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30일 밤 10시, ‘아이폰5’의 예약 판매가 시작됐다. 그간 출시를 약 열흘 정도 앞두고 발표해 예약가입 기간까지 2~3일의 여유가 있었던 것에 비해 아이폰5는 30일 정오에 출시를 발표한 지 딱 10시간 만에 가입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급하게 이뤄지긴 했지만 애초 30일이 예약 가입일이 될 것이라는 소문이 온라인에 파다했던 터라 금요일 밤 시간대에도 예약에 나선 이들이 많았다. 아이폰5는 가입 하루만에 20만명을 넘겼고 38시간이 지난 2일 12시 기준으로 2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폰4와 4S는 20만명의 예약 가입을 받는 데 약 일주일이 걸린 바 있다.

SK텔레콤과 KT, 두 통신사간의 LTE 가입자 확보가 큰 관심을 끌었는데 이번 아이폰5의 예약자는 KT쪽이 더 많았다. SK텔레콤은 온라인으로 5만명의 가입자만 받기로 했기 떄문이다. SK텔레콤의 가입 신청은 약 2시간 만에 마감됐다. 반면 KT는 같은 시간 동안 13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고 2일 정오를 넘기며 19만명을 넘긴 것으로 전해졌다. SK텔레콤이 예약숫자를 한정해 직접적인 승부에서 한 발 물러서긴 했지만 적어도 초기 2시간만의 성적만으로도 아이폰5 예약 가입은 KT가 우세했다고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온라인 예약자은 허수가 많기 때문에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가입에 좀 더 비중을 두기 위해 온라인을 5만명으로 제한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이폰은 초기에 엄청난 가입자들이 몰리기 때문에 지난해 아이폰4S 경우 SK텔레콤과 KT 양쪽에 동시에 예약을 걸고 제품을 빨리 개통해주는 쪽으로 선택하는 비중이 적지 않았던 것에 대한 대비로 보인다. SK텔레콤은 이 때문에 온라인보다 구입 의사가 확실한 오프라인 예약 가입에 더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이 지난해 아이폰4S와 달리 예약 가입에 제한을 둔 이유를 물량 공급에서 찾는 목소리도 있다. 아이폰 유통에 관련된 한 관계자는 “예약과 개통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수요도 충분한데 판매에 제한을 두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애플이 두 통신사를 통해 같은 날짜에 판매를 시작하지만 아이폰5의 공급은 아이폰을 더 오랫동안 다뤄온 KT에 조금 더 넉넉하게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그간 3개의 아이폰을 예약, 유통, 운용해 온 노하우가 있어 고객들이 선택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KT는 문자메시지를 통한 예약으로 복잡하고 느린 웹사이트 예약을 대신했고 기존 아이폰 가입자들에게 우선 차수를 배정하는 등 고객 잡기에 나섰다. LTE를 늦게 시작해 가입자가 가장 적은 KT로서는 아이폰5를 계기로 2위 업체로 올라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회로 보고 있다.

바뀌는 위약금 제도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이 가입 기간에 따라 해지할 때 위약금이 달라지는 일명 ‘위약금3’ 제도를 도입한 것에 비해 KT는 적어도 올해까지는 새 위약금 제도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위기다. 스마트폰 관련 커뮤니티들은 혹시라도 내년에 아이폰을 바꿀지도 모르는데 새 위약금 구조상 가입 후 12개월에 가장 많은 비용을 물어내야 해지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돌고 있다.

SK텔레콤의 멀티캐리어를 선택의 기준으로 꼽는 목소리도 많다. 시중에 유통되는 3G 스마트폰이 거의 없어 LTE가 본격적으로 대중화될 내년, 트래픽이 넘쳤을 때 멀티캐리어로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LTE 속도가 충분한 지금, 소비자들은 2개 주파수를 쓴다는 점보다 가입 기간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KT도 내년부터는 새 위약금을 도입할 계획이지만 아직까지는 시행 시기를 계속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발표부터 예약까지 우여곡절 많았던 아이폰5는 결국 올해를 넘기지 않고 12월7일 0시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하지만 밤에는 가입 전산이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실제 개통은 7일 오전 9시부터 이뤄진다. 두 통신사는 예약가입자들이 최대한 빨리 제품을 받고 신속하게 개통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두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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