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박스 이어 윈도우폰도 ‘19금’ 날벼락

#. 11월27일 : 윈도우폰8을 리뷰하기 위해 HTC의 8X를 손에 넣었다. USIM 카드를 옮겨 꽂고 몇 가지 기본 앱들을 설치했다. 새 윈도우폰은 꽤 만족스러웠다. 루미아 700 이후 몇 달 사이에 스토어에는 앱도 꽤 많이 늘어났다.

#. 11월28일 : 아침부터 앱이 설치가 안 되기 시작했다. 윈도우 스토어는 목록과 내용만 보일 뿐 ‘스토어 에러’ 메시지를 내뱉으며 다운로드는 안됐다. 별다른 설명은 없고 ‘c101a006′이란 에러 코드만 나올 뿐이었다. 잠시 서버가 먹통이 된 것인가 싶어 내버려두었다. 이 증상은 밤까지도 달라지지 않았다.

#. 11월29일 오전 : 하루가 더 지나도 달라진 것은 없다. 급기야 단말기를 초기화했다. 하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윈도우스토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하루이틀 운영한 장터도 아니고 2년이 다 돼 가는데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될 리 없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해결은 되지 않았다.

#. 11월29일 오후 : 해결책을 찾았다. c101a006 계정은 사용자 약관 동의가 되지 않았을 때 나는 에러다. 윈도우 계정을 관리하는 X박스 라이브 사이트에 로그인하자 나이를 확인하라고 한다. 아이핀을 등록하고 나이 인증을 받으니 스토어에서 다운로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

현재 대한민국 청소년들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스마트폰인 윈도우폰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 만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윈도우 스토어가 막혔기 때문이다. 게임기도 아닌 스마트폰 앱 장터가 왜 차단된 것일까. 이유는 명료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1월27일부터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대책으로 청소년들에게 X박스 라이브 계정을 차단했는데, 이 계정 정보가 윈도우폰에도 그대로 쓰이면서 윈도우폰 스토어 접속이 덩달아 막힌 것이다. 게임법의 불똥이 애먼 스마트폰에 튄 셈이다.

윈도우폰 이용자들이 윈도우폰 스토어를 이용하려면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라이브 계정으로 접속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핫메일, 윈도우라이브, X박스 등으로 분산돼 있는 계정 정보를 X박스 라이브로 통합한 바 있다. X박스 게임에 쓰는 아이디와 윈도우 라이브에 로그인하는 아이디, 윈도우폰에 쓰는 아이디가 모두 같다는 얘기다. 게임, 음악, 클라우드 등 마이크로소프트의 모든 콘텐츠를 통합하기 위한 절차였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게임 셧다운제의 영향으로 지난 27일부터 만 18세 이하 이용자들은 시간을 불문하고 아예 X박스 라이브 서비스에 접속할 수 없게 됐다. 게임 내에서 시간별로 제한을 두는 시스템을 만들 수 없으니 18세 미만 청소년들의 계정 권한 자체를 막은 것이다.

게임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이례적인 일인데 라이브 계정으로 게임, 음악, 앱장터 등 모든 계정이 통합된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윈도우폰까지 차단되는 부작용을 겪고 있다. 결국 27일 느즈막한 시간부터 성인 인증을 받지 않은 이들은 X박스 게임 뿐 아니라 윈도우폰의 스토어까지 차단됐다. 성인들은 아이핀을 통해 나이 인증을 받으면 윈도우폰을 문제 없이 기존처럼 이용할 수 있지만 청소년들은 나이 인증을 받아도 윈도우폰 스토어에서 앱을 내려받지 못한다.

현재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접속 차단 문제를 파악하고 본사와 해결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 중이다. 윈도우폰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최대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건의 일차적인 책임은 게임만 따로 갈라내서 서비스를 차단하지 못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있지만, 마이크로소프트 입장에서도 PC, 스마트폰, X박스의 플랫폼과 산재해 있는 온라인 서비스들을 통합하는 절차는 서비스 기업으로서 당연히 이뤄져야 하는 정책이다. 뜻하지 않게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게임 셧다운제라는 법 규제에 몸을 억지로 끼워맞추다보니 생긴 부작용임에는 분명하다.

이동연 문화연대 정책연구소장은 뜻하지 않은 마켓 차단에 대해 “온라인을 통해 세계 시장을 표준화하려는 산업 정책과 게임 관리 정책이 거꾸로 가는 현 상황이 빚어낸 부작용”이라고 짚었다. “규제하는 입장에서는 몇 시간 차단을 쉽게 말하지만 실제 구현은 어렵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처럼 일부 서비스를 차단하다가 다른 서비스까지 영향을 받기도 하고, 시장에는 아예 셧다운이 필요없는 성인용 게임이 늘어나는 역효과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주먹구구식의 차단이 아니라 다른 근본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비슷한 사례가 늘어나면 한국이 세계 IT 시장에서 왕따당할 우려도 있다.

이 문제는 곧 해결될 수 있다고 해도 걱정의 소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현재 셧다운제는 PC와 콘솔게임기의 온라인게임에 적용돼 있고, 스마트폰용 모바일게임은 5월31일까지 셧다운제가 미뤄진 상황이다. 만약 유예 기간이 종료되고 모바일게임에도 셧다운제가 적용되면 예전처럼 iOS와 안드로이드의 게임 마켓이 차단될 수도 있다. 플랫폼에 따라 현재 윈도우폰 상황처럼 마켓 자체가 막히는 경우도 생기지 말라는 법도 없다.

현재 윈도우8 PC에서는 나이를 인증받지 않아도 스토어를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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