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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e몽] 윈도우8 성패, 과거에서 배워라

2012.11.05

윈도우8이 출시됐다. 윈도우8의 변화는 윈도우95 이후 PC를 배우기 시작한 세대에게는 처음 맞는 파격적이고 커다란 변화다.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를 맞이하는 기분이다. 이 온전히 새로운 운영체제를 바라보는 시선은 긍정적이기도, 부정적이기도 하다. 돌아보면 윈도우는 그동안 중요한 요소들을 얻기 위해 또 다른 중요한 것들을 수없이 버려 왔다. 성공하기도 했고 실패하기도 했다. 과거를 통해 윈도우8을 짚어보자.

마이크로소프트는 세대교체 시기에 늘 전혀 다른 두 가지 운영체제를 병행하며 새 트렌드를 만들어 왔다. 따져보면 전혀 공통점이 없는 세대 교체가 이뤄졌기에 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목표가 뚜렷했고 시장 지배력이 강했기 때문에 결국 원하는 결과를 어렵지 않게 이뤄내곤 했다. MS-DOS는 잘 나가는 운영체제였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기반의 OS를 갖고 싶어했다. 초기 윈도우1.0도 MS-DOS 프로그램을 실행해주는 쉘 정도의 역할이었다. 2.0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오웍스 앙상블처럼 초기 윈도우와 꼭 닮은 환경도 있었고 노턴도 쉘 프로그램을 갖고 있었다. 단순하지만 Mdir같은 프로그램도 인기였다. 변화가 필요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를 쉘에서 벗어나 운영체제로 만들고 싶어했다. 그게 3.0이다. 여전히 윈도우를 쓰려면 도스 프롬프트에 ‘win’이라는 명령어를 쳐야 했지만 전용 프로그램들이 깔리기 시작했고 여러 개 창을 동시에 띄우는 간단한 멀티태스킹 환경도 갖춰졌다. 윈도우는 3.1로 판올림하며 MS-DOS를 털어버리고 표준 운영체제 자리를 꿰차는 듯 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마이크로소프트는 곧 전혀 새로운 윈도우95를 내놓는다.

윈도우95는 ‘시작’버튼 하나로 PC 운영체제의 패러다임을 싹 바꿨다. 이전 윈도우를 쓰던 사람들도 책을 사서 처음부터 공부해야 했을 만큼 모든 부분이 달라졌다. 도스 환경을 버리기 위해 ‘win’ 명령어를 치던 것 대신 무조건 윈도우로 부팅하게 만들어 온전한 운영체제의 형태를 갖기도 했다. 내부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응용프로그램을 32비트로 갈아탄 것이었다. 아직까지도 도스 환경의 흔적이 상당히 남아있던 시기였기에 기존 환경을 버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웠다. 하지만 윈도우95는 ‘시작’ 버튼을 무기로 성장했고 이후 판올림을 거치며 2000년대 폭발적인 PC 보급의 지원을 받았다. 결국 도스 뿐 아니라 16비트 컴퓨팅 환경은 서서히 밀려났다.

소비자나 개발사들의 반발은 있었지만 시장 지배력은 이를 덮는 가장 좋은 무기였다. 윈도우XP는 결국 16비트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지원을 끊었고 도스 명령어는 전혀 몰라도 되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렇게 윈도우는 95 이후에도 ‘시작’ 버튼만 남겨뒀을 뿐 98, ME, XP, 비스타, 7 등의 세대 교체를 해 오며 새 트렌드들을 만들고 또 따랐다.

윈도우8의 중심은 터치다. 터치는 iOS나 안드로이드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도 할 얘기는 있다. ‘태블릿PC’라는 카테고리를 처음 만든 것은 윈도우였기 때문이다. 다만 그 답을 ‘시작’ 버튼에서 찾으려다 보니 PC도, 스마트폰도 곤란한 상황에 닥쳤다. 게다가 스마트 기기들은 PDA처럼 PC를 보완하던 위치를 넘어 웹 서핑, 문서, 멀티미디어 등 PC의 영역을 넘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터치스크린을 쓰는 운영체제가 ‘시작’ 버튼을 두는 것은 익숙함보다 오히려 불편을 준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시작’ 버튼을 과감히 버리고 앱 단위의 큼직한 버튼 아이콘을 채택했다. 터치를 얻는 대신 ‘시작’ 버튼을 버린 셈이다.

