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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프라웨어 “피처폰이 안드로이드폰으로 변신”

2012.12.12

400MHz짜리 ARM 프로세서로 안드로이드를 돌린다?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로도 시원스럽게 돌아가지 않는 것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다. 인프라웨어는 400~500MHz 수준의 피처폰에서 돌아가는 독자적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했고 이 운영체제는 이미 7개 회사를 통해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라고 부르는 이 플랫폼 기술을 적용하면 구닥다리 취급받는 피처폰에도 30달러 정도의 비용 투자만으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제조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100달러 내외의 스마트폰이 태어나는 셈이다.

비결은 따로 프로세서를 다는 대신 모뎀에 달린 CPU 자원을 이용하는 데 있다. 지금은 미디어텍의 모뎀 칩셋을 이용한다. 미디어텍은 중국의 저가 휴대폰에 주로 쓰이는 칩으로, 성능보다 가격에서 경쟁력을 갖는 제품이다. 현재 피처폰은 물론 중국의 저가형 혹은 짝퉁 스마트폰에도 두루 쓰이는 칩이다. 이 칩 안에는 전화와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뎀 그리고 기본적인 연산을 하는 CPU가 들어가 있다. 간단한 피처폰 운영체제를 돌릴 RTOS(실시간 운영체제)가 들어간다.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는 이 RTOS 위에서 돌아가는 안드로이드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 아닌가?’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올 수밖에 없다. 인프라웨어 류혁곤 이사는 “안드로이드에서 리눅스를 떼어내고, 대신 RTOS 위에서 돌아가도록 손을 봤다”고 설명한다. 안드로이드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하는 운영체제지만 이를 떼어낼 수 있던 것은 자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자바는 어떤 운영체제 위에서도 돌아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RTOS 위에 안드로이드 앱을 돌릴 수 있는 자바 가상 머신을 돌리는 것은 어렵지 않다. 기본적인 기능을 돌리는 데에는 200MHz 수준의 CPU로도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안드로이드 속도에서 리눅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얘기다. 먼저 작동하는 동영상을 보는 편이 이해가 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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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스마트폰스위트를 설치한 스마트폰 작동영상 보러가기

그럼 안드로이드가 아닌 걸까? 분명 안드로이드는 안드로이드다. 다만 기본 시스템 운영체제를 리눅스 대신 RTOS로 돌리는 것일 뿐이다. 당연히 어떤 앱이든 돌아가는데 문제가 없다. 그게 자바의 강점이기도 하다. 실제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에 깔려 있는 안드로이드는 2.2 프로요 버전이다. 갤럭시만큼 빠릿빠릿하진 않지만 ‘앵그리버드’도 되고 웹브라우징도 다 된다. 이용자는 이 운영체제가 그간 우리가 쓰던 안드로이드와 다르다는 것을 전혀 알아챌 수 없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멈칫거리거나 움직임이 더디지 않는다. 초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보다도 느린 하드웨어를 갖고 있지만 못 쓰겠다는 느낌은 없다. 약간 느릴 뿐 멈추는 현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 업그레이드는 될까? 인프라웨어는 이 점을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다. 미디어텍 프로세서의 RTOS를 이용하기 때문에 이 칩을 이용한 단말기에는 어떤 것이든 똑같이 설치할 수 있다. 장치 드라이버 정도만 살짝 손보면 모든 단말기에 똑같은 안드로이드 패키지가 배포된다. 현재 7개 제조사가 인프라웨어의 안드로이드를 쓰고 있는데 곧 안드로이드 2.3 진저브레드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 때도 하나의 패키지를 7개 제조사에 똑같이 배포하면 이걸 이용자가 직접 펌웨어 업데이트로 새 OS를 깔 수 있다.

이 운영체제를 위해 직접 따로 하드웨어를 만들 필요도 없다. 터치스크린을 지닌 일반 피처폰을 만든 뒤에 폴라리스 안드로이드를 깔기만 하면 된다. 제조사로서는 더 싼 값에 팔려면 피처폰으로 팔고, 스마트폰으로 팔고 싶으면 안드로이드를 올리면 된다.

앱은 어떻게 내려받을까.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는 정식 안드로이드가 아니기 때문에 구글에 인증을 받을 수가 없다. 구글플레이 마켓을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다. 앱은 별도의 사설 마켓을 이용한다. 중국의 ‘크로스모’ 마켓을 이용하는데, 이 안에서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 마켓은 중국 모토로라도 이용하고 있다. T스토어 등 별도 마켓을 깔아서 쓸 수도 있고 apk 파일을 직접 복사해 넣고 설치하는 것도 된다.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는 현재 500MHz의 ARM7과 400MHz의 ARM9를 쓴 제품들에 들어간다. 이미 갤럭시나 옵티머스 등으로 눈이 한껏 높아진 국내 시장에서는 답답하게 느낄 수 있다. 당연히 국내에선 판매를 안 한다. 그렇다고 해도 초기 700~800MHz 정도의 안드로이드 기기들이 메모리 관리나 프로세서 성능 때문에 2.2 버전 업그레이드에 애먹던 것을 생각하면 놀랄 일이긴 하다. 그렇다면 이런 방식으로 요즘 나오는 1.5GHz를 넘나드는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깔면 훨씬 더 빨라질 것 아닌가.

“물론 그렇긴 하지만 그런 프로세서를 쓴 제품에는 이미 더 최신의 운영체제가 깔려 있기도 하고 가격 자체도 비쌉니다. 저소득 국가의 국민들에게 낮은 비용으로 스마트폰을 보급하려는 폴라리스 스마트폰 스위트의 의도와도 다릅니다.”

인프라웨어가 보는 시장은 중국, 남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등 IT가 발달하지 않은 나라들이다. 갤럭시와 아이폰이 잘 나간다고 하지만 여전히 지구상의 절반 이상의 국가는 피처폰을 쓰고 있다. 올해만 해도 10억대 가량의 피처폰이 팔려 나갔다. 그 중 3~4억대 가량이 미디어텍의 칩을 쓰는데, 이 시장이 인프라웨어가 가능성을 갖고 주목하는 곳이다.

안드로이드는 무겁기 때문에 하드웨어 조건도 까다로운 편이다. 프로세서나 메모리 성능이 좋아지면서 이제 고성능 스마트폰 시장의 주류로 떠올랐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저소득 국가들의 정보 소외나 격차를 벗어날 수 있는 보급형 스마트폰 역할을 할 수도 있게 됐다. 100달러짜리 스마트폰, 어찌 보면 이건 안드로이드 그리고 스마트폰 시장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가능성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