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K-스타트업 참가팀을 따라 한국을 떠난 지 2주가 돼 갑니다. 노리말랑스튜디오, 브레인가든, 클래스팅, 피그트리랩스는 영국 런던과 실리콘밸리에 있는 창업보육센터와 협업공간, 개인투자자, 벤처투자사를 방문해 서비스 발표를 거듭했습니다. 세어보니 20번이 넘습니다. 프로그램스는 회사 사정으로 이충재 개발자만 11월15일부터 참가해 이곳에서 총 4번만 발표했습니다.

런던에서 첫 발표는 얼떨결에 시작했습니다. 이번 일정에 발표 자리가 자주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웠지요. 전날까지도 일정이 조금씩 바뀌어 갈 곳은 알아도 할 일을 모를 때가 있었습니다. 라스트FM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털 패션캐피털 창업자인 스테판 글렌저 앞에서 한 첫 발표가 그랬습니다.

그뒤로 글로벌 K-스타트업 참가팀의 발표는 점차 능숙해졌습니다. 모질라재단의 모즈스페이스, 텔레포니카의 창업보육센터이자 협업공간인 와이라 아카데미, 11월6일 저녁 캠퍼스 런던의 카페테리아, 개인투자자와 미디어, 벤처투자사로 구성된 평가단이 2명씩 조를 짜서 5번씩 이야기하도록 한 라운드테이블, 전체 발표를 하고 30분간 조언을 받는 멘토링 받는 자리가 있었지요.

미국 실리콘밸리에 와선 미국 벤처투자사의 입맛에 맞는 발표 방법과 프리젠테이션 파일 만드는 법부터 익혔습니다. 실리콘밸리는 서울이나 런던에 비하면 아주 넓습니다. 투자회사나 창업보육센터, 법률회사 등이 아주 널찍이 떨어져 있지요. 도시를 이동할 때 고속도로에 들어서야 할 때도 있습니다. 알토스벤처스에 갈 때는 스탠포드 대학 소유의 넓은 공원도 지났습니다. 알토스벤처스는 11월15일 방문했는데요. 이 날은 그야말로 글로벌 K-스타트업 2주 해외 일정의 하이라이트였습니다.

11월15일 오전 9시, 투자 전문 은행인 실리콘밸리뱅크가 시작이었습니다. 이곳의 릴리 후앙 글로벌게이트웨이디렉터와 보 핸슨 릴레이션매니저 앞에서 각 팀은 서비스를 소개했는데요. 발표하고 피드백을 얻을 시간이 1시간 15분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곤 알토스벤처스의 공동창업자로 알려진 남호동 공동창업자와 아미로캐피털500스타트업의 투자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점심은 국제 법률회사인 SNR덴튼에서 마련한 샐러드와 모닝빵, 초코 케익 등으로 때워야 했는데요. 식사 시간은 30분에 불과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해 마지막 발표 팀은 서둘러 마쳐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각 팀은 4분 안에 발표를 마쳐야 했습니다. 투자회사 쪽에서 이야기가 흥미로워 질문을 던지면 다음 팀은 그만큼 시간을 뺏기게 되는 식이었습니다. 미국 시장을 노리는 팀이면 질문과 조언 하나가 소중한데 일정은 촘촘했습니다. 너무 무리해서 일정을 짠 것 아닌가 싶은데요.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문화를 다룬 ‘창업국가’란 책을 보면 스타트업이 만나고 싶은 인물은 항상 바쁩니다. 약속도 지인을 통해 겨우 잡을 수 있지요.

이 모습을 지켜보니 미국과 국내에서 방영된 ‘도전 슈퍼모델’이란 TV프로그램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미국에서는 ‘아메리카 넥스트 톱 모델’이란 이름으로 방영됐습니다. 이 프로그램에선 모델들이 최대한 많은 에이전시나 디자이너에게 자기 포트폴리오와 워킹을 보여주려고 오토바이, 택시, 지하철을 타거나 때론 뛰어도 다닙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은 버스를 대절해 다녔지만, 시간에 쫓기고 긴장감 속에 발표를 한 건 비슷했습니다. 언제 올지 모르지만 무대에 서는 날을 위해 깊은 인상을 남기려 노력하는 모습 말입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 참가 팀은 수없이 발표를 되풀이할 때 당장 투자를 유치하려는 건 아니었습니다. 아직 서비스 출시 전이고 법인 설립도 하지 않은 기업도, 이미 투자를 유치한 곳도 있고, 이용자 확대하는 게 더 급한 곳도 있었습니다. 각자 처한 상황과 당장 필요한 것도 달랐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열심이었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김영한 브레인가든 대표는 “우리는 영어 공부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서비스하는데 이곳에서 교육하는 사람과 끈을 만들고 싶었다”라며 “실제로도 한 벤처투자사의 담당자는 연락하면 좋을 사람을 연결해주겠다는 말을 해줬고, 이렇게 계속해서 연결 고리를 만들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 시작해 이미 일본과 대만, 호주에서 이용자를 모은 클래스팅의 조현구 대표는 “이번 기회에 좋은 이미지를 심어두면 나중에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하다”라며 “필요할 때 바로 네트워크를 만들기란 어려운 노릇”이란 얘기도 들려줬습니다.

