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人] 정석원 차장 “동남아 여행,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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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19일은 정석원 HP 차장에겐 잊혀지지 않는 날짜다. 신혼여행을 떠난 날이자, ‘여행 상품이란 비싼만큼 그 가치를 할 것’이란 신념이 여지없기 깨진 날이기 때문이다. 이날 얻은 경험으로 정석원 차장은 동남아시아 여행에 취미를 붙였다.

“우리 부부는 400만원이나 되는 거금을 주고 떠난 신혼여행에서 적잖게 후회했습니다. 신혼여행 패키지의 쓴맛을 보았지요.”

신혼여행 이전까지 정석원 차장에게 동남아시아는 업무상 자주 방문하는 출장지 중 한 곳에 불과했다. 예산에 맞춰 고른 동남아시아 신혼여행 패키지 상품은 겉보기엔 괜찮아 보였다. 숙소는 객실에 독립된 수영장이 딸려 있는 호화 호텔의 풀빌라였고, 선상 디너와 고급 식사까지 한눈에 봐도 잘 고른 여행 상품이라 여겨졌다.

그러나 3박5일의 여행 기간동안 부부가 맘 편히 쉰 시간은 드물다. 패키지 상품이 그러하듯 여행사는 부부가 녹초가 될 정도로 이곳저곳을 끌려다녔다. 비행기에서 보낸 1박은 이해할 만했다. 떠나는 날도 부랴부랴 짐을 싼 뒤 봉고차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 신혼여행은 급하게 돌아다닌 뒷맛만 남겼다.

신혼여행에서 돌아오기 무섭게 정석원 차장은 동남아시아 여행을 효율적으로 즐길 수 있는 법은 연구하기 시작했다. 많이 나가고, 다녀보는 게 답이라고 느낀 그는 시간이 허락하는 선에서 동남아시아를 찾았다. 1년에 꼭 3번은 여행을 떠났다. 그 결과 정석원 차장은 그가 지나치게 비싼 돈으로 신혼여행을 떠났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여행사가 제공한 상품이라고 생각했던 선상 디너 등은 호텔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서비스였고, 비행기표는 6개월 전에 미리 예약하면 턱없이 싼 가격에 다녀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돌이켜 생각하면 아내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지금 400만원으로 신혼여행을 떠난다면 세계에서 가장 멋진 신혼여행을 보낼 수 있을텐데 말이지요.”

5년 동안 정석원 차장은 필리핀, 캄보디아,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곳곳을 누볐다. 큰 돈 들이지 않아도 얼마든지 동남아시아를 즐길 수 있다는 신념 하나로 여행을 떠났다. 패키지 상품 없이, 여행사 도움 없이 순수하게 혼자 여행 계획을 세웠다. 처음엔 실수도 많았다. 하지만 다니면 다닐수록 동남아시아 여행의 묘미를 깨달았다.

“동남아시아만큼 비용 대비 효율적인 여행지는 없습니다. 조용히 쉬면서 시간을 보내기엔 동남아시아가 최고입니다.”

정석원 차장은 조용히 쉬러 가는 여행을 선호하는 편으로, 여행지에서 북적북적 사람들 마주하는 건 별로라는 주의다. 하지만 내가 휴가 떠나기 좋은 날은 남들도 다 휴가 떠나기 좋은 날! 동남아시아는 여행상품도 많다. 인파를 피해 한가로이 여행 떠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정석원 차장이 5년 동안 축적한 동남아시아 여행 비법을 엿보았다.

# 운전자라면, 여행지서 렌트를

“운전자라면 패키지 상품이 아닌 차량을 렌트해서 동남아시아를 돌아다닐 것을 추천합니다. 돈도 아끼면서 훨씬 더 편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정석원 차장 설명에 따르면 말레이시아에는 한국사람들에겐 잘 안 알려진 ‘포트딕슨’이라는 휴양지가 있다고 한다. 비행기를 타고 공항에 도착해 차로 1시간만 운전하면 멋진 백사장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선 약 1시간15분 정도 거리다. 휴양과 관광을 겸해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정석원 차장은 차를 대여하면 내려서 경치를 구경하고 싶을 때 구경하고, 쉬고 싶을 때 쉬는 등 자유롭게 여행지를 구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알라프룸은 리터당 기름값이 700원, 방콕은 1천원 정도에 렌트비는 하루에 3만5천원 정도로 매우 저렴한 편이다.

그러나 해당 언어도 모르는 타지에서 운전하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차는 어디서 빌려야 하는지 걱정도 들고, 한국과 다른 교통 법규에 괜히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기 마련이다.

“인터넷에 모든 게 연결된 시대입니다. 에이비스, 허츠 등 글로벌 차량 렌트 웹사이트에 들어가서 예약하면 공항에서부터 차를 빌려 운전할 수 있습니다. 우측 운전을 부담스러워하는 분도 계신데, 가장 안전하게 우측 운전을 해볼 수 있는 나라가 전 태국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정석원 차장은 태국 파타야에서 교통사고가 난 적 있다. 방향을 헷갈려 우리나라로 치면 나들목을 통과할 때 반대 요금소에 차를 부딪혔다. 사고 처리는 신속했다. 나들목 지원과 파타야 경찰서, 응급구조대에서 나와 차량을 치우고 그를 병원에 데려갔다.

“관광도시라서 그런지 몰라도 외국인에 대한 서비스가 굉장히 잘 돼 있더군요. 그렇다고 고의로 사고를 내선 안 되겠지만, 지나치게 걱정하진 않아도 됩니다. 단, 필리핀이나 캄보디아에선 되도록 차를 빌리지 않는 게 좋습니다.”

