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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세계시장 꿈꾸는 K-스타트업들

2012.12.09

12월6일 저녁 7시 서울. 전날 내린 눈으로 길은 얼었습니다. 미처 치우지 못한 쌓인 눈이 꽁꽁 얼어버릴 정도로 추웠지요. 집 밖에 나설 일은 아예 만들지 않는 게 바람직한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강남파이낸스빌딩 22층에 스타트업 관계자 100여명이 모였습니다. 이곳은 구글코리아의 사무실. 바깥 날씨와 정반대로 이곳은 덥기까지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11월5일부터 16일까지, 영국 테크시티와 미국 실리콘밸리를 다녀온 ‘글로벌 K-스타트업’ 6개 팀이 해단식을 하는 자리였습니다. 이름은 ‘K-스타트업 오픈데이’. 2주를 같이 보낸 6개 팀과 구글코리아, 방송통신위원회, 한국인터넷진흥원 관계자가 ‘우리끼리 뒷풀이라도 하자’고 해 마련됐지요. 알차게 일정을 보냈으니 할 얘기가 많은데 우리끼리만 나누는 게 아까워 공개 모임으로 바꿨습니다. 온오프믹스에 모임을 공지하고 관심가질 만한 스타트업 관계자에게 초청창도 보냈습니다. 애초 30명 정도 생각했던 행사가 정원 140명 행사로 커져버린 이유입니다.

행사일엔 길이 안 좋고 갑작스레 날씨마저 추워져 처음 생각한대로 ‘우리끼리 행사’가 될 줄 알았는데 자리는 꽉 찼습니다. 코끝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라 구글코리아 관계자에게 난방을 낮추거나 꺼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랬더니 열 수 있는 창을 다 열었다며 “스타트업의 열기 때문”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허걱.

K-스타트업 오픈데이는 2주간 해외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나누고자 마련됐습니다. 11월 18일 돌아와 벌써 3주가 됐으니 열기는 어느 정도 식었을 겝니다. 그런데도 노리, 말랑스튜디오, 브레인가든, 클래스팅, 프로그램스, 피그트리랩스는 여전히 열정적인 모습이었습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 6개 팀은 손님들 앞에서 자기 서비스를 소개했습니다. 영국과 미국에서 2주 동안 연습하고 배운 걸 실전으로 보여주고 싶었던 게지요. 제한 시간은 3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우리말로 했습니다. 발표 자료 화면을 보니 다들 기존 내용을 조금씩 수정한 게 눈에 띄었습니다. 한국에 돌아와 발표 자료를 꾸준히 손보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김재현 클래스팅 공동창업자가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그런데 영국과 미국에서 영어로 발표할 때보다 우리말로 할 때 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토론회 패널로 참가한 저도 긴장하고 흥분한 마음에 볼이 달아올랐고요. 앞으로 우리가 부딪히고 얼굴을 맞댈 동료, 관계자여서일까요. 2주 일정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에게 정식으로 보고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글로벌 K-스타트업 2주 해외 일정에 참가한 노리, 말랑스튜디오, 브레인가든, 클래스팅, 프로그램스, 피그트리랩스는 우리말로 3분 발표를 진행했습니다.

약 한 시간 패널토론도 했는데요. 김용재 노리 대표와 김재현 말랑스튜디오 공동창업자가 영국, 미국과 국내 환경의 차이점을 이야기했습니다. 김재현 공동창업자는 테크시티를 방문해보곤 그곳에서 일해볼 까 하는 고민도 했다고 합니다. 혹시라도 영국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을 위해 아주 중요한 정보도 공유했습니다. 바로  맛 없기로 소문난 영국 음식이었습니다.

▲패널 토의에서 2주 경험을 공유하고 한국의 스타트업 환경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손님을 모셔두고 글로벌 K-스타트업의 이야기만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요. 초대한 스타트업의 서비스 소개를 듣는 자리도 마련됐습니다. 신청자가 많아 한 팀당 1분씩만 주어졌습니다. 시큐그래프, 마그나랩, K맵, 퍼니플랜, 모바일유틸리티, 기브, 옐로우페이퍼, 더키친, 페이스짱, 리얼커뮤니케이션, 도너도넛, SDE IT연구소, 윈버스 등 10여개 업체가 자기 서비스를 소개했습니다.

