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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수다떨기] 오라클의 썬 인수가 HP에 미칠 영향
by 도안구 | 2009. 05. 10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다는 발표를 접했을 때, 머리에 떠 오른 다른 기업이 있었다. 바로 HP였다.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다면 이후 ‘HP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HP 처지에서 보면 절친했던 친구가 갑자기 칼을 빼든 형국이기 때문이다.

오라클은 썬을 인수하면서 자바와 솔라리스를 얻은 것이 가장 큰 의미가 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사업에 무게를 둔 것이다. 이 때문에 오라클이 썬이 보유한 하드웨어 사업은 다시 매각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왔다. 개인적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있는 추측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로이터통신이 보도한 래리 엘리슨(Larry Ellison) 오라클 CEO의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런 추측들은 일단 보류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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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엘리슨은 로이터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애플(Apple)이나 시스코(Cisco) 같은 회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뛰어난 조합을 통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만약 기업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한다면, 소프트웨어만 개발할 때보다 뛰어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애플의 ‘아이폰(iPhone)’이 마이크로소프트(MS) 기반 스마트폰보다 뛰어난 이유”라고 밝혔다.

이말은 곧 오라클이 썬의 하드웨어 사업을 포기할 뜻이 없이 없으며, 그렇다면 결국 HP와 오라클이 서버 시장을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경쟁을 벌이게 됐다는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해 보인다.

그동안 HP와 오라클의 관계는 상당히 긴밀했다. 서로가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분야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난해엔 오라클의 데이터웨어하우스(DW) 전용 장비를 HP가 개발해주기도 했다. 이름도 ‘HP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머신’이라고 명명할 정도였다. (관련 기사 : 세계 3위 SW 업체 오라클, 첫 하드웨어 선보였다)

HP의 마크허드 CEO는 지난해 가을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09’ 화상 대화에 참여해 “자체적인 DW 장비가 있었지만 오라클이 다른 하드웨어 업체에 의뢰하게 됐을 때 입게 될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오라클과 협력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제 오라클이 썬을 인수했고, 관련 사업을 강화하면 그간의 관계는 틀어질 수밖에 없다. 썬의 경우 ‘그린플럼’이라는 오픈소스 DBMS를 최적화한 제품을 자사 장비에 탑재해 DW 시장에 대응해 왔는데, 이런 전략을 취하지 않아도 된다. 최강의 DBMS를 가진 오라클이 썬을 인수했기 때문이다.

출시한 지 1년도 안된 장비(HP 오라클 데이터베이스 머신)가 오라클의 정책에 따라 꽃도 못 피워보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지도 모를 운명에 처했다. (최근 한국오라클 데이터베이스 부문 총괄 신동수 부사장은 이 장비를 한국오라클 본사에 들여와 고객들이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고, 반응도 좋다고 밝힌 바 있는데, 장비를 검토하고 있는 고객 입장에서는 도입을 해야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해야 될 판이다.)

HP의 고민은 하드웨어를 지원해 줄 강력한 자체 소프트웨어가 없다는 것이다. 고객들은 IT 시스템을 구매할 때 단순히 하드웨어의 성능만 보는 것이 아니다. 정작 더 중요한 고려 사항은 어떤 소프트웨어가 탑재되느냐이다. IBM이 DBMS인 ‘DB2′와 ‘인포믹스’를 자체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유닉스 서버 비즈니스를 펼칠 때 DBMS 분야 1위인 오라클과 더 긴밀히 협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HP는 그간 소프트웨어 분야에 대해 많은 투자를 단행해 왔지만 대부분 IT 인프라 관리와 보안, 정보수명주기(ILM) 분야였다. HP는 유닉스 운영체제는 보유하고 있지만 데이터베이스나 미들웨어, ERP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이나 그 기반이 되는 플랫폼 소프트웨어는 없다.

HP가 미들웨어 시장에 도전을 안 한 것은 아니다. HP는 2000년 블루스톤이라는 소프트웨어 업체를 4억7천만 달러에 인수했지만 자바 진영에서는 IBM과 BEA에 밀렸고 윈도우 진영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려, 결국 2년이 지난 2002년 7월 관련 사업을 철수했다.

