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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윈도우폰8’ 발표…”플랫폼은 진화한다”

2012.10.30

마이크로소프트는 미국 시간으로 29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윈도우폰8을 공식 발표했다. 윈도우모바일6.5와 함꼐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차없이 밀려났던 왕년의 강자가 드디어 되돌아왔다. 윈도우폰8은 지난 6월 윈도우폰 서밋 행사에서 소개된 내용을 기반으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기존에 없던 서비스들이 일부 소개됐다.

행사는 윈도우폰 스토어가 12만개의 앱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로 시작됐다. 최근 모바일 플랫폼들을 소개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다. 윈도우폰7.5 망고가 국내에 소개됐을 때는 이 앱들의 숫자를 실감하기 어려웠다. 윈도우폰8에 얼마나 많은 앱들이 등장해 또 하나의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자리잡을지는 이용자들 뿐 아니라 산업 전체의 관심사다.

6월 발표 이후 4달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폰8의 언어 지원을 2배로 늘렸고, 윈도우 스토어에 접속할 수 있는 국가도 3배로 늘려 총 191개 나라에서 윈도우폰을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윈도우폰8의 기본 이용자조작화면(UI)은 PC용 윈도우8과 마찬가지로 타일 메뉴다. 앱 아이콘의 크기를 3가지로 조절할 수 있어 같은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저마다 다른 느낌의 화면으로 꾸밀 수 있다. 언뜻 보면 지난 버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명확히 구분된다.

윈도우폰을 소개한 조 벨피오어 부사장은 타일 인터페이스의 독창성을 소개하면서 “아이폰은 새로운 스마트폰 환경을 만들었고 안드로이드가 이를 적절히 베꼈다”라는 이야기를 꺼내기도 했다. 지금으로서는 윈도우폰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가 안드로이드라는 것을 내비친 메시지로 보인다.

어쨌든 MP3 플레이어인 ‘준'(Zune)에서 처음 선보인 이 타일 모양의 윈도우 인터페이스는 또 한번 진화를 거듭한다. 잠금 화면에도 적용됐는데,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들을 띄우거나 미리 정해둔 스포츠 경기 점수를 보여주고, 날씨를 비롯해 원하는 정보들을 띄운다. 각 앱들이 중요한 정보를 아이콘에 보여주는 ‘라이브 앱’ 기술을 잠금 화면에 적용한 것이다. 잠금 화면에 특별한 기능을 넣은 것이 아니라 운영체제 자체 기본기를 응용했다고 볼 수 있다. 운영체제의 구성이 탄탄하다는 하나의 중거다.

스카이프는 항상 떠 있다. 언제든 메시지를 받고 걸려오는 전화에도 응답하도록 한다. 스카이프는 다른 스마트폰에도 앱으로 깔 수 있지만, 무료 문자 메시지와 전화 앱을 기본으로 넣었다는 것은 스마트폰 제조사로서는 큰 도전을 한 셈이다. 일부 통신사들은 이를 문제삼아 판매를 껄끄러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라도 더 팔아야 하는 윈도우폰 입장에서는 통신사들의 요구보다는 소비자들의 입맛에 더 맞추겠다는 의사로 보인다.

예고했던대로, 게임도 강화됐다. ‘템플런’이나 ‘스왐피’, ‘컷 더 로프’, ‘아스팔트7’ 등의 게임 앱이 우선 공개됐다. 새로운 게임은 아니지만 잘 알려진 여러 장르의 게임들을 꺼내 놓아 윈도우폰8의 게임 성능을 가늠하기 쉬웠다. 다만 이 게임들은 X박스 플랫폼 안에서 점수와 친구가 관리된다. 카카오톡에서 친구끼리 점수를 비교하고 게임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이런 게임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은 X박스360이 원조격이었던 만큼, 미국을 비롯해 이 게임기가 널리 보급된 시장에서는 ‘모바일 X박스’ 플랫폼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렵지 않을 듯하다. iOS는 ‘게임센터’로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중이고, 안드로이드에는 아직 없다.

게임들은 지난 6월 발표된 것과 마찬가지로 다이렉트X와 네이티브 코드를 통해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와 동시에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 수월해지고 게임 질도 훨씬 좋아진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키즈 코너’다. 아이들은 게임을 하기 위해 부모들의 스마트폰을 만지는 경우가 많다. 잘못 누를까봐 걱정되는 경우도 있고 원하지 않는 콘텐츠에 접근하는 일도 흔하다. 결국 우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주긴 했지만 옆에 앉아 노심초사 뭘 하고 있는지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윈도우폰8의 키즈 코너는 아이들에게 허용할 게임, 음악, 비디오, 앱을 미리 정해두게 한다. 정해진 앱과 콘텐츠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마음 놓고 스마트폰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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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폰8의 주요 기능들이다. 15분30초 부근부터 ‘키즈 코너’ 설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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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우폰 행사장에서는 제시카 알바가 등장해 이 키즈 코너의 소감을 설명하기도 했다. 딸에게 스마트폰을 주어도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접근할 걱정이 없어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시카 알바의 딸이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트위터에 원치 않는 메시지를 보내 4만명의 팔로어에게 전송된 경우도 있었다.

키즈 코너의 기능은 아이들 손에 윈도우폰을 쥐어주는 것 외에 기업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면서 기업들은 개개인의 스마트폰이 회사 안에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회사 안에서는 일부 앱들을 제한하는 기능들이 요구되는 것이 요즘 기업용 스마트폰 시장의 이슈다. 키즈 코너를 보면 윈도우폰 안에는 기본적으로 앱 권한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용 시장을 노리는 윈도우폰8로서는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 밖에도 윈도우폰8은 스카이드라이브를 통해 클라우드 저장 공간을 활용하고 X박스 뮤직 패스 서비스로 음악 콘텐츠를 구입, 보관한다. 직접 소개하진 않았지만 오피스365 서비스나 아웃룩닷컴 등의 서비스도 더해져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모든 기능이 유기적으로 묶인 플랫폼으로서의 첫 운영체제다. 개발사들이 직접 유통하는 개별 앱들로 운영되고 전화 통화, 메시지, e메일을 주고받던 윈도우폰6.5 이전 시절과 완벽한 단절이고 다양한 시도를 했던 윈도우폰7을 제대로 발전시켰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에 치여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윈도우폰7도 완성도나 성능면에서는 잘 만든 운영체제였다. 문제로 지적되던 속도와 안정성 문제는 흠 잡을 데 없이 개선됐고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환경과 묶는 시도도 성공적이라 할만하다.

윈도우폰8은 여기에 게임을 강화하고 앱 내 구입, 위치 기반 콘텐츠, 광고 플랫폼, NFC 등이 더해져 하드웨어와 앱 개발자들 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까지 접근하기 좋은 스마트폰 환경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판올림에 인색한 마이크로소프트의 정책은 윈도우폰7과 8에도 빗겨가지 않았다. 옴니아로 되새김질되는 윈도우모바일의 기억을 지우려면 제품 완성도만큼 믿을만한 지원 정책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윈도우폰8 기기는 11월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출시 제품과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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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