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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전화, 엘리베이터…생활 속 VoIP

2012.10.19

VoIP(Voice over Internet Protocol)라고 하면 그간 통신사와 카카오톡의 날 세운 다툼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점차 우리 주변의 많은 부분들이 IP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목소리를 전달하는 모든 부분에 VoIP가 적용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인터넷 전화 기술을 직접 갖고 있는 유니코이를 만나 우리 일상이, 혹은 특수 상황에서 인터넷이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역할을 할 지에 대해 직접 눈으로 확인해봤다.

응급 전화와 인터넷의 찰떡 궁합

먼저 꺼내 든 제품은 응급전화 시스템이다. 화재나 테러, 사고 등 긴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버튼을 누르면 관제센터로 연결된다. 담당자가 자리를 비워도 스마트폰이나 일반 휴대폰으로 연결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만든 제품이다. 지하철역이나 고속도로 한가운데서 버튼을 누르고 통화하는 응급 전화를 본 적 있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이를 IP 기반으로 바꾸면 꽤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


▲버튼을 누르면 거의 동시에 관제시스템이나 전화로 연결된다. 소리가 크고 또렷하다.

먼저 음질이 좋아진다. 스피커 기반의 응급 전화들은 유선이지만 음성을 실어나르는 코덱이 전화 품질을 뛰어 넘기 어렵다. VoIP 기반으로 바꾸면 코덱에 따라 거의 원음에 가까운 소리를 낼 수도 있다.

각 단말에 인터넷전화를 거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기 때문에 정해진 관제센터로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따로 정해둔 전화로 연결할 수도 있다. 전체, 혹은 1개씩, 그룹별로 묶어서도 관리할 수 있다. 관제시스템에서 전체 스피커를 켜고 안내 방송 용도로도 쓸 수 있다. 화재나 테러가 벌어졌을 때도 위치에 따라 다른 대피·대처 방법을 안내할 수 있다.

기본은 유선이지만 필요에 따라 무선으로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건물 설계나 유지보수에도 유리하다. VoIP라고 하면 전화만을 생각했지만 이런 재난 관제 시스템으로 쓰일 수도 있다. 이 장치는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기능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열 센서를 달면 화재 경보기로 바뀌고, 동작 감지를 달면 보안 시스템 역할도 한다. VoIP 패킷에 정보를 묶어서 실어나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관심 끄는 내용은 엘리베이터다. 이전에는 엘리베이터의 비상 전화가 유선으로 연결돼 있었다. 여기에 와이브로나 LTE 모뎀을 연결하면 훨씬 간단하게 꾸밀 수 있다. 특히 공사 현장에서 임시로 쓰는 엘리베이터에 간단하게 설비하고 언제든 쉽게 떼어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아파트 관리실이나 기업의 물류창고, 보안 문제로 개인 전화기를 갖고 들어갈 수 없는 공장 라인에도 적용할 수 있다. 험악한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요즘, 학교 안이나 주변에 적용해 안내 방송 및 긴급상황을 신고하는 용도로도 좋겠다.


▲유니코이의 스캇 시몬스 부사장은 모든 분야에 VoIP를 접목시킬 수 있다고 자신했다. 한국시장이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거의 매달 한국을 찾는다.

무전기도 IP로 통합

핵심은 유니코이의 ‘인스타 VoIP’ 엔진이다. 사실 유니코이는 이 VoIP 엔진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이를 각 제조사들에게 공급해 다양한 장치를 만들 수 있도록 라이선스를 하는 것이 주 사업이다. 하지만 이 관제 장치는 내구성이나 안정성이 우선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통화에 쓰이는 모듈만 직접 만들어서 공급할 계획이라고 한다.

무전기와 연결하는 관제용 콘솔도 소개했다. VoIP와 무전기의 라디오 신호를 묶어주는 RoIP 기술을 활용했다. 무전기의 경우 상황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대개 도입 시기가 다르면 호환을 기대할 수 없다고 한다. 예를 들어 코레일이 운영하는 지하철과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의 무전기 방식이 다를 수 있다. 두 회사의 열차를 갈아타는 역에서 열차 관제를 해야 하면 이전에는 각각의 무전기를 따로 썼다. 하지만 여기에 VoIP를 붙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할당해 둔 버튼을 누르고 이야기하면 하나의 콘솔로 음성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이 콘솔이 미리 정해둔 무전기로 VoIP 음성 신호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A 버튼을 누르고 이야기하면 A 방식 무전기로 음성을 전달하고, 마찬가지로 B 방식, C 방식, D 방식 무전에도 적용할 수 있다. 콘솔은 모든 무전기와 교신할 수 있기 때문에 각 무전기 방식의 허브가 될 수도 있다. A 무전기에서 하는 이야기를 B, 혹은 C로 보내는 것이다. 또한 모든 무전을 동시에 묶을 수도 있다. 무전기 대신에 스마트폰을 쓸 수도 있다. 마이크 음소거 버튼을 누르는 것으로 무전기와 비슷한 효과를 낳기 때문이다.

민간 용도 뿐 아니라 무전기가 주로 쓰이는 군대와 경찰, 소방이 각각의 무전기를 가지고 동시에 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정부나 군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을 밝히고 있다는 것이 유니코이코리아 알란 김 지사장의 설명이다.

▲유니코이코리 알란 김 지사장. VoIP 패킷에 센서 신호를 비롯해 이후 영상 신호도 함께 담는 로드맵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유니코이의 특이한 점이라면 딱히 경쟁자를 내세우지 않는다. 어느 기업과 경쟁하느냐고 물어도 딱히 경쟁사가 없다는 답만 돌아온다. VoIP를 이용해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하고 최적화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요는 많다.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여러 산업에서 정부가 IP 방식으로 전환하기 위해 VoIP에 적극적으로 의지를 갖고 밀어부치는 과제도 꽤 많다. 최근 들어 더 바빠진 탓에 OTO 국제전화로 잘 알려진 오픈백스를 비롯한 총판, 파트너사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기도 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