버리는 것은 또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장기적으로는 윈도우8의 앱 환경으로 가져가려는 목표를 안고 있다. 지금은 윈도우8과 데스크톱의 두 가지 운영체제가 돌아가지만, 앞으로는 데스크톱을 덜어낸다는 얘기다. 이는 도스를 버리는 것 이상의 노력이 필요할 일이겠지만, 성공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폰8 스마트폰과 플랫폼 통합을 얻을 수 있다. 윈도우8, 윈도우8RT, 윈도우폰8의 세 가지 운영체제는 같은 커널을 기반으로 한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x86외에 ARM 기반 기기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PC시장은 사실 혼란스럽다. 윈도우8은 여러 부분에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다. 일단 컴퓨터의 형태다. 단순히 터치스크린을 넣은 태블릿 형태로는 아이패드를 이기기 쉽지 않다. 업무를 할 수 있다는 생산성을 강조하는 운영체제다 보니 키보드는 쉽게 떼어낼 수 없다. 그러다보니 초기 태블릿PC처럼 화면을 돌리는 타입부터 삼성전자 아티브같은 분리형, 아예 뒤로 꺾을 수 있는 레노버 요가, 슬라이드로 화면을 밀어올리는 소니 바이오 듀오같은 제품들까지 나오고 있다. 누가누가 더 키보드를 잘 숨기느냐가 윈도우8 PC 개발의 핵심이 됐다.

노트북 타입의 PC를 버리고 다양한 형태의 기기로 진화할 수 있을지, 단지 터치스크린을 넣은 노트북으로 절충될지는 제조사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도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작게는 입력 장치로 마우스를 쓰려는 것인지, 터치를 쓰려고 하는 것인도 알 수 없다. 기존의 PC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애매하다. 물론 기존 PC에서 쓰는 것도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지금의 윈도우 정책은 ‘새 컴퓨터를 사라’는 쪽에 가깝다.

응용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윈도우 스토어가 생겨 유통이 쉬워지고 직접 결제 시스템을 넣어 사업을 펼칠 수 있는 등 초기 스마트폰 시장 수준의 큰 시장이 열리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기존 윈도우 환경을 포기하기 어렵다. 전혀 다른 두 가지 운영체제를 돌리는 셈인데 소비자도, 개발사도 어느쪽에 우선권을 두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다.

버리는 듯 버리지 않는 것도 있다. 액티브X다. 윈도우8과 인터넷 익스플로러10도 액티브X는 이전과 똑같이 쓸 수 있다. 액티브X는 좋든 싫든 윈도우를 써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이자 다른 플랫폼이 할 수 없는 차별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앞장서서 이를 없앨 이유는 전혀 없다.

물론 변화는 뼈아픈 실패를 낳기도 했다. 윈도우 비스타는 멀티코어와 화려한 인터페이스를 앞세워 운영체제 환경을 64비트로 넘어가려는 시도를 했지만, 윈도우XP의 완성도는 높았고 당시 컴퓨터에게 윈도우 비스타는 무거웠다. 완제품 형태의 PC가 팔리면서 윈도우 비스타도 꾸준히 보급되긴 했지만, 시장은 윈도우 비스타 PC를 구입해 윈도우 XP를 까는 묘한 현상이 당연한 일이 됐다. 제조사들은 이를 기회삼아 아예 운영체제를 빼고 값을 낮춘 PC를 내놓기 시작했다. 운영체제 없는 PC 보급에 어색하지 않게 된 시장 분위기는 지금까지도 마이크로소프트에게 큰 상처가 되고 있다.

윈도우8의 초기 반응은 좋은 편이다. 기존 PC에서 업그레이드하는 수요도 적지 않다. 일주일만에 400만개가 팔렸다. 앱 부족이 문제로 꼽히지만, 앱내부결제 수수료를 물지 않고 많이 팔리는 앱은 판매 수수료도 줄여주는 등 보완책을 세우고 있다. 개발자들도 윈도우8 앱 만드는 일이 비교적 수월하고 결과물의 품질도 좋다는 반응이다. 윈도우8이 또 하나의 윈도우95가 될까, 비스타가 될까.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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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