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포럼] “실리콘밸리에서 보고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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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우리가 꼭 가야하는 곳일까요? ‘해외 진출=실리콘밸리’란 등식이 떠오르지만, 실리콘밸리에 나아가긴 쉬운 일 같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정부도 부처마다 앞다퉈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는 것이겠지요. 법인 설립은 커녕, 팀조차 꾸리지 못한 사람을 모아서도 스타트업 해외 진출을 나서서 도와줍니다.

지원하는 내용을 보면 실질적인 지원보다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춘 듯 보입니다. 투자 유치나 사업 제휴, 기업 매각, 주식 시장 상장을 지원하는 대신 현지 창업가나 벤처투자사, 개인투자자, 창업보육센터를 찾거나 성공한 기업 견학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게 눈에 띕니다. 지원받는 팀은 짜여진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따르면, 실리콘밸리의 분위기나 생태계를 보고, 듣고, 느낄 기회를 얻는 셈입니다.

도대체 실리콘밸리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 걸까요? 정부가 나서서 국내 기업을 실리콘밸리로 짧게라도 보내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도 성공한 IT 기업이 있고, 새로운 기업이 등장하는데 말입니다. 김호근 아이쿠 대표와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는 8월부터 11월 사이 3개월간 창업진흥원의 지원으로 실리콘밸리에 머물다 왔습니다. 11월 SNS포럼은 두 사람이 본 실리콘밸리의 모습과 실리콘밸리에 다녀와 느낀 국내 실정과 차이점을 주제로 진행했습니다.

* 일시: 2012년 11월29일 저녁 6시
* 장소: 블로터아카데미
* 참석자: 김호근 아이쿠 대표, 김범섭 벤스터 대표,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 장진호 아몬드소프트 대표이사, 황룡 사이러스 대표, 이희욱/정보라 블로터닷넷 기자

실리콘밸리는 오늘도 시끌벅적

올 가을 실리콘밸리는 한국 스타트업으로 꽉 찬 듯했습니다. 특히 11월이 가장 들썩였습니다. 창업진흥원은 26개팀을 선정해 8월 실리콘밸리 진출을 지원하고, 6주 뒤 15개팀을 추려 11월 중순까지 머물게 했습니다. 지식경제부는 11월12일 ‘K-테크@실리콘밸리 2012’를 개최했습니다. 방송통신위원회와 한국인터넷진흥원, 구글코리아는 ‘글로벌 K-스타트업’ 프로그램을 꾸리며 6개팀을 이끌고 5일 일정으로 실리콘밸리를 찾았고요. 중소기업진흥공단 창업사관학교도 20여명을 실리콘밸리에 연수를 보냈다고 합니다.

몇 개 행사를 떠올려 보니 대체로 정부 지원으로 다녀왔군요. 그중 창업진흥원 프로그램에 SNS포럼 회원인 김호근 아이쿠 대표와 이동형 나우프로필 대표가 참가했습니다. 두 대표는 위에서 얘기한 실리콘밸리 지원 프로그램 중 최장기 일정에 참가했습니다. 3개월간 실리콘배리에서 어떻게 지냈는지, 또, 어떤 생각을 품고 왔는지 궁금했습니다.

김호근 대표는 8월22일, 이동형 대표는 8월 23일 인천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11월17일과 11일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아이쿠와 나우프로필은 실리콘밸리 생활 6주차에 중간 평가를 통과하고 3개월 머물렀습니다.

긴 시간이지만, 실리콘밸리와 미국에 사업을 뿌리내리기엔 짧은 시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무엇을 얻었을까요?

먼저, 3개월을 어떻게 보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창업진흥원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업체를 통해 프로그램을 짰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 회사를 세우고 성공하기까지 만나야 할 사람과 대면할 기회를 만들었지요. 이동형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사업하면 이런 사람과 만나야 하는구나’를 알게 하는 기회였다고 합니다. 기업가 정신에 관한 강연도 있었고요. 글로벌 K-스타트업처럼 만남과 만남의 연속이었던 모양입니다.

황룡 사이러스 대표는 이야기를 듣곤 “다녀와서 미국에 진출해야겠다, 아니면 할 수 있겠다 중 결론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습니다. 두 사람의 대답이 다르면서도 같았습니다.

