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수다떨기] 그린IT 정책, 시장 조사는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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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www.greengrowth.go.kr)’가 ‘그린IT 국가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이 전략이 그린 IT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 활용, 기반구축 등 전 주기를 연계한 범국가 차원의 전략이라고 밝혔습니다. IT강국을 넘어 글로벌 그린 IT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 IT부문을 녹색화하고 ▲ 그린IT 자체를 신성장 동력화(Green of IT)하는 한편 ▲ IT를 융합해 우리 경제와 사회를 ‘스마트 그린’화 해나가며 ▲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역량을 강화(Green by IT)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설명대로라면 대단한 전략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린IT 관련해서는 꽤 관심이 많았던 터라, 자료를 꼼꼼이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살펴본 결과 각 부처에서 중구난방으로 올린 것들을 짜깁기 해서 발표한 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이미 추진하고 있거나 이전에 발표된 내용들이 혼재돼 있었습니다.

혹시나 녹색성장위원회라는 웹사이트에 가봐도 참고할 만한 자료는 거의 없었고, 민간 위원으로 참여한 이들 중 IT 전문가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현 정부 들어 IT 분야에 대한 홀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더니만, 실제 범국가 차원의 전략을 달성하겠다는 심장부에서 눈여겨 볼 만한 자료도, IT 전문가도 찾을 수 없다니 안타까울 뿐입니다.

미시적으로 한 두 가지만 들여다 보죠.

세계 최고의 그린 IT 제품 개발이라는 항목에 ‘서버’가 들어가 있었습니다. 전력 소모량이 많으면서, 시장 규모가 큰 3대 IT 제품(PC, TV-디스플레이, 서버)을 그린 IT 제품으로 집중개발하겠다는 것이죠. 참고로 CO2 배출량(2008년 기준)은 PC본체 468만톤, 모니터와 TV 335만톤, 서버 134만톤이라는 군요.

서버를 개발하겠다니 눈이 번쩍 뜨일 만한 놀라운 계획입니다. 누가 어떤 서버를 개발하겠다는 것인지, 확인차 지식경제부에 전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서버를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그린IDC를 위해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지금 당장 뭐가 마련된 것은 아니”라는 답변입니다. 주무 부처와 녹색위의 생각이 서로 다른 것인지, 고개만 갸우뚱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버는 IBM, HP, 델, 후지쯔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전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도 서버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소식만 있지, 삼성전자의 서버는 시장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3월 인텔의 최신 서버용 프로세서 ‘네할렘 EP’ 발표장에 국산 서버 업체로 디지털헨지테라텍이라는 회사가 참가한 바 있습니다. 혹시나 디지털헨지에 연락을 해봤지만, 정부의 서버 개발 방안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입니다.

시장과 대화도 해보지 않고 무엇을 만들겠다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국산 서버 업체들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자료를 찾아볼 수 없기에 하는 말입니다.

정부는 ‘IT 서비스의 그린화’도 촉진하겠다고 합니다. ‘전기먹는 하마’로 지목되는 IDC(Internet Data Center)에 서버 고효율화 기술을 개발하고, 공공 부문부터 선도적으로 적용하겠다고 합니다. 이를 통해 전면적인 IT 서비스의 그린화와 수출 모델화를 추진한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관련 자료를 첨부했습니다.

※ K사 IDC(전국 60여개 소재) 한곳이 1년간 8480만kWh 사용(‘07년)

낯익은 수치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7년 블로터닷넷과 국민일보 탐사기획팀, 한국전기연구원이 공동기획한 [IT 시대의 그림자, 전력] 시리즈에서 인용한 자료였습니다.

관련 내용을 다시 한번 살펴볼까요.

한국전력에 따르면, 인구 20만의 충주시가 지난 한 해동안(2006년) 13억2600만kWh를 썼다. 여기에는 가정용 뿐만 아니라 산업용, 상업용, 공공용 전력이 다 포함돼 있다. 서버 2만개의 하나로IDC가 2006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7340만㎾h, 서버 3만개의 KT 목동 IDC는 2006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 8480만kWh를 각각 사용했다. 이를 통해 인구 20만의 도시의 총 전력소비량과 서버 40만대의 전력소비량이 비슷하다는 계산이 가능해진다.

당시 전기사용량 조사를 위해 꽤 힘겹게 취재를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업체들은 기업 비밀이라며 자료제공에 미온적이었고, 결국 한국전력에 협조 공문으로 보내 팩스로 온 흐릿한 종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수치들을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자료는 2006년도 얘기입니다. 3년이나 지난 시점이라면 새로운 조사와 연구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그렇게 어려운 일이었을까요.

한 두 가지의 문제로 모든 정책을 폄하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문가 집단들이 모여서 마련한 내용이라고 하기엔 너무 허술해 보이는 게 사실입니다. 인용한 자료들의 출처도 알 수가 없습니다.

당시 취재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그린IT와 관련된 기초 자료가 너무도 부족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또 분야별 전문가들은 많지만 정작 이런 전문가들이 융합 시대에 맞게 서로 만나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으려는 노력은 많지 않았습니다. 다만 다행이었던 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산업군의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싶어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기초 데이터를 만들고, 그것을 기반으로 머리를 맞대고 연구하는 과정에서 그린IT도 하나씩 달성돼 가리라 믿습니다.

관련 사업 육성을 위한 근거 자료를 만들기 위한 선행 연구부터 제대로 시작해야 합니다. ‘범국가 차원의 전략’을 뒷받침할 기초 자료가 보이지 않기에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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