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 MVP들의 조금 특별한 ‘재능 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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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본다. 나는 무엇을 남들과 나눌 수 있을까. 누군가에겐 돈이나 그에 버금가는 자산일 수도 있고, 다른 이에겐 일손이나 힘을 주는 말 한마디도 될 수 있을 텐데.

이를테면 한국마이크로소프트(이하 한국MS)가 진행하는 ‘테크매치’는 IT 재능을 이웃과 나누는 봉사활동이다. 이 활동에는 MS MVP(Most Valuable Professionals)들이 직접 참여한다. MVP는 MS가 공인한 IT 전문가들이다. 이들이 지닌 재능은 MS 주요 제품과 기술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활용하는 능력이다. MVP들은 이 능력을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과 나눈다. 테크매치를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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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이크로소프트 '테크 매치' 발대식.

2007년 12월, 권찬(45) 한국MS 이사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오랜 ‘홍보맨’ 일을 털고 회사에서 사회공헌 업무를 도맡게 된 직후였다. 대학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막상 일을 맡고 보니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느낌이었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한 상황이었다.

권 이사는 당시 한국MS가 주력하던 ‘기빙매치’ 프로그램에 눈을 돌렸다. 기빙매치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으면 해당 금액만큼 한국MS가 똑같이 돈을 보태 뜻 있는 곳에 후원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권 이사는 직원들이 후원금을 기꺼이 내면서도 자기가 낸 돈이 어디에 쓰이는지 모르고 있다는 데 착안했다. 그래서 후원 기관과 내역을 알려주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기빙매치 소식’이란 소식지를 만들었다. 모금에 참여한 직원들이 자신이 낸 돈의 쓰임새를 알고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도움 필요한 단체에 MS MVP 연결해주는 ‘테크매치’ 선보여

그렇게 인연이 닿은 곳이 요셉의원이었다. 요셉의원은 가톨릭사회복지회 부설 병원이다. 1987년 문을 연 뒤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주로 진료해왔다. 요셉의원에선 할아버지나 할머니 등 나이드신 어르신들이 자원봉사를 한다. 한국MS는 기빙매치 프로그램에 따라 2007년부터 요셉의원을 후원하고 있었다.

“현장을 보고 싶어 무작정 찾아갔죠. 마침 어르신들이 후원자들에게 보낼 지로용지를 정리하고 있었는데요. 후원자 이름과 후원금액을 일일이 손으로 쓰고, 지로용지도 한 장씩 손으로 프린터에 넣어가며 인쇄하고 계신 거에요. 퍼뜩 생각이 스쳤어요. 아, 우리가 도울 수 있는 일을 찾았구나! 하고요.”

사무실로 돌아온 권 이사는 MS MVP이자 평소 친분이 두터웠던 전경수 오피스튜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전 대표도 사정을 듣고 흔쾌히 돕겠다고 나섰다. 내친김에 또다른 MVP인 염기웅 JnC컴퍼니 대표도 끌어들였다. 이렇게 모인 이들은 다시 요셉의원을 찾아가 자료 정리법부터 ‘MS 오피스’를 활용해 지로용지와 봉투를 손쉽게 인쇄하는 방법까지 차근차근 알려드리고 직접 작업도 도왔다.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을 했어요. 어르신들이 어찌나 꼼꼼히 검수하고 감독하시던지…. 사회공헌활동 담당자로서 큰 감동을 느꼈습니다. 140명에 이르는 MS 한국 MVP들과 할 수 있는 일이 훨씬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껏 MVP들이 온라인으로 지식나눔을 실천해왔는데, 기왕이면 오프라인으로 활동을 확장하면 어떨까 싶었죠.”

그렇게 MVP들의 기술 재능을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누는 ‘테크매치’가 탄생했다. 전경수·염기웅 두 MVP의 도움으로 출발한 ‘테크매치’는 어느새 MVP 30여명이 참여하는 한국MS만의 독특한 사회공헌활동으로 자리잡았다. 테크매치 발원지가 된 요셉의원을 시작으로 경실련이 테크매치 프로그램에 가세했다. 코시안의 집, 브니엘의 집, 아름다운가게,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 규모에 관계없이 MVP들의 손길을 필요로하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 MVP들은 PC 교육과 컨설팅 등을 맡고, 한국MS는 SW나 재정지원을 보태는 식이다.

