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박스 라이브’서 한국 청소년 퇴출

11월22일 저녁, 국내 ‘X박스 라이브’ 가입자들에게 한 통의 e메일이 전송됐다. 발신자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였다. 새로운 게임이 출시됐다는 내용이었다면 좋았으련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는 27일부터 18세 미만 국내 거주 청소년은 X박스 라이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다.

X박스 라이브는 MS의 게임 콘솔 ‘X박스360′에서 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서비스다. X박스 라이브를 통해 온라인 게임을 즐길 수 있고, 다른 이들과 함께 게임을 할 수 있다. X박스360 게임 콘솔 사용자를 엮는 네트워크인 셈이다. 게다가 각종 게임의 추가 내려받기 콘텐츠(DLC)나 X박스 라이브에서 온라인 게임 내려받기 서비스도 하고 있는 만큼 X박스 라이브는 X박스360 콘솔 사용자에게 중요한 서비스다.

이번 조치로 18세 미만 청소년은 온라인 대전을 즐길 수 없고, 게임의 추가 내려받기 콘텐츠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18세 미만 청소년이라는 점이 죄도 아닌데, 한국MS가 유독 국내 거주 18세 미만 청소년만 거르는 이유는 뭘까. 국내 게임법 때문에 정책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한국MS의 설명이다.

송진호 한국MS 이사는 “X박스 라이브 서비스는 국내만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인 만큼 셧다운제 등 국내 게임법이 요구하는 사항을 국내 서비스에만 도입하기 어려운 점이 많다”라며 “특정 시간이 되면 청소년이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한다거나 부모의 요구가 있을 경우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해야 하는 등 복잡한 요구사항을 전세계 공통 서비스에서 구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도입된 일명 셧다운제는 밤 12시가 되면 자동으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는 규정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선택적 셧다운제’는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 시간을 선택해 게임 업체에 알리면, 게임 업체는 각 청소년 계정의 게임 이용 시간을 조정해주도록 하는 제도다. 청소년이 게임 서비스에 가입하려면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고, 부모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지나야 한다.

국내 게임 서비스 업체는 이 같은 복잡한 규정을 비교적 잘 따르고 있다. 하지만 X박스 라이브와 같은 전세계 공통 서비스는 국내 게임법만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게 한국MS의 설명이다.

송진호 이사는 18세 미만 청소년의 접속을 막은 데 관해 “국내에서 X박스 라이브 서비스를 존속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아쉬운 감정을 표했다.

18세 미만 청소년이 아니어도 기존 국내 X박스 라이브 서비스 사용자 모두 X박스 홈페이지에 접속해 아이핀 인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만약, X박스 라이브의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 ‘X박스 라이브 골드’ 서비스를 이용 중이었다면, 남은 포인트를 환불받을 수 있다. 환불 신청도 X박스 라이브 홈페이지에서 하면 된다. 물론, X박스 라이브를 제외한 X박스360 콘솔 게임은 계속 즐길 수 있다. 게임법의 감시는 오프라인 게임에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게임법의 아이러니다.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코리아(SCEK)도 똑같은 이유로 지난 6월29일 게임 콘솔 ‘플레이스테이션(PS)3’에서 접속할 수 있는 게임 장터 ‘PS 스토어’ 국내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청소년을 식별하고, 거르는 시스템을 마련하느라 서비스를 중단한 것인데, 성인 사용자도 접속할 수 없어 사실상 철수한 셈이다. PS 스토어도 7월부터 시행되는 선택적 셧다운제 때문에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SCEK는 PS 스토어 국내 서비스 재개 일정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비난의 손가락은 국내 게임법을 향해야 할까. 아니면 국내 실정에 맞는 시스템을 미쳐 마련하지 못한 글로벌 게임 서비스 업체의 탓으로 돌려야 할까. 국내에 거주하는 청소년이라는 이유만으로 게임을 즐길 정당한 권리가 박탈당하고 있다는 논란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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