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라리스 좋아 세계 최고 기술전도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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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매장에 가면 각종 전자제품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설명해주는 직원이 있듯이 엔터프라이즈 분야에도 솔루션을 설명해주는 전문가들이 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같은 회사들은 ‘에반젤리스트’제도를 통해 일반인들이 자사 기술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에반젤리스트들은 블로그나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자사 제품을 소개한다. 각종 개발행사에 참석해 어떻게 하면 자사 제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설명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에반젤리스트는 기술과 사람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업체인 오라클도 에반젤리스트와 비슷한 제도를 두고 있다. 오라클은 자사 제품에 대해 깊이 이해한 기술 전도사를 ‘오라클 에이스’라고 부른다. 에이스보다 더 높은 기술적인 이해를 갖춘 사람은 ‘오라클 에이스 디렉터’라고 부른다. 에반젤리스트와의 차이를 꼽으라면 기술 설명 대상이 일반인들이 아닌 오라클 솔루션에 관심 있는 개발자라는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말이다.

김석 노브레이크 수석 컨설턴트는 지난 7월 세계 최초로 오라클 솔라리스 분야 에이스 디렉터로 선정됐다. 전체 오라클 에이스로는 400번째, 국내에서는 6번째 에이스이자, 국내 최초의 에이스 디렉터다. 그동안 오라클 데이터베이스(DB)와 자바 분야에서 에이스로 선정된 국내 개발자들은 여럿 있었지만, 에이스 디렉터는 1명도 없었다. 클라우드 운영체제로 알려진 솔라리스를 공부해 에이스로 선정된 사람도 전세계 4명에 불과하다.

“호주 쪽 담당자가 제게 전화를 해서 제가 에이스 디렉터가 됐다고 알려줬습니다. 본사에서도 솔라리스 분야로는 처음으로 에이스 디렉터를 뽑았다고 앞으로 기대가 크다면서 말이지요. 저 역시 책임감이 막중합니다. 앞으로 솔라리스의 발전 방향에 대해서 의견을 낼 수 있는 위치가 됐으니까 말이죠.”

오라클 에이스 디렉터는 오라클 제품에 대한 소개는 물론, 컨퍼런스 참여, 오라클 임원들에게 오라클 정책에 대해 직접 이야기할 수 있는 회의 참석 권한이 있다. 솔라리스 운영체제에 대한 불만을 본사 직원에게 직접 건의하고 이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엔지니어란 얘기다.


솔라리스 에이스 디렉터가 되는 길은 쉽지 않다. 왕성한 솔라리스 커뮤니티 활동 못지않게 기술적인 지식을 증명해야 한다. 오라클은 에이스 디렉터 선정을 위해 자사 기술에 대해선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또 이를 남들에게 잘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를 꼼꼼히 심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석 수석 컨설턴트는 실제로 솔라리스 에이스 디렉터에 지원하면서 그가 지난 세월 동안 활약한 커뮤니티 활동과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한 솔라리스 기술문서, 솔라리스 관련 강연 활동을 모두 영어로 번역해 제출했다.

“정말 철저하게 검증하더군요. 강연 활동을 무료로 했는지 유료로 했는지부터 시작해서, 기술문서 작성을 위해 어떤 자료를 참고했고, 커뮤니티에서는 기여도가 어느 정도였는지 등등 솔라리스 관련한 활동 흔적을 모두 찾아 제출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솔라리스는 썬이 개발한 운영체잖아요. 오라클이 2010년 썬을 인수하면서 썬 솔라리스 커뮤니티들이 많이 사라졌습니다. 이때 자료를 어떻게든 찾아내는 게 힘들었지요. 지원하고 결과발표 하기까지 어찌나 시간이 걸리던지. 전 처음에 제가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김석 수석 컨설턴트가 솔라리스에 관심을 둔 건 대학교 때다. 2학년이 됐을 때까지만 해도 그는 컴퓨터를 좀 다를 줄 알고 좋아하는 경영학도에 불과했다. 대학교 3학년이 됐을 때 마음이 바뀌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일념하에 컴퓨터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윈도 NT4.0, 윈도 MCS를 한창 공부하게 되면서 이쪽 분야에 관심을 두고 있는 선배들을 만나게 됐습니다. 같이 스터디도 했지요. 이때 선배들이 자신들은 HP와 컴팩 쪽 공부를 할 테니, 제겐 썬을 맡았으면 좋겠다고 제안하더군요. 서로 도움이 된다면서 말이지요. 이렇게 해서 썬에 발을 들이게 됐고, 썬 운영체제인 솔라리스를 알게 됐지요. 주말마다 스터디 모임을 했는데, 3년 동안 한 번도 안 빠지고 계속 나갔습니다.”

