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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에서 구글까지, 실리콘밸리의 얼굴

2012.11.16

‘따사로운 햇살 아래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코딩을.’

이 그림 같은 장면이 연출되는 곳은 어디일까요. 바로 실리콘밸리입니다. 실리콘밸리는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스탠포드대학이 있는 팔로알토부터 산타클라라 인근에 이르는 지역을 부르는 말입니다.

실리콘밸리에서 차를 몰고 다니면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건물마다 세계적인 IT 회사 로고가 붙었습니다. 어떤 동네는 그 일대 건물이 전부 한 회사의 사무 공간입니다.  구글 본사는 마운틴뷰 찰스턴로드를 중심으로 여러 건물로 구성됐습니다. 한 집 건너 한 집 앞에 구글 로고가 그려진 팻말이 세워져 있습니다. 구글 마을이지요. 글로벌 K-스타트업 참가팀 숙소가 있는 밀피타스에는 시스코 마을이 있습니다.

밀피타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데에 1시간 남짓 걸리는데요. HP와 테슬라, 페이스북, VM웨어, 스탠포드대학이 있는 팔로알토, 구글과 애플의 본사가 있는 마운틴뷰, 오라클과  에버노트 등이 본사를 둔 레드우드시티,  인텔과 맥애피, 엔비디아가 둥지를 튼 산타클라라 등을 지납니다.

미국 서부 특유의 넓은 마른 땅에 곳곳에 세계적인 IT 회사의 로고가 박혀 있는 듯합니다. 이곳을 무심하게 지나칠 IT인이 있을까요.

실리콘밸리는 차 막히기로는 미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입니다. 실리콘밸리의 교통 체증은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세 번째입니다. ‘걸어서 15분 거리를 택시 타면 1시간’이란 런던만큼은 아니지만, 아침 9시와 저녁 6시 전후로 꽤나 막힙니다. 이 시간에는 고속도로에서도 가다서다를 반복합니다. 마치 출근 시간의 서울 강변북로 같습니다.

산타클라라, 마운틴뷰, 레드우드시티, 팔로알토 등은 차로 30분 거리에 떨어져 있습니다. 트위터와 드롭박스 등 요 근래 뜬 스탸트업이 있는 샌프란시스코와는 1시간 거리이고요. 상당히 넓게 퍼져 있는데요. 저녁이면 각종 협업공간이나 투자회사, 컨설팅회사, 호텔 등에서 행사가 열립니다. 행사 주제는 다양합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멜린다 게이츠가 11월14일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강연하는 모습.

▲린스타트업에 대한 책을 쓴 브랜트 쿠퍼의 강연회.

▲11월12일 교육 관련한 서비스에 관한 ‘에듀테크’ 콘퍼런스가 끝나고 참석자들끼리 이야기 나누는 모습.

교육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기술 기반 서비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에듀테크’와 같은 행사가 있고요. 웹사이트로 이용자를 끌어오는 검색 최적화 강연도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에 둥지를 튼 기업이면 이 정도는 기본일텐데요. 참석해 보니 웹사이트를 운영하거나 홈페이지가 있는 소상공인이 주 참석자였습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의 미국 일정 첫날 지식경제부 주최로 열린 ‘K-테크’처럼 채용을 겸한 행사도 열리고요.

또, 글로벌 K-스타트업처럼 실리콘밸리에 찾아와 개인투자자나 벤처투자사, 창업보육센터 등에서 자기 서비스를 소개하고 싶어하는 곳도 많습니다. 누구나 참석할 수 있지 않지만, 수많은 벤처 회사가 성장 동력을 얻기 위해 도움을 줄 곳을 찾아가 서비스를 소개합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의 미국 일정을 꾸린 익스플로라인터내셔날의 대표 미셸 메시나는 지난 두 달간 200여개 회사를 만났다고 합니다. 그중엔 글로벌 K-스타트업처럼 외국에서 온 기업도 있었지요.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많은 기업이 내로라하는 장소, 사람, 회사를 만나고 다니는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입니다. 특히, 이제 막 첫발을 뗀 스타트업이면 언론의 주목을 받는 창업보육센터나 벤처투자사의 선택을 받고 싶을 겁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이 만난 신생 벤처창업보육센터 네스트GSV나 알토스벤처스, 500스타트업이 스타트업이 찾는 곳입니다. 미국의 IT 전문 매체에 종종 등장하는 Y콤비네이터와 앤드레센호로위츠, 세콰이어캐피털 등도 있습니다. 이외에도 IT 벤처에 투자해 수익을 노리는 회사가 많습니다.

▲네스트GSV의 ‘커뮤니티 플로어’에 입주한 팀.

▲구글의 스타트업 지원 사업인 구글벤처스의 ‘스타트업랩’.

▲실리콘밸리에서 창업보육 사업을 하는 500스타트업.

실리콘밸리에서 스타트업은 정말 분야가 다양합니다.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 게임, 교육, 의료,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클라우드, 음악, 보안, 저작도구 등 각종 서비스를 만드는 곳들이 있는가하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한 스타트업도 있습니다. 500스타트업, 네스트GSV와 같이 신생 창업보육센터와 같은 곳 말입니다. 이 서비스를 바다 위에서 제공하겠다는 블루씨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디어와 사람, 회사가 넘치는 실리콘밸리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닙니다. 반짝 소개됐다 곧 잊히기 일쑤입니다. 미셸 메시나 익스플로라인터내셔널 대표가 “사람들의 관심을 놓치지 말라”라고 조언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때론 스타트업뿐 아니라, 스타트업을 유치하려는 회사도 발표를 해야합니다.

▲바다 위에 협업공간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블루씨드를 소개하는 맥스 마티 대표. 그는 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투자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발표를 잘하기 위해 과외받는 것도 필수지요.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발표 연습을 해야할 만큼 실리콘밸리는 경쟁이 치열합니다. 다행히도 글로벌 K-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에 오기 전 이 발표 문화에 단련됐습니다. 런던 테크시티에서 여러 창업보육센터를 방문하고 벤처투자자와 개인투자사, 미디어를 상대한 경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실리콘밸리에 와선 더욱 긴장한 모습입니다. 똑같은 발표 코칭도 실리콘밸리에서는 고3 수험생 앞두고 족집게 과외하듯, 되는 것과 안 되는 것 위주로 이루어집니다. 발표를 들은 투자자의 조언 중 “슬라이드를 만들 때, 페이지가 너무 많다”라는 식으로 아주 구체적인 것도 있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그루폰을 이을 다음 주자는 누가 될까요. 실리콘밸리 밖에서 구글이나 애플이 등장할 수도 있을까요.

▲실리콘밸리의 도시를 오가다 보면 도시보다 나무, 들판, 구름이 더 눈에 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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