사실 1분 안에 이야기를 끝내지 못해 서비스 이름만 겨우 소개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회사와 서비스 이야기를 압축해 전달하는 건 참 어렵습니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강석흔 본앤젤스 이사는 서비스와 회사 소개를 한 줄로 써보고, 다섯 줄로도 써본 다음에 그걸 외워보라는 팁을 전해줬습니다. 짧게 소개하는 연습을 반복하란 말입니다. 언제 어디에서 중요한 사람을 마주칠지 모르는데 장황하게 설명할 순 없는 노릇이겠지요.

▲발표는 언제나 떨리는 일입니다. K-스타트업 오픈데이에서 1분 발표한 팀입니다.

행사 마무리는 박재욱 VCNC 대표가 맡았습니다. VCNC는 전자책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전면 수정해 ‘비트윈’이란 커플끼리 쓰는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내놨습니다. 박재욱 대표는 지금도 성공과 실패의 기로에 있다며 자기의 경험담을 나눴습니다. 청중인 스타트업들은 동병상련을 나눌 동료이기도 하겠지요. 이 이야기를 같이 들어볼까요.

▲박재욱 VCNC 대표

VCNC는 아이패드가 나오자 태블릿PC가 널리 쓰이는 시대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시장조사 자료와 기사를 보면 세계는 물론 국내 e북 시장도 커질 것이라는 예상은 자연스러웠던 게지요. 하지만 금덩이를 기대했던 시장이었는데 막상 서비스를 내놓고 보니 현실은 달랐다고 합니다. VCNC가 잘하는 분야가 아니었던 건데요. 그건 창업만 했지 고민없이 사업 아이템을 꾸려서였습니다. 이용자가 정말 태블릿PC 기반 전자책 서비스를 쓸 준비가 돼 있는지 파악을 못했던 것도 이유였습니다.

이렇게 VCNC는 기존 서비스가 생각만큼 반응이 좋지 않았던 이유를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럼 어떻게 하지?’란 고민이 들었던 모양입니다. 결국, 전 직원이 2박3일 제주도로 이른바 ‘고민 여행’을 떠났습니다. ‘우리가 잘 하는 것은 무엇인가’, ‘회사는 어떻게 나아가야할까’ 등을 고민하는 여행이었습니다. 그 결과 엠앤톡과 챗온을 만든 경험을 살려 “모바일 세상에서 감성적인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들의 실질적인 관계를 증진한다”라는 비전을 세웠습니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커플 앱 ‘비트윈’이죠. 이번엔 사람들이 아무도 모르게 커플끼리만 스마트폰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지 살펴봤다고 합니다. 비트윈은 올 4월 1.0 버전으로 출시되고 192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하루 1,400만개 메시지가 오가고 이용자는 하루 평균 10분 정도 비트윈을 들여다봅니다.

박재욱 대표는 VCNC의 내년 마케팅 계획도 공개했습니다. 이왕 경험을 공유하는 김에 내년 계획까지도 널리 알렸지요. 또, 이렇게 목표를 공개하고 나면 반드시 지켜야 할 약속도 되지요. VCNC가 해내려는 목표는 이렇습니다. 첫째, 국민 커플 앱 되기 둘째, 글로벌 서비스가 되기 위해 일본 시장 노리기.

한국 스타트업 환경이 실리콘밸리와 비교하면 얼마나 다르고, 없는 것은 무엇인지 꼬집어 내는 것보다 박재욱 대표의 이야기가 더 와닿았습니다. “저도 실패의 두려움을 품고 언제든 실패할 수 있다고 생각니다. 그런데 실패할 거란 두려움때문에  새로운 시도를 망설여선 안 됩니다. 그 두려움이 제가 가는 길에 방해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입니다. 장소를 제공한 구글코리아는 음식도 준비했습니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건 오프라인 소통이란 이야길 전한 바 있는데요. K-스타트업 오픈데이에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서비스를 알렸습니다. 행사를 알차게 준비하느라 이 시간이 짧았던 게 아쉽습니다. 명함 교환하는 데만도 부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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