그의 관심과 다르게 썬은 2000년대 중반 이후로 내림세를 걷고 있었다. 썬은 자바나 솔라리스 같은 좋은 사업 도구를 갖고 있었지만, 이를 꾸준하게 발전시켜 매출을 올리기보다는 새로운 실험적인 신규 솔루션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집중했다. 한마디로 돈 되는 기술이 있음에도 돈 안 되는 사업을 계속 벌여, 매출 사정이 악화되는 중이었다.

“회사 사정이 안 좋아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제 마음이 더 아프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제가 컴퓨터 분야에 빠지게 된 계기를 만들어 준 회사였는데, 어떻게 도움이 안 될까 싶어 썬 기술 문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관련 기술을 찾다 보면 매번 영어로 된 문서만 검색돼서 다 같이 기술공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우선 번역부터 시작했지요. 반응이 꽤 좋더군요. 서서히 살을 붙여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왜 이 솔루션을 도입해야 하고, 도입하면 어떤 점이 좋고, 경쟁사랑 비교했을 때 장점은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도입해야 효과 좋은지 등을요.”

이렇게 그가 차곡차곡 작성한 기술 문서는 한국썬마이이크로시스템즈 관계자에게도 흘러들어 갔다. 그들은 김석 수석 컨설턴트에게 연락해 함께 컨퍼런스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고, 심지어 입사도 권유했다. 그 사이 썬은 오라클에 인수됐고, 김석 수석 컨설턴트도 솔라리스보다는 보안 분야에 더 관심을 쏟았다. 그가 솔라리스 관련해 다시 활동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합병되고 2년쯤 됐을까요, 썬 커뮤니티 리더 모임 자리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이때 무심코 솔라리스도 전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지요. 에반젤리스트 같은 제도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요. 귓등으로 흘러갈 수 있는 소리를 그 자리에 함께한 라이언이라는 오라클 관계자가 주목했습니다. 여기서 나온 게 오라클 에이스입니다. 이 담당자가 제게 에이스 디렉터 심사를 볼 것을 권유했고, 다시 솔라리스에 관심을 두게 됐지요.”

10년간 쌓인 지식을 바탕으로 다시 기술문서를 만들고 솔라리스 활동에 관심을 기울였다. 솔라리스에 대해 더 알고 싶지만, 기술 공부하기가 어렵다는 주변 개발자 얘기를 접하면서 에이스 디렉터에 없던 욕심을 냈다.

에이스 디렉터로 선정된 뒤에는 더 욕심을 냈다. 김석 수석 컨설턴트는 우선 다양한 기술문서를 만들어 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오라클 기술문서를 한글로 재배포하는 방안을 본사 매니저와 얘기 중이라고 덧붙였다. 해외 컨퍼런스에 나가 다양한 기술을 배워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본인부터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습득해야 다른 사람에게 더 잘 알려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에이스 디렉터로서 오라클 정책에 대한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썬 공인자격증인 있는데, 오라클이 인수한 후 값이 너무 올랐습니다. 지난 6월1일부터 기존 125달려였던 썬 자격증 응시료가 300달러로 올랐더군요. 해당 공인자격증을 따려면 별도의 공인 교육도 받아야 합니다. 2배 이상 뛴 가격에 오라클이 개발자를 육성하려고 하는지 의문이 들더군요. 우선 이 일부터 바로잡아 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