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복잡할 거 있어? 단순하게 살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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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산책하기, 이쁜 찻집에서 친구들과 수다 떨기, 서점에서 어슬렁 거리기,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누워 낮잠자기,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그네타기, 편한 의자에 앉아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학교 다닐 때 종종 했던 잉여 놀이를 안해본지 너무 오래됐다. 아니, 사회인이 되는 순간 동시에 까먹었다고 할까. 하루하루 시간을 보내는 데 급급해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잊어버렸다.

학교를 졸업한 뒤 취직해 첫 월급을 탔을 땐, 내가 스스로 일해서 돈을 벌었다는 사실에 뿌듯했다. 처음 탄 월급으로 무엇을 할 지 꿈에 부풀었던 기억이 난다. 이젠 매달 받는 월급에 취해 내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있는건지, 내가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건지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아무 생각없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꼭 필요한 것만 채워 인생의 방주를 가볍게 하라. 따뜻한 가정과 소소한 행복,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 진정한 친구 두어 명과 고양이나 강아지 한 마리, 담배 파이프 같은 좋아하는 것 한두 개, 적당한 음식과 옷가지, 그리고 생명이 위태롭지 않을 만큼의 넉넉한 물이면 충분하지 않은가!”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100가지 방법’의 저자 일레인 제임스는 제롬 클랩카 제롬의 말을 인용해 오늘날 현대인들에게는 조금의 ‘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이어리 한 가득 그날의 일정과 자질구레한 일상 메모, 그리고 10년 뒤의 목표까지 빽빽하게 담겨 있는 것을 보고 저자 역시 참을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으니까.

언제부터일까.  ‘더 많이, 더 빠르게, 더 오래’라는 주문에 빠져 하루를 보내기 시작했다. 쉴새 없이 울리는 전화기, 이메일, 문자를 보면서 ‘나는 세상에 필요한 사람이다’라는 착각에 빠졌다. 정작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저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데 집중했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에 뿌듯함을 느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날은 ‘내가 게을러졌나’하는 생각에 죄책감을 느꼈다.

며칠 전 국내 대표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이 300회를 맞아 ‘쉼표 특집’을 준비했다. 100회, 200회 때 보였던 거창한 프로젝트로 300회를 기념하기 보다는 멤버들의 이야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7년을 앞만 보고 달려온 무한도전 멤버들이 과거를 되돌아보고, 자신들을 성찰할 수 있게 준비했다. 해당 프로그램을 보면서, 문득 내 인생도 되돌아 볼 쉼표가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하루를 바쁘게 보낸 내 자신에게 반성할 시간이 필요했다.

일반 자기 계발서와 다르게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100가지 방법’은 저자의 경험이 녹아 있는 체험집이다. 평범한 직장인들과 마찬가지로 하루를 바쁘게만 보내는데 급급했던 저자가 어떻게 일상의 여유를 되찾았는지 그 과정을 설명했다.

남편과 함께 자신의 일상을 하나씩 바꾸고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서 어떤 규칙을 마련했으며, 집안의 잡동사니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이웃에게 나눠줌으로써 어떤 효과가 생겼는지를 소개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 눈 앞에 사라짐으로써 집안 공간의 여유가 생겼고, 동시에 마음의 여유도 찾아왔다.

쉬는 날에는 휴대전화를 끄고 무심코 TV를 키는 일을 줄였다. 매 시간을 효과적으로 써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부러 노을을 바라보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생각을 정리했다. 행동 습과과 주변을 정리함으로써 마음은 차분해지고, 고요해졌으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목표 생겼다.

물론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살기 위해 결심하고 변화를 주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습관대로 돌아가기 마련이다. 저자는 억지로 쉼을 찾기 위해 습관을 바꾸지는 말라고 조언한다. 억지로 쉼을 찾는 과정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해 진정한 쉼을 방해하기 때문이란다. 그렇기에 한 번에 모든 걸 바꾸기보다는 조금씩 ‘멍해질 필요가 있다’라고 얘기한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입니다. 조금 덜하고 덜 갖는게, 더 많은 고요함과 행복과 평화로운 마음을 가져다줍니다. 한달에 하루만이라도 자신만을 위해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지는 건 어떨까요. 외부의 중압감으로부터 영혼을 자유롭게 하는 것이야말로 삶을 단순화하는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인생을 단순하게 사는 100가지 방법
일레인 제임스 지음, 김성순 옮김
21세기 북스
구글 플레이 기준 96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