에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경영(CRM) 과 같은 솔루션이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등장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는 점을 예로 들며 빅데이터 분석 시장에서 활용하는 데이터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분석의 힘은 데이터에서 온다. 개인정보를 기업이 어디까지 활용해야 합당한지에 대한 숙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이들 기업이 빅데이터 분석에 나서다간 빅브라더 논쟁을 피할 수 없다. 고객 동의 없이 고객 데이터를 수집해서 분석할 수도, 그렇다고 자사 데이터를 분석해서 결과로 보여줄 순 없는 것 아닌가.

결국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기업이 가장 흔하게 사용할 수 있는 데이터로는 트위터만 남는다. 트윗 분석이 괜히 빅데이터 분석 사례로 많이 나오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