글로벌 스타트업이 4곳 벤처캐피털과 창업보육센터 담당자에게 발표한 11월15일 모습을 사진으로 전합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 실리콘밸리은행 방문

▲도전, 넥스트 톱 스타트업은 실리콘밸리뱅크에서 시작했습니다.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15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유명한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교통체증 덕분에 약 4분 늦게 도착해, 발표할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지체할 틈 없이 두 번째 장소로 출발했습니다. 이동하며 실리콘밸리뱅크에서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작전을 다시 짜는 모습입니다.

▲두 번째 도착 장소는 알토스벤처스입니다. 한국계 출신이 만든 벤처투자사로 블로그칵테일과 판도라TV, 이음, 배달의민족 등 국내 기업에도 투자한 경험이 있는 곳이죠.

▲남호동 알토스벤처스 공동창업자가 짧은 소개를 마치자 곧장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발표 시간은 공평하게 4분씩. 발표하고 4분이 지나면 알람 소리가 납니다. 이야기하는 데 방해받지 않으려면 4분이 되기 전 끝내야겠죠.

▲알토스벤처스에서 500스타트업과 아미로캐피털의 투자 담당자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다들 이 멋진 풍경을 제대로 감상이나 했을까요.

▲SNR덴튼의 한 회의실에서 500스타트업과 아미로캐피털 투자 담당자 앞에서 발표합니다.

▲점심은 회의실에 마련된 샐러드와 빵으로 30분 만에 해결해야 했습니다.

▲세 번째 발표는 마틴 탠토 아미로캐피털 투자 담당자 앞에서 했습니다. 런던에서부터 발표하는 모습은 다 녹화해뒀습니다. 한국에 돌아가 비디오를 보면 어떤 기분일까요. 런던에서 첫 발표와 일주일이 지나고 미국에서 한 발표는 많이 달라져 있겠죠.

▲피드백을 얻기 위해 발표한단 얘기를 앞서 소개한 바 있는데요. 말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듣는 것 아닐까요.

▲ 크리스틴 차이 500스타트업 투자 담당자가 오기 전 발표 내용을 또 다듬어 봅니다. 좀 더 구체적인 피드백도 이때 물어보고요.

▲발표하기에 앞서 500스타트업 소개부터 들었습니다.

▲이기헌 말랑스튜디오 공동창업자와 김재현 클래스팅 공동창업자. 두 사람 모두 디자이너인데요. 2주일간 벤처투자사, 개인투자사, 미디어에 받은 피드백뿐 아니라 참가팀끼리도 서비스에 대한 조언, 아이디어를 나누었습니다.

미국의 톱모델 타이라 뱅크스가 진행하는 ‘아메리카 넥트스 톱 모델’엔 승자가 있습니다. 순위도 있고요. 그런데 11월15일 글로벌 K-스타트업이 종일 쉴틈도 없이 한 영어 발표 일정엔 1등도 상품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열심이었습니다. 500스타트업의 크리스틴 차이 앞에서 발표를 끝으로, 스타트업을 위한 단기 창업보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액셀러레이터인 플러그앤플레이를 견학했습니다. 마침 이곳에선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마련한 국내 벤처의 발표 행사가 열렸습니다.

K-테크, 플러그앤플레이 피치 이벤트

11월15일 발표 일정은 승자가 없이 끝났습니다. 그런데 전 일정이 영어로 진행되는 통에 앞에 나서고 발표할 기회를 한 번도 얻지 못한 참가자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11월16일 이른 바 ‘우리끼리 한국어 발표대회’가 열렸습니다. 이 일정은 정김경숙 구글코리아 홍보 상무가 실리콘밸리 일정 중에 급작스럽게 제안했는데요. 정김경숙 상무는 “발표를 영어로 해, 영어에 능숙한 사람만 앞장서 그동안 앞에 서지 않은 분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고, 우리말로 하면 어떨지도 궁금했다”라고 합니다.

▲이기헌 말랑스튜디오 공동창업자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이렇게 달변가인지 2주동안 까맣게 몰랐습니다. 적당한 손동작은 따로 배운 것인지 궁금해하는 참가자가 있을 정도였습니다.

▲영어로 발표할 때보다 한국어로 발표하니 아이디어가 빛났습니다. 솔직하게 앞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은 발표자, 좌중에게 눈을 감기고 머릿속에 서비스의 그림을 그리게 한 발표자도 있었습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조현구 클래스팅 공동창업자, 김기흥 브레인가든 공동창업자, 김현종 피그트리랩스 공동창업자, 이충재 프로그램스 연구개발자

▲우리끼리지만, 시간 엄수는 필수입니다.

▲에이프릴 김 브레인가든 마케터는 채팅캣이란 서비스 대표이기도 합니다. 모처럼 서비스를 시연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우리끼리 한국어 발표 대회’는 경품도 있었습니다. 시상식은 2주 일정의 마지막 저녁 자리에서 열렸습니다.

▲발표자 모습입니다. 1등은 역시 이기헌 말랑스튜디오 공동창업자가 차지했습니다. 평균 30점 만점이었는데 27점을 받았습니다. 1등 상품은 ‘아이패드 미니’, 2등 상품은 ‘넥서스7’인데요. 넥서스7은 조현구 클래스팅 대표가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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