정석원 차장은 필리핀은 외국인 운전자를 대상으로 고의로 차를 세운 뒤 뇌물을 요구하는 사례가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모든 동남아시아 여행지가 운전하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태국, 푸켓, 말레이시아 등은 정말 운전하면서 여행다녀야 하는 곳입니다. 반면 필리핀이나 캄보디아는 차를 빌리면 안됩니다. 차라리 운전기사를 빌리는 게 낫습니다.”

# 비행기표는 가장 저렴한 것으로

여행에서 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것은 비행기표다. 아무리 차를 렌트해서 체류 비용을 줄이더라도 비행기표가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정석원 차장은 저렴하게 비행기 표를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여행 출발 전 3개월에서 4개월 전 대도시 중심으로 항공권을 검색하는 방법을 추천했다.

“지난 6월에 나온 획기적인 비행기표는 쿠알라룸푸르는 18만6천원이고, 지난 11월에 나왔던 것 중 가장 획기적인 건 제주여행이 세부를 취항하면서 패키지가로 9만9천원을 내놓은 일이었다. 가장 저렴하게 나온 비행기표를 통해 목적지를 정하면 여행 준비의 반은 끝낸 셈이다.”

저렴하게만 표를 사는 것 못지 않게 비행기 도착시간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석원 차장은 “아무리 싼 비행기표라고 해도 저녁에 떨어지거나, 비행기에서 1박을 지새우는 일정은 피하는 게 좋다”라고 말했다. 같은 돈이라도 어찌됐든 하루를 손해보기 때문이다. 아침 11시 비행기를 타나 저녁 비행기를 타나 시간을 버리긴 매한가지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현지 여행지에 3시쯤 도착하는 일정이 가장 좋다. 숙소에 체크인하고 그날 하루 여유있게 푹 쉬면서 숙소 구경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푹 쉬면 다음날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여행을 떠날 수 있다.

“표를 구할 때 중요한 사실 또 한 가지는 저가항공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은 베트남 에어 등 생소한 항공기면 좌석이 안좋거나 서비스가 안좋을 것이란 식으로 오해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다소 비싸더라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 항공을 선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동남아시아로 여행가는 비행기 서비스는 때론 국내 항공사보다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좌석도 더 넓고요.”

# 숙소는 구글어스로 리조트 풀빌라 예약

비행기표를 구했으면 그 다음엔 숙소를 구할 차례다. 정석원 차장은 구글어스를 활용해 리조트를 찾는다. 여행지의 해변가 주변에 위치한 리조트를 구글어스로 살핀다. 모래사장 앞에 수영장이 보이는 리조트를 찾으면 된다. 주변에 큰 쇼핑몰이 있고 병원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사람들은 주로 대도시 내에서 숙소를 구하려고 합니다. 예를들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를 생각하면 쌍둥이 빌딩을 떠올리면서 이동하기 편한 곳으로 숙소를 잡습니다. 그러나 쉬러 간다면, 해당 도시 주변 리조트를 찾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정석원 차장은 사용자들이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그대로 올리는 트립어드바이저 웹사이트를 통해 숙소 정보를 꼼꼼하게 확인한 뒤 예약하는 편이다. 이런 식으로 그는 태국 파타야에 위치한 라빈드라 비치 리조트를 찾았다.

“아이와 함께 여행한다면 풀빌라를 예약할 것을 추천합니다. 애들은 낮잠도 자는데, 혼자 두고 층이 다른 수영장을 갈 순 없잖아요. 가까운 곳에서 아이가 자는 것도 보면서, 아이가 깨면 부모를 찾을 수 있는 풀빌라는 가족과 함께 여행할 때 제격입니다”

숙소 예약을 마쳤다고 끝이 아니다. 정석원 차장은 “서투른 영어라도 구글 번역을 통해서 보낸 한 통의 e메일로 인해 자신에게 더 맞춤화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다”라며 “머무를 숙소 매니저에게 e메일로 연락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여행지에서 숙소 못지 않게 중요한 게 식당이다. 해당 집에 화장실이 적절하게 갖춰져 있는 곳인지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리조트는 여기서 진가를 발휘한다. 대부분의 식사할 장소와 쇼핑몰 등이 주변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음식값도 생각외로 저렴합니다. 1인당 7~8천원이면 정말 배 터치게 온가족이 먹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유명한 레스토랑은 다 차를 댈 수 있기에, 이동하기에도 편안하지요.

이런 식으로 정석원 차장은 가족과 함께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방콕, 태국, 싱가포르 등 다양한 곳을 누볐다. 모두 다음과 같은 원칙을 따랐다.

  • 출발 3~4개월, 하다못해 2주 전이라도 좋다. 가장 싸게 나온 비행기표를 알아본다.
  • 구글어스로 리조트를 찾고, 숙소를 예약한다.
  • 여행지에서 렌트하는 걸 어려워하지 않는다. 발길 멈추는 곳에서 풍경을 볼 수 있다.
  • 인터넷 검색을 통해 현지인이 자주 찾는 맛집이 무엇인지 대강 파악한다. 쇼핑몰 내 식당은 화장실 가기가 편하다.

정석원 차장은 이 점만 기억하면 편안하게 동남아시아 여행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수입이 넉넉치 않아도 얼마든지 여행을 나갈 수 있습니다. 언어를 몰라도 갈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태국에서 렌트해 여행할 때가 2007년으로 occupation(직업)뜻을 몰라 입국 심사때 공란으로 제출한 적 있습니다. 해외 여행에서 필요한 건 ‘용감’ 입니다. 이번 인터뷰로 인해 많은 직장인들이 동남아시아 여행을 좀 더 편하게 떠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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