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그래픽 아트로 야구장을 게임 속에”

2012.11.27

“야구를 좋아하시는 분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진짜 야구의 재미를 담은 게임입니다. 그래픽도 실제 환경에 더 가깝게, 게임을 즐기는 방법도 투수와 타자의 특성을 모두 고려한 전략적인 플레이가 가능하죠. 실제 야구장에 있는 감독과 선수의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 야구장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 실사형 액션 야구게임이 봇물이다. 지난 여름부터 국내 대형 게임 개발업체가 ‘진짜 야구’를 표방한 게임을 준비 중이다. ‘MVP 베이스볼 온라인’은 그 중 실사형 야구게임의 포문은 연 게임이다. EA 서울 스튜디오에서 개발했고, 엔트리브소프트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실사형 야구게임 중 제일 먼저 정식서비스를 시작했다.

김성훈 EA 서울 스튜디오 ‘MVP 베이스볼 온라인’ 개발팀장, 김도엽 아티스트, 이준호 아티스트(왼쪽부터)

김성훈 EA 서울스튜디오 ‘MVP 베이스볼 온라인’ 개발팀장은 ‘MVP 베이스볼 온라인’을 가리켜 “진짜 야구와 다름없는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그래픽 효과가 훌륭한 게임은 ‘MVP 베이스볼 온라인’ 말고도 많다. 일반적으로 일인칭슈팅(FPS) 게임이나 레이싱 게임은 게임 화면인지, 혹은 녹화된 영상인지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MVP 베이스볼 온라인’을 진짜 야구 경기를 보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요소는 뭘까. 그래픽뿐만이 아니었다. EA 서울 스튜디오의 문을 열고, ‘MVP 베이스볼 온라인’ 개발 주역을 만나봤다.

‘MVP 베이스볼 온라인’은 스포츠게임 개발로 특히 유명한 일렉트로닉 아츠(EA)가 지난 2005년 개발한 ‘MVP 베이스볼 2005’ 게임 엔진을 기반으로 제작된 게임이다. 2005년 당시 쓰인 그래픽 엔진과 애니메이션 엔진, 사운드 엔진 등이 ‘MVP 베이스볼 온라인’에 녹아들었다. 헌데, 무려 7년 전 게임이 아닌가. 진짜와 같은 야구게임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구형 엔진인 것은 아닐까.

“기본적으로 2005년 당시 쓰인 엔진이 기초가 됐지만, 지금의 트렌드에 맞게 EA 서울 스튜디오에서 추가 개발과 수정을 거쳤습니다. 애니메이션 엔진을 비롯한 게임의 논리적 구조는 남아 있지만, 그래픽과 사운드 네트워크기능 등은 모두 EA 서울 스튜디오에서 새로 개발하게 됐죠.”

2005년 출시 당시 높은 품질을 냈던 게임 그래픽을 지금 본다면, 저급한 그래픽이라고 손가락질할 게 뻔하다. EA 서울 스튜디오에서 그래픽과 사운드 엔진을 새로 개발하게 된 것은 자연스럽다. 재미있는 부분은 바로 애니메이션 엔진이다. 애니메이션 엔진은 많은 부분이 재활용됐다.

애니메이션 엔진은 게임 속에서 캐릭터의 움직임이나 경기를 자동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등의 역할을 맡는 엔진을 뜻한다. 한마디로 게임 속 인공지능이라는 설명이다. 야구공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야구공이 날아가는 방향에 따라 게임 속 캐릭터가 어떻게 움직이고, 달리는지 등을 총괄하는 엔진이다. 2005년도의 야구경기와 2012년의 야구경기가 질적으로 다를 수는 있어도, 야구경기가 진행되는 기본적인 패턴은 변하지 않는다. 애니메이션 엔진이 그대로 이용된 까닭이다.

“애니메이션 엔진만큼은 2005년 출시될 당시에도 이미 EA가 쌓아 온 수년간의 프랜차이즈 게임을 통해 완성된 후였습니다. 액션형 야구 게임에 관한 EA의 노하우가 집약된 부분이죠. 실사형 야구게임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김성훈 팀장은 EA의 애니메이션 엔진에 관해 “이미 완성된 엔진”이라고 치켜세웠다. 야구공이 날아오는 상황을 예로 들어보자. ‘MVP 베이스볼 온라인’에서는 야구공과 게임 속 캐릭터의 연동이 다른 게임과 비교해 뛰어나다. 야구공이 뻗어 나가는 방향에 따라 캐릭터가 움직이고, 야구공의 위치와 캐릭터의 글러브가 일치된다. 야구공과 글러브의 위치가 어긋나도 공을 잡은 것으로 판명되는 다른 게임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야구 게임에서 야구공이 뻗어 나가는 경우의 수는 무한대에 가깝다. 게임 속 캐릭터도 수도 없이 많은 타구의 성격에 따라 달리 움직여야 한다는 뜻이다. 축구나 야구, 농구 등 스포츠게임 개발에 특화된 EA만의 애니메이션 엔진 기술 덕분이다.