그 후 BEA 인수설도 나돌았지만 BEA는 지난해 초 오라클의 품에 안겼다. HP는 가지고 있던 실탄을 지난해 EDS를 인수하면서 많이 소진해 버렸다. 서비스 업체로 승승장구하는 IBM을 따라가는 전략을 취했지만 IBM이 보유한 소프트웨어 제품군과 경쟁할 만한 소프트웨어가 없는 입장에서 오라클의 썬 인수는 상당한 위협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국내 시장을 놓고 보더라도 HP가 국내 차세대 프로젝트에서 상당 부분 성과를 올렸지만 여기에는 오라클과 티맥스소프트라는 든든한 우군과의 협력이 작용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은행이 HP의 유닉스 서버에 오라클 DBMS가 결합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하려다가 막판에 IBM의 메인프레임을 선택한 배경을 두고도, 오라클이 국민은행측이 원했던 가격 조건을 거부했기 때문이었다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아이테니엄2′ 기반의 ‘슈퍼돔’의 미래도 주목된다. HP는 자체 칩 개발을 포기하고 인텔과 손을 잡고 유닉스 장비에 탑재하는 아이테니엄2를 공동 개발하고 있지만 인텔측은 약속했던 제품 출시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아이테니엄 진영에 합류했던 유니시스도, 인텔의 x86 프로세서에 집중하겠다며 아이테니엄 진영에서 탈퇴하겠다는 뜻을 공식화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IBM의 P 시리즈가 살아나고 있고, 썬이 오라클의 든든한 실탄을 중심으로 스팍 칩에 대한 투자를 단행하게 되면, 미드레인지와 로우엔드 유닉스 시장에서 강세를 보인 썬의 하드웨어 영향력을 발판으로 오라클은 하이엔드 유닉스 서버 시장 진출도 가능해진다. HP의 유닉스 서버는 더욱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다.

물론 HP에게 암울한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기회에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해 x86 서버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결합해 고객에게 접근하고 있는 IBM이나 오라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다른 하드웨어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마이크로소프트 제품군이 핵심 업무용으로 적용되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고, x86 서버 가격 자체가 워낙 저가에 형성되어 있어 HP의 수익 개선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미지수다.

오라클은 x86 서버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리눅스 시장에서도 ‘센트OS(CentOS)’를 내세워 직접 시장에 뛰어들고 있고, 리눅스 기반의 DBMS 시장에서도 50%가 넘는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고 있다.

물론 오라클의 하드웨어 시장 도전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와 하드웨어 비즈니스의 생리 자체가 달라 이를 어떻게 조율해 나갈지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 또한 오라클의 행보에 팔짱만 끼고 있지 않을 것이고, x86 서버 시장의 확대속에서 입지를 더욱 키워가고 있다는 점에서 반오라클 진영을 아우룰 수 있는 카드를 꺼낼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문제는 어떤 카드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오라클과 마이크로소프트라는 소프트웨어 업체의 선택에 따라 HP의 입지나 향후 행보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래 저래 HP의 운신의 폭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HP는 PwC 인수 협상을 벌이다 컴팩 인수쪽으로 급선회했고, 결국 경쟁업체인 IBM이 PwC를 인수하면서 서비스 회사로 확실히 변모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경험이 있다. HP가 뒤늦게 서비스 비즈니스 강화를 위해 EDS를 인수하면서 실탄을 소진한 사이, 이번에는 절친했던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면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서비스까지 수직 계열화시켜 강력한 경쟁자로 돌변한 상황을 지켜봐야 할 처지가 됐다.

한 박자씩 느리게 움직였던 HP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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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닷넷 미디어랩장. 블로터TV와 소셜 분석, 전자책 등 새로운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원피스'의 해적들처럼 새로운 모험을 향해 출항했다. [트위터] @eyeball, [이메일] : eyeball@bloter.net
5 Responses to "[IT수다떨기] 오라클의 썬 인수가 HP에 미칠 영향"

숭실대 정보통신전자공학부 4학년 학생입니다.

시스코의 대학생 홍보대사로 활동하며 업계 동향을 알고싶을 때

도안구님의 기사를 유심히 또 생각하며 읽게 됩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

    홍상진//이런, 도움이 되고 있다니 더 분발하도록 하겠습니다. 캠퍼스 많이 바뀌었죠? 경상대 건물은 여전히 낡았더군요. ^.^. 우리 건물은 언제나 바뀌려냐? 시스코 홍보대사시라니 한번 연락해서 인터뷰 좀 해야겠는 걸요. 시스코 통해서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

헛.. ^^ 경상대? ^^

도안구 기자님

실례가 안된다면 이메일 주소를 알고싶은데 어떻게 알수있을까요? ^_^

궁금한 점 등을 여쭈고 싶습니다~!

네이버 뉴스에서 제 이름 치면 메일이 나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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