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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스만-피어슨 맞손…”가자, 디지털로”

2012.10.30

출판계에도 규모의 경제 논리가 휩쓸까. 세계 1위 출판그룹인 영국 피어슨과 독일 베텔스만이 자사 브랜드인 펭귄그룹과 랜덤하우스를 합병하기로 했다. 일주일 전 파이낸셜타임즈가 보도한 소문이 사실이었다.

새 회사 이름은 ‘펭귄랜덤하우스’로, 수장은 랜덤하우스의 CEO인 마커스 돌이 맡고, 펭귄그룹의 CEO인 존 매킨슨은 새 회사의 이사회 의장이 된다. 이 회사 지분 53%는 랜덤하우스 모회사인 독일 베텔스만이 갖고, 나머지 47%는 펭귄그룹의 모회사인 피어슨그룹이 소유한다.

합병 대상인 랜덤하우스와 펭귄 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약 약4551억원에 이른다. 각 회사로 따지면, 2011년 랜덤하우스는 매출 17억 유로와 12억 유로, 영업 이익 1억8500만 유로, 펭귄그룹은 매출 12억 유로, 영업이익 1억1100만 파운드를 기록했다.

랜덤펭귄그룹

규모로 따져도 여느 기업 못지않은데 두 출판사가 합병을 결심한 까닭은 무엇일까. 피어슨그룹 대표가 전체 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힌트를 찾아보자. 그는 “소비자 출판 산업은 격동의 변화 시대를 겪고 있다”라며 그 변화는 “디지털 기술과 거대한 회사에 의해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스 라버 베텔스만 이사회 의장 겸 CEO도 “(합작 법인 설립과 두 회사의 결합은)저자와 에이전트, 책 판매자, 독자에게 출판 기회의 다양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두 회사가 출판업에 부는 디지털 바람에 마주하려고 합병을 추진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아마존을 시작으로, 서점가에서 추진하는 전자책 사업에 출판사도 참여하지만, 주체는 어디까지나 서점이다. 랜덤하우스와 펭귄그룹 합작으로 피어슨그룹과 베텔스만이 손을 맞잡은 건 서점에 끌려가지만은 않겠단 판단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중호 북센 미래사업본부장은 “출판사는 앞으로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제작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역할을 해야 하는 추세에 있다”라며 “종이책은 서점이라는 유통 채널이 있어야 했지만, 전자책은 플랫폼만 잘 만들면 직접 판매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이렉트 투 컨슈머라는 단어가 있는데 출판사나 작가가 독자에게 직접 출판한다는 개념”이라며 “최근 출판사는 여기에 신경을 쏟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베텔스만은 전자책 회사에 투자를 단행했고 피어슨그룹은 셀프 퍼블리싱 회사를 인수했다”라며 이 주장에 힘을 더했다.

영국 피어슨그룹은 2012년 7월 셀프 퍼블리싱 서비스 업체 ‘어서솔루션’을 현금 1억1600만달러에 인수했다. 어서솔루션은 2007년 설립돼, 15만 저자를 확보하고 종이와 전자책으로 19만권을 출판했다. 이 회사는 이용자 책을 자사 플랫폼으로 판매하거나 셀프 퍼블리싱 솔루션을 외부에 제공해 사업을 전개했다. 이 방식으로 2011년엔 매출 1억달러를 기록했고, 해마다 12%씩 성장세를 보였다.

독일 베텔스만도 디지털 출판에 관심을 쏟는 모습을 보였다. 20112년 6월, 베텔스만은 미국의 한 교육 기업에 수천만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유니버시티나우란 이 업체는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다. 그리고 잡지를 비롯한 콘텐츠를 디지털로 전환하는 사업을 하는 그루너+자르의 주주이기도 하다. 또한, 올해 초에는 소니뮤직 글로벌 디지털 사업 사장인 토마스 헤세를 최고 디지털 책임자로 선임한 바 있다.

이쯤 되면 피어슨그룹과 베텔스만이 전통적인 출판사인지 알쏭해진다. 이중호 본부장은 “대형 출판사가 디지털로 넘어가면서 오프라인 마케팅 인력이나 종이책을 만들던 인력의 구조조정이 필요할 것”이라며 “두 회사는 디지털 시대에 대비해 합병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두 회사가 모두 디지털 출판 관련한 투자와 인수 등을 전개하며 직접 판매 서비스를 준비할 거란 예측도 가능한 대목이다.

출판사는 독자에게 종이책을 직접 판매하지 않았다. 독자와 출판사는 서점과 총판으로 가로막혔다. 출판사는 책을 출판할 때마다 특정 독자층을 염두에 두고 만들지만, 실질적인 타깃팅은 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독자 정보를 출판사가 아닌 서점이 확보하고 관리한 까닭이다. 이는 지금 전자책 시장에서도 비슷하다. 출판사에 책을 매절해 판매하는 아마존이 대표적인 예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이중호 본부장은 “어떤 독자가 어떤 책을 보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가진 쪽이 통일 할텐데 ‘누가 가지고 있느냐’를 보면 결국 플랫폼이 해답”이라며 “출판사가 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플랫폼에 끌려다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랜덤하우스는 알에이치코리아가 ‘랜덤하우스코리아’, 펭귄그룹은 웅진씽크빅 임프린트 ‘펭귄클래식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책을 출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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