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교 클라우드 이용, 교육청 따라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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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황1. 대전 소재 한 학교 교실 안. 수업 준비를 위해 노트북을 켠 ㄱ선생님이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수업자료를 저장한 USB 메모리를 집에 두고 온 탓이다. N드라이브를 이용하면 편하련만, 학교에서는 N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없다. 대전시교육청은 원하는 학교가 공문을 보내면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고 설명했지만, ㄱ선생님은 까다로운 신청 절차에 사용을 포기한지 오래다.

# 상황2. 인천에서 근무중인 ㄴ선생님은 교육청에서 내려온 공문을 받고 분통을 터뜨렸다. 평소 구글 문서도구를 활용해 수업을 진행했는데, 교육청이 이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하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ㄴ선생님은 잘 알려지지 않은 ‘프레지’라는 클라우드 프리젠테이션 서비스를 선택해 수업을 계속하고 있다.

# 상황3. 부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ㄷ선생님은 드롭박스를 활용해 학생들에게 수업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평소 수업 과제를 드롭박스에 올려놓은 뒤 이를 학생들 e메일로 공유하는 식이다. 이 학교에선 학내 PC로 드롭박스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학교마다 N드라이브, 다음클라우드, 구글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사용 여부를 높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각 학교가 속한 교육청 정책에 따라 어떤 지역은 자유롭게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지만 또 다른 지역은 아예 접근이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지난 3월 교육과학기술부가 국가정보원과 함께 각 일선 학교에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50여개에 대해 디도스 같은 사이버 공격 급증에 따른 조치로, 아직 보안에 대한 검증이 끝나지 않았으니 사용을 자제하라”라고 당부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이같은 조치는 곧 극심한 선생님들 반발에 부딪혔다. 드롭박스나 구글드라이브 같은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이용해 수업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꽤 많았던 모양이다. 선생님들은 “클라우드 스토리지로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갑자기 차단 조치를 내리면 수업준비가 어렵다”라고 성토했다.

결국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4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공문을 다시 내려보냈다. 다음클라우드, N드라이브 등 교과부가 직접 살펴본 50여개에 이르는 클라우드 스토리지는 사용할 수 있다고 정책을 바꾼 것이다.

이형근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정보화과 정보보호팀 주무관은 “지난 3월 클라우드 서비스를 차단 조치 공문 이후 다시 공문을 내려보내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각 학교에서 사용할 수 있게 허용했다”라며 “사용할 수 없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발견되면, 관할 교육청에 연락해 해당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게 요청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얽힌 매듭을 풀려 했지만, 엉뚱하게도 매듭은 더욱 꼬였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달한 공문이 강제성이 없다보니, 일선 교육청마다 각자 형편에 맞게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도입 여부를 정했기 때문이다. 각 교육청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지역별로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생겨났다.

서울특별시를 비롯한 대전, 대구, 부산, 인천, 광주, 울산 등 6대광역시 교육청에 전화해 조사를 해 본 결과 대전광역시와 인천광역시에서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었다. 사용하려면 별도로 공문을 보내 허락을 받아야 했다.

서울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였다. 강남·동부·중부교육청 등 서울시에 딸린 교육청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곳과 공문을 보내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나뉘었다. 잠실에서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지만, 노원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부산과 울산광역시 소재 학교는 좀 더 자유롭게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적어도 학교에 한해서는 말이다. 부산과 울산광역시 교육청은 학교에서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하는 건 허용하되 지방 교육청, 과학교육원 등 교육행정기관에서는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학교와 달리 이들 교육행정기관은 학생들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기에 서버를 통한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울산광역시교육청 주무관은 “학내 서버에 학생들 데이터를 저장하는 학교는 거의 없는만큼, 학내에서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자유롭게 쓸 수 있게 조치해 놨다”라며 “단, 웹하드만큼은 학내서 이용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런저런 조건 없이 자유롭게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쓸 수 있는 곳은 6대 광역시 중 대구광역시 한 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광역시는 교육과학기술부가 허락한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 약 50개에 한해 자유롭게 쓸 수 있다. 대구광역시 교육청은 “교과부 정책이 바뀌어 지난 5월부터 이를 새롭게 적용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교육청은 개인정보 유출이나, 보안, 악성코드 때문에 자료 유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를 들어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 보안 강화를 위한다면서 말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개인정보보보호정책에 따라 선생님들의 물리적인 보안 강화를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라며 “지금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보안을 위해 서비스를 사용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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