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거, 문국현에게 대한민국의 미래를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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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한분 한분이 개인 언론사 사장님과 같다고 하니, 제가 정말 사시나무 떨듯 떨립니다. 저도 1976년도에 전산실장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 앞서가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면 30년전 제 생각을 하며 반가운 마음이 들지요. 편한 마음으로 왔습니다.”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은 블로거들을 대하는 자리에서 깍듯했다. 질문의 무게와 상관없이,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진심으로 답변하는 모습이었다. 하긴 이런 류의 자리가 요즘에는 심심찮게 열리는 시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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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터닷넷>과 태터앤미디어가 공동 주최한 ‘문국현 후보와 함께하는 블로거 간담회’는 예상보다 뜨거운 열기로 시종 들떴다. 윤리적이고 환경을 사랑하는 ‘경영인 문국현’이 아닌, 냉혹한 정치현실을 딛고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노련하게 이끌어갈 ‘정치인 문국현’을 보기 위해 미리 신청한 50여명의 ‘언론사 사장님’이 간담회장을 꽉 메웠다.

“비정규직 850만명에게 새로운 꿈을 주고 200만 청년 실업자에게 일자리 찾아주기 위해, 사실상 무급종사자 200만이 넘는 650만 자영업자에게 활로 열기 위해 2.0의 시대로 가야 합니다. 꿈을 공유하고 미래를 함께 창조하는 개방과 공유, 참여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문국현 후보는 ‘미래2.0’으로 가는 청사진을 제시하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 정치에서만큼은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대립각을 선명히 세우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명박 후보는 경제경험이 있되, 70년대 경제입니다. 현대건설은 80년대 이미 부실에 들어서 있었고 90년대엔 망해 지금도 나라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기업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부도낸 경제인이 한국경제를 끌어갈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더 이상 환경재앙 가져올 수도 없고 건설업계 비정규직이 늘어나는 것도 방치할 수 없습니다.”

이른바 ‘부패한 경제인’대 ‘깨끗한 경제인’의 대결구도를 내세워 이명박 후보와의 차이를 부각하려는 모습이었다. 문 후보는 자신이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문제로 대표되는 취업난을 정공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후보임을 강조했다. “이명박 후보가 추진하려는 경부운하가 무엇입니까. 결국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만드는 것 아닙니까. 운하 건설이 끝나면 이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가야 합니까.” 그는 경부운하를 두고 “맑은 물을 기름 둥둥 떠다니는 썩은 물로 바꾸는 환경재앙”이니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건설사업”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사실 그에게 궁금했던 것은 교육 문제였다. 그는 경제적 차별이 교육차별로 이어지는 지금의 사교육 시장에 대한 해법으로 ‘공교육 강화’를 들고 나왔다. 새삼스러울 것 없는 ‘정답’이었다.

문 후보는 의무교육을 지금보다 확대할 것을 주장했다. “요즘처럼 지능이 발달하고 커뮤니케이션이 아이들에게 집중돼 있을 때는 적어도 4~5살에 의무교육을 시작해 모국어를 떼도록 해야 합니다. 7살때부터 제1외국어를 시작해서 11살에 떼고, 능력이 된다면 제2외국어도 시작해야 합니다.”

그는 “질좋은 외국어 교육을 정부가 부담하면서 하도록 해야 한다”며 “전인적인 커리큘럼의 변화를 도입해 고교까지 의무교육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다른 부문의 예산을 줄여,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교육예산을 6~7%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예산 재분배 계획에 대해서는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아쉬웠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도 단호한 입장이었다. “본인이 특별히 원하지 않는 이상 비정규직은 철폐하는 게 옳다”고 그는 말했다. 2, 3차 하청으로 이어지는 건설업의 오랜 관행을 ‘50% 이상 직접시공’ 형태로 바꾸면 비정규직을 줄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셈법이었다. “2년 이상 근무하면 무조건 정규직으로 전환할 게 아니라, 1년 이상 유지되는 일자리라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사람 중심에서 일자리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렇지만 여러가지 모범답안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문국현 후보는 많은 숙제를 동시에 남겼다. 그가 제시한 답안들은 명쾌했지만, 구체적 실행안까지 제대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이를테면 비정규직 문제의 경우 재계나 이해집단 및 정부부처간의 거센 반발과 이전투구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해 문국현 후보는 “지도자의 확고한 의지와 시스템 개선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원론 수준의 답변에 그쳤다.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한미FTA에 대해서도 “서둘러 추진하는 과정에 완벽하지 못한 점은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이를 통해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부러워하도록 하고, 미국이 무비자 사실상 하도록 하고, 북미수교 이끌어내도록 FTA가 결정적 역할을 한 측면에서 잘한 점이 더 많다”며 사실상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진보적 이미지가 강한 그에겐 앞으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쉴새 없이 질문과 답변이 이어지는 바람에, 블로거 간담회는 당초 예상된 2시간을 30분이나 넘기면서도 쉬이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존 언론사나 방송사 간담회와 다른, 블로거만의 색깔 있는 질문은 다소 부족해 아쉬움을 남겼다. 문국현 후보에 대한 정보 부족과 빠듯한 시간 때문이리라. 다음번 간담회에선 보다 자유롭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환경을 갖추면 어떨까.

문국현 후보는 성공한 경영인으로, 깨끗하고 윤리적인 CEO로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았다. 허나 정치인 문국현은 이제 알을 깬 햇병아리나 마찬가지다. 막 시험대에 오르자마자 그는 가장 높은 봉우리를 꿈꾸고 있다. 그가 깨끗하고 위기대처력 있는 경영인일 지는 모르지만, 복마전같은 정치판에서 수많은 도전을 물리치고 대한민국을 올곧게 세울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물론, 줄서기와 계산에 닳고 닳은 기존 정치인에 비하면 그가 보이는 비전과 가능성은 훨씬 크고 많다.

간담회 준비

간담회 장소인 서울 강남 그래텍 G카페.

현수막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도 일찌감치 내걸고.

패널들

블로거들도 하나둘 자리를 채우고.

방송진들

이번 행사는 오마이뉴스와 곰TV, QTV가 생중계했다.

문국현 후보와 김상범 사회자.

문국현 후보와 김상범 사회자.

질문

"문 후보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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