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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닥 특허 함께 사자”…애플·구글 손잡나

2012.12.09

애플과 구글이 코닥의 특허를 구입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만들 것으로 전해졌다. 블룸버그는 애플과 구글이 손잡고 코닥의 특허를 공동으로 인수하기 위한 연합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특허 인수 규모는 최소 5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5500억원 수준이다.

애플, 구글, 코닥은 이를 근거 없다고 부인하고 있지만 가능성 없는 이야기는 아니다. 코닥은 왜 특허를 팔고, 잘 나가는 기업들은 왜 이 특허를 매입하려고 할까.

돈 때문이다. 코닥은 지난 1월 파산보호 신청을 낸 바 있다. 파산보호는 미국에서 챕터11로도 불리는 것인데 기업의 채무 이행을 잠깐 동안 중단하고 자산을 매각해 기업을 정상화하는 제도다. 법정관리와 비슷한 것으로, 기업이 망한 것은 아니고 회생할 수 있도록 최종적인 조치를 취하는 과정이다. 코닥에게 지금 현금이 급하게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코닥이 팔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업 자산은 디지털 카메라 관련 특허다. 코닥은 가장 큰 자산으로 꼽히는 1100개의 특허를 매각하기로 했다.

코닥은 이미 필름 판매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을 때 디지털 카메라 관련 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다. 1975년 코닥의 첫 디지털 카메라는 달의 사진을 찍는 데 쓰였을 정도의 기술을 갖추고 있었지만, 필름관련 사업이 잘 되고 있었기 때문에 디지털 카메라 산업에 직접적으로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소니, 캐논, 니콘 등 일본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디지털 카메라 사업에 나서고 필름카메라가 급격히 축소되자 필름, 현상, 인화 등 코닥의 주력 사업 모두가 위험에 처했다. 필름 산업이 서서히 가라앉는다는 것을 파악한 뒤 코닥은 뒤늦게 디지털 카메라 시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뒤늦게 만들기 시작한 코닥의 디지털 카메라는 이렇다 할 인기를 끌지 못했다. 콤팩트 카메라부터 고급형 SLR카메라까지 만들었지만 성과가 좋지 않았고 특허 수익 정도로만 버텨왔다. 필름 사업은 정리했고 디지털 카메라는 안 팔리니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업 자체가 없었다.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에 관련해 1100여개의 디지털 이미징 특허들을 갖고 있다. 특허 자체는 23억달러 수준의 가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한 특허 이용료와 더불어 특허 침해 소송을 주 수익원으로 회사를 버텨왔다.

이후 코닥은 디지털 카메라 관련 원천 기술들을 통해 소니를 비롯한 기업들에 특허 소송을 걸고 라이선스 비용을 받아 버텨왔다. 2009년에는 삼성과 LG의 휴대폰에서 사진 목록을 썸네일로 미리 보여주는 기능에 특허 소송을 걸어 각각 5억달러 수준의 배상금을 받기도 했다. 코닥은 2011년 애플과 RIM에도 똑같이 미리보기 기능을 비롯해 여러 특허로 소송을 걸었다가 지난 7월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 무효 판결을 받았다. 항소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 소송을 통해 파산보호를 벗어나 회생하려고 했던 코닥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그 사이 애플과 구글은 각자의 연합을 꾸려 코닥의 특허를 가져갈 계획을 가져왔다.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특허 전문 매집업체로 꼽히는 인터렉추얼벤처스와 팀을 이뤘고, 구글은 아시아 지역의 안드로이드폰 제조사들, 그리고 역시 특허 매집업체인 PRX를 끼고 코닥의 특허를 인수하기 위해 추진해왔으나 생각처럼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만큼 두 연합이 힘을 합쳐 코닥의 특허들을 매입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코닥의 특허 경매는 지난 8월 한 차례 이뤄졌는데 입찰 마감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경매에 참여한 업체들의 입찰가가 2억달러 남짓으로 코닥이 바라는 가격에 비해 한창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을 더 늘려 관련 업체들의 경쟁을 더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특허를 노리는 기업들이 연합하면 경쟁도 줄어들 전망이다.

한편 코닥은 2013년 상반기까지 파산 과정을 정리하고 정상화할 계획이어서 특허 판매를 더욱 서두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간 코닥은 특허 라이선스로 약 30억달러 정도의 수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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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