권찬 이사와 더불어 테크매치 탄생의 산파격인 전경수 오피스튜터 대표는 “테크매치는 기간을 정해두지 않고 도움을 요청하는 곳 요구에 맞춰 MVP분들을 연결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라며 “처음에는 적은 기관으로 시작했는데, 관심을 보이는 기관도 늘어나고 참여하는 MVP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자랑스러워했다.

참여 MVP들, “인맥 넓히고 보람 느끼니 일석이조”

MS 직원과 외부 전문가가 더불어 참여하는 테크매치 모델은 바다 건너에서도 흥밋거리다. 권찬 이사는 “MS 본사에서도 한국에서 발원한 테크매치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무엇보다 한국MS 혼자 힘이 아니라 국내 MVP분들이 자발적으로 힘을 보태 이뤄낸 성과란 점을 높이 사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MVP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또다른 프로그램으로는 ‘NGO 데이’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4월 첫선을 보인 NGO 데이는 NGO 실무 담당자들이 업무 효율성을 높이도록 무료로 IT 교육을 실시하는 MS 글로벌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NGO 지원 사업은 MS 4대 주력 사회공헌활동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1년전 처음 NGO 데이를 시작했을 땐 주변 반응이 미지근했어요. MS가 한다니, 의도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적잖았죠. 그래서 참여자들이 오해할까봐 회원가입도 안 받고 완전히 행사를 개방했어요. 올해 4월에 2회 행사를 열었는데 300분 정도 관계자들이 참여하셨어요. 역시 MVP분들이 강사로 나서 교육을 맡고, 행사가 끝나면 온라인 카페도 만들어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고 도움을 드리고 있습니다.”

MS MVP들에게도 이같은 프로그램은 뜻깊다. 전경수 오피스튜터 대표는 “10년 정도 온·오프라인 서비스를 하며 쌓인 다양한 강좌와 서비스들을 NGO분들과 테크매치에 참여한 분들께 제공하고 있다”며 “카페를 통한 교류 외에도 1년에 2회 정도는 오프라인 모임을 갖고 있으며, 정착되면 다른 테크매치 모임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계획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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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8·29일 서울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열린 '2009 NGO 데이'.

재능 기부에 참여한 MVP들은 한국MS에서 직접 돈을 받지는 않는다. 그 대신 이들이 도움을 주고픈 단체가 있을 때 한국MS에서 SW나 재정 지원을 보태는 식으로 간접 도움을 받는다. 때로는 한국MS 법무지원실 소속 변호사들이 MVP들을 대상으로 무료 법률상담을 해주기도 한다.

전경수 오피스튜터 대표는 “직접 돈을 받는 것보다는, 무료 법률상담처럼 에둘러 지원해주는 게 행사 취지와도 어울린다”며 “MS 직원들과 인맥을 넓히고 친목을 쌓는 것 자체가 MVP에겐 또다른 도움”이라고 말했다.

붙박이 홍보맨에서 사회공헌 담당자로, 인생 이모작

권찬 이사는 코래드와 삼성에버랜드를 거쳐 1998년 4월 한국MS에 입사했다. 사회공헌 담당자가 되기 전까지 8년6개월동안 그는 줄곧 한국MS의 ‘입’이었다. MS의 한컴 인수설, 빌 게이츠 회장과 스티브 발머 CEO 방한 등 굵직한 사건이 그의 입을 거쳐 신문과 방송 전파를 탔다.

정든 홍보 업무를 떠나 사회공헌 프로그램에 골몰하고 있지만 홍보맨 기질까지 털어내진 못했나보다. “홍보나 사회공헌활동 모두 현장이 중요합니다. 책상머리에서 보도자료만 쓰면 홍보가 제대로 안 되죠. 사회공헌활동도 현장을 다녀가지 않고 프로그램을 돌리는 데는 한계가 있더군요. 또 둘다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합니다. 홍보는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면 회사가 욕을 먹고, 사회공헌활동을 맡은 지금은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못하면 NGO가 손가락질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 대신 딱딱한 업무만이 아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 또 홍보와 사회공헌활동이에요, 하하.”

권찬 이사는 “경기가 어려울 수록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했다. “어려울 때 기업이 친구로 다가서는 노력을 계속해야 소비자도 인정하고, 기업이 던지는 메시지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회공헌활동을 하며 현장에서 보고 들은 얘기를 담은 블로그도 머잖아 열 생각”이라며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사회에서 쌓은 인맥과 경력을 바탕으로 NGO와 MVP, NGO와 기업을 연결해드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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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이사(왼쪽)와 전경수 오피스튜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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