▲창업진흥원 지원으로 실리콘밸리에 다녀온 3개 회사의 대표

이동형 대표는 “진출하려면 한국에서 성공해야겠다”라고, 김호근 대표는 “가서 처참하게 무너지고 왔다”라면서 “글로벌로 가기 전에 해야할 미션이 생겼다”라고 말했습니다. 얼핏 서로 다른 얘기를 하는 것 같지만, 글로벌로 가기 전 한국에서 성과를 내야겠단 공통된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성공법을 들을 줄 알았는데 ‘열심히 하자’란 구호만 들은 기분이었습니다. 헌데 두 사람은 물론, 장진호 아몬드소프트 대표도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장진호 대표는 김호근, 이동형 대표와 창업진흥원의 3개월 실리콘밸리 프로그램에 참가했습니다.

이야기를 듣기 앞서 한국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알차게 보낼 수 있었을텐데 실리콘밸리가 무엇이 특별한지부터 물었습니다.

김호근 가기 전에 고민이 많았는데 잘 다녀왔다고 생각한다. ‘미국 문화에 맞춰 개발해야 해’란 말을 하곤 하는데 막상 가 보니 ‘미국 문화가 뭐야?’ 싶었다. 그냥 가서 느껴야 한다. 미국에서 유명한 서비스들이 왜 나왔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는데, 이젠 좀 알겠다.

김범섭 해외 진출에 관심 있는 회사는 전략을 어떻게 세우는지가 궁금했다. 이방인이라는 걸림돌을 안고 출발하는 것 아닌가.

김호근 요즘 음악계에서 소녀시대와 원더걸스를 비교하는데 IT의 해외진출도 그와 비슷하다. 팔로알토는 다 아이폰을 쓰지만, 상대적으로 낙후된 근처 오클랜드란 도시에 가면 2G 휴대폰만 보인다. 미국은 아이폰을 많이 쓰고 시장도 크다고 하는데 막상 가면 사업하긴 어려운 문화이다. 같은 주 안에서도 지역마다 문화가 다르다. 이와 달리 한국은 문화의 동일성이 큰 편이다. 왜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서비스를 테스트하려는지 알 것 같다. 서울은 인구 집약도로 세계 최고이고.

이동형 나는 글로벌 사업을 해봤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땐 출장을 다녔지 이번처럼 생활을 하지 않았다. 싸이월드US에 갔을 땐 만나는 사람이 전부 대기업 사람이었고 벤처를 만날 기회는 없었다. 샌프란시스코는 거주민 70%가 외지인이라는데 도시가 우리와 같은 사람으로 꽉 찬 듯했다. 길가다 만나면 전부 창업자일 정도다.

창업자의 지역, 샌프란시스코와 실리콘밸리

이동형 대표가 너무 과장을 한 것 아닌가 싶은데요. 3개월간 처지가 비슷한 창업자를 만날 자리가 자주 있던 게 크게 자극이 된 모양입니다.

“창업자를 만나면 일반인보다 더 긴장하고 사는 게 느껴져요. 당장 먹고 살아야 하는 처절함이 있지요. 그 긴장도가 기회를 가치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창업했을 땐 창업자를 만날 기회가 SNS포럼 아니면 없었지요.”

▲실리콘밸리의 특징인 창업자의 모임, 한국에서도 활성화될까요?
(사진: 창업진흥원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다녀온 팀이 서울에서 가진 모임)

나와 같은 창업자를 만날 기회가 잦고, 그 창업자들은 기존 기득권에 위축되지 않는 사고를 하는 것, 그게 실리콘밸리의 특색인가 봅니다.

“한국은 기득권이 있지요. 국내의 사업은 70%가 대기업 비즈니스이고요. 새로운 시도를 두고 ‘네이버가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란 질문부터 받지요. 서울이 작은 곳은 아니지만, 기득권이 탄탄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IT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은 것 같고요. 반면, (미국에선) 기득권이 없다는 게 느껴졌습니다. 누구도 기득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서로 가능성이 높아 보이죠.”

