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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아이패드 미니’ 만져보니 “역시”

2012.10.24

애플의 이번 이벤트 주인공은 단연코 ‘아이패드 미니’다. 7.9인치 디스플레이에 듀얼코어 A5 프로세서를 넣은 것으로, 아이패드2를 그대로 줄여 놓은 축소판이라고 보면 된다. 발표회장에서 9.7인치 아이패드가 돌면서 그 뒤에 선보인 아이패드 미니는 장내가 떠나갈 정도의 박수를 불렀다.

발표 전까지 유출된 이미지나 스펙에 비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역시 실제 제품으로 만들어 놓은 애플의 마감이나 완성도는 대단했다. 하지만 9.7인치와 7.9인치의 차이는 눈으로만 보기엔 썩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이는 필 실러 부사장이 아이패드 미니를 한 손으로 움켜쥐자 비로소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직접 만져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아이패드 미니의 무게는 308g으로, 652g이었던 3세대 아이패드에 비해 절반 가량 가벼워졌다. 하지만 체감은 아이패드의 절반이라기보다 140g의 아이폰4S와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다. 화면 크기와 눈으로 봤을 때 기대감에 비해 가볍다는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애플은 유독 모바일 제품을 한 손에 쥐는 것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에도 7.9인치 제품은 한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을 여러 번 이야기했다. 한 손으로 쥐고 작동할 수는 없지만 손에는 잘 감긴다. 양 옆 베젤을 최소화한 것이 비결이다. 하지만 양손으로 쥐었을 때 엄지손가락 아랫 부분이 닿지 않을 정도는 남겨 오작동이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 손으로는 한 손에 쥐는 것은 약간 불안하고 양손으로 쥐는 편이 낫다. 자켓 안 주머니에는 들어가지 않고 옆 주머니에는 넣을 수 있다.

세로로 세워 양손으로 쥐고 키보드를 치는 느낌은 아주 좋다. 아이폰의 키는 너무 작았고, 아이패드는 너무 컸다. 7.9인치는 손에 딱 맞는다. 여기에 아이패드2보다 높은 500만화소 카메라가 더해져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아이메시지 용도로 어울린다.

디스플레이는 레티나가 아니지만 1024×768 해상도가 깨끗하게 보인다. 화면이 작아진 만큼 단위 면적당 픽셀 수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이패드2에 비해 색이 좀 더 진해진 것도 있다.

아이패드 미니의 가격은 16GB가 42만원부터 팔린다. 아이팟터치가 39만원, 아이패드2가 50만원인 것을 따져보면 대강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아이패드 미니가 정말 발표된다면 궁금한 것이 많을 것 같았는데 오히려 물어볼 것이 없을 정도로 명확하다. 이건 별도의 카테고리 제품이 아니라 아이패드의 환경을 그대로 줄여놓은 것이다. 기존의 앱이 그대로 돌아가고, 웹페이지도 9.7인치에서 보여주던 정보량과 완전히 똑같이 보여준다. 쓰던 앱, 쓰던 환경 그대로 크기만 작아졌다.

애플은 왜 7.9인치 아이패드를 만들었을까. 애초 애플이 처음 아이패드를 구상한 것은 휴대성이 첫째는 아니었다. 스티브 잡스가 태블릿에는 10인치가 최적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동성이라는 측면을 우선 과제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가 첫 아이패드 소개를 소파에 앉아서 진행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애초 7인치를 내놓은 것은 스티브 잡스의 고집을 꺾는 것이라 생각했지만, 제품을 만져본 뒤로 생각이 약간 달라졌다. 지금도 애플은 그 생각을 꺾진 않았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를 더 강조하는 모양새다. 4세대 아이패드는 여전히 휴대성보다 성능과 높은 해상도의 화면을 강조한다. 들고 다니면서 아이패드의 콘텐츠를 활용하고 싶다면 아이패드 미니를 사라는 것이다. 9.7인치는 집, 7.9인치는 휴대용이다. 그 경계를 무게, 성능, 디스플레이로 명확하게 갈랐다.

이번 행사에서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었던 4세대 아이패드도 살펴보자. 뉴 아이패드로 불린 3세대 아이패드와 겉으로 봐서는 구별이 안된다. 라이트닝 커넥터로만 구분할 수 있다. 무게도 같다. 기존에 쓰던 액세서리를 그대로 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고 애플도 밝혔다.

전 세대와 차이점이라면 A6X 프로세서가 들어간다. 아이폰5가 아이폰4S의 A5 프로세서보다 2배가량 빨라진 것과 마찬가지로 A6X는 3세대 아이패드의 A5X에 비해 2배 빨라졌다. 이는 운영체제를 돌릴 때는 잘 느껴지지 않지만 앱을 실행할 때 확연히 차이가 난다. iOS 기기 가운데 성능이나 디스플레이 모두 가장 좋은 제품이긴 하지만 3세대 아이패드를 갖고 있다면 굳이 무리해서 바꿀 만한 매력은 없다. 발열 문제가 해결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애플은 키노트에서도 이를 의식한 듯하다. 아이패드 4세대는 프로세서를 바꿔 속도를 높였다는 이야기만 한 뒤 서둘러 아이패드 미니로 이야기를 돌렸다. 그것도 4세대 아이패드를 뒤집으며 그 뒤에 아이패드 미니가 등장했다. 순식간에 ‘병풍’이 되는 순간이었다. 더 심한 건 3세대 아이패드로, 이 제품은 애플 스토어에서조차 사라졌다. 고작 출시 7개월 만이다. 애플은 아이패드 미니, 아이패드2, 아이패드 레티나(4세대)의 구성으로 앞으로 1년을 이끌어갈 심산인가 보다. 봄마다 나오던 아이패드의 출시 주기도 매년 가을로 바뀌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3세대 제품이 국내에서 LTE를 쓸 수 없었던 것에 비해, 4세대 제품엔 글로벌 LTE 안테나가 들어간다. 아이폰5와 같은 통신 구성을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를 통해서 LTE 모델이 유통된다. 아이패드는 LTE망만 완벽하게 깔아 3G에 의존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LG유플러스도 도입할 수 있는 조건은 갖추고 있기에 이번에도 두 통신사만 들어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LTE는 아이패드 미니에서도 된다.

4세대 아이패드와 아이패드 미니는 이번주 금요일인 10월26일부터 예약 판매를 시작하고 11월2일부터 손에 넣을 수 있다. 우리나라는 1차 출시국으로 정해졌다. iOS 기기로는 처음이다. LTE 모델은 2주 뒤인 11월16일부터 판매된다.

새 아이패드들과 함께 선보인 새 버전의 아이북스는 책장을 넘기는 기존 방식 외에 웹페이지를 내려보듯 스크롤해서 보는 기능도 더해졌다. 한글, 일본어, 중국의 서점이 추가되고 한글 글꼴도 네이버의 ‘나눔고딕’과 ‘나눔명조’가 더해진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