애니메이션 엔진이 야구 게임의 현실적인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그래픽 엔진은 시각적인 현실감각을 일깨워주는 요소다. 특히 EA 서울 스튜디오에서 새로 개발한 그래픽 엔진 위에 국내 프로야구 선수의 이미지가 그대로 재현됐다는 점이 반갑다. 삼성라이온스 오승환 투수와 SK와이번스의 김광현 선수가 게이머의 손끝에서 살아 움직인다. 얼굴과 체격만 베껴온 것이 아니다. 선수마다 갖고 있는 특이한 동작을 게임 속에 반영했다. 오승환 선수 특유의 무표정이 오승환 선수만의 투구폼과 만나 야구 게임에 현실감각을 높인다.

김도엽 EA 서울 스튜디오 ‘MVP 베이스볼 온라인’ 아티스트는 “국내 프로야구 선수의 투구폼이나 타격폼을 영상을 통해 비교 분석해 선수만의 특징이 잘 살아날 수 있도록 기존 그래픽 엔진을 수정하는 방향으로 제작했다”라며 “게임 속에서도 선수 개개인의 개성을 살렸다”라고 설명했다.

‘MVP 베이스볼 온라인’에서 선수 얼굴에 쓰인 폴리곤 개수는 약 5천여개다. 여기에 마치 클레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과 같이 선수 개개인의 특이한 폼을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통해 주무르면, 게임 속에서 실제 선수가 탄생한다. 게임 그래픽 아티스트들은 게임 속에 현실을 녹이는 이들인 셈이다.

이준호 EA 서울 스튜디오 그래픽 아티스트는 “넥센 히어로즈의 강정호 선수가 특히 잘 표현된 것 같다”라며 “실제 팬들에게 보여줬을 때 똑같다는 평가를 받을 때가 가장 뿌듯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김도엽 아티스트는 가장 표현이 잘 된 선수로 오승환 선수를 꼽았다. 오승환 선수 특유의 무표정을 게임 속에서 표현해내는 것이 까다로웠지만, 어려운 작업이었던 만큼 만족감도 크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김도엽 아티스트와 이준호 아티스트 모두 무표정이 특징인 선수를 가장 잘 만들었다는 평가를 내렸다는 점도 재미있는 부분이다.

애니메이션 엔진과 그래픽 엔진을 이용해 시각적인 사실성을 완성했다면, 다음 단계는 소리를 통한 실제 경기장을 표현해내는 일이다. 공포영화를 볼 때도 소리를 끄면 전혀 무섭지 않다. 소리는 게이머가 게임에 현실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EA 서울 스튜디오도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관객의 함성과 해설의 중요성을 알고 있다.

“사운드 엔진 역시 2005년 당시 개발된 EA 본사의 엔진을 기반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영어와 우리말 어순이 다르다는 점이나 실제 해설자가 타구의 성격을 판단하는 부분 등 개선된 점이 많습니다.”

김성훈 팀장은 “사운드 엔진 역시 EA 서울 스튜디오에서 새로 개발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타자가 안타를 쳤을 때 단순히 “안타입니다”라고 해설하는 것과 “이승엽 선수 2루타를 뽑아냅니다”라고 말하는 것 중 어떤 것이 더 현실적일까. 당연히 후자다. ‘MVP 베이스볼 온라인’에서는 이처럼 말과 말을 조합한 해설을 들을 수 있다. 게이머의 눈과 귀 모두를 즐겁게 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경기가 열리는 구장의 크기에 따라서도 홈런 개수가 달라진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요소가 게임에 현실을 녹여냈는지 알만하다.

“지금은 선수의 특이한 폼을 잡아주는 1단계 개발이 끝난 상황입니다. 2단계는 폼을 완전히 똑같이 만드는 것이 목표죠. 경기장 수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고, 구장 펜스 길이에 따른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하도록 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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