이동형 대표는 3개월간 서울에 가져오면 좋을 게 무엇이 있는지 고민했다고 하는데요. 고민 끝에 창업자의 도시 같은 그 느낌을 골랐습니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도 IT쪽은 창업자가 만날 기회가 자주 있다고 알고 있는데요. 김호근 대표는 요사이 들어와 바뀐 문화라고 얘기했습니다. “요즘 창업한 사람은 서로 만나도 친구처럼 정보를 교환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끼리는 경쟁할 이유가 없다’란 생각이 깔려 있기 때문이에요.” 경쟁자가 아니라 동반자로 인식한다는 뜻이겠지요.

3개월을 미국에서 지내고 온 두 사람, 경험담을 보태기 위해 온 장진호 대표도 만남을 강조하는 까닭은 바로 기회를 만들기 때문입니다. 드롭박스 CEO가 한 달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를 쫓아다닌 얘긴 유명한 모양입니다. 페이스북 그룹에 드롭박스의 파일 공유 기능을 넣고 싶어서인데요. 이렇게 실리콘밸리는 사업은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이동형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우리나라로 들여오고 싶은 건 ‘워크숍’입니다. 이동형 대표는 “창업자가 자기 생각의 오류에 빠져 시간이나 비용을 낭비하지 않게 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불렀습니다. SNS포럼과 비슷한 방식으로 서비스에 대해 각종 질문을 던지는 거지요. 창업자가 서비스를 개발하며 어떤 고민을 했는지, 빠뜨린 점은 무엇인지, 사업 가능성은 어떤지 등을 냉정하게 비판하는 자리입니다. 그런데 던지는 질문이 상당히 냉정한 게 포인트인 모양입니다. 주로 서비스의 단점을 지적하는 거지요.

준비 없는 창업을 독려하는 한국

워크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국내 창업 문화를 돌아보게 됐습니다. 대학교 안에 창업지원센터 같은 게 들어서고, 법인 설립 3년 미만 회사를 대상으로 한 정부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지만, 준비 없는 창업을 조장할 뿐인 것 같습니다.

황룡 젊은 창업가는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데 이게 사업에 관한 것이 아니라 업무 능력 때문이다. 취업조차 해보지 않은 사람이 창업을 했는데 기획은 어떻게 하는지, 이때 필요한 저작도구는 무엇인지, 스토리보드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모른다. 추상적인 이야기하는 멘토 프로그램 대신 신입사원 가르치듯 해야 할 것이다.

김호근 그런 문제가 나온 게 창업하라고만 얘기하니까 그렇다. 어느 정도 교육은 받고 창업을 해야 하는데 일단 지원금을 쥐어주고 창업하라고 한다.

장진호 10년 전에 만난 한 대표는 내게 이런 말을 했었다. ‘직장생활 5년 한 다음에 (창업)하라’고.

황룡 나는 아이쿠와 사무실을 같이 썼을 때가 도움이 됐다. 김호근 대표가 어떻게 사업하는지를 곁에서 봤는데 앱은 어떻게 기획하고, 디자이너와 어떻게 얘기하는지를 옆에서 보고 배웠다. 지금 대학생에게 창업하라고 하는데, 이들은 실제 업무를 수행할 기술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기업가 정신도 좋지만, 그에 대한 멘토링도 필요하다.

아직 직장생활 경험이 없는 젊은 층에게 ‘망설이지 말고 창업하라’라고 하지만, ‘어떻게’란 이야기가 빠졌단 이야기입니다. 실리콘밸리에 다녀오는 정부 지원 프로그램만도 위에서 언급한 대로 상당수입니다. 창업하고 IT의 배꼽을 충분히 경험하고 오도록 지원은 하는데요. 창업하고 겪을 어려움과 실제 필요한 건 무엇인지는 잘 안 알려진 것 같습니다. 직원을 채용하고 그 과정에서 면접하는 방법, 사내 업무 진행 방법, 문서 작성 방법 등 큰 회사에 입사하면 사수가 가르쳐줄 법한 내용들 말입니다.

창업 문화가 있고, 성공하는 IT 기업이 속속 등장하는 실리콘밸리의 비결을 들여오는 것과 창업하고 실패하지 않는 실무 능력을 공유하는 것, 둘 중 무엇이 우리에게 시급한 과제일까요? 혹시 이 질문은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와 같은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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