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이 2012년 실패한 10가지 기술을 꼽았다. 미국 기준이지만 우리나라에서도 공감되는 부분들이 눈에 띈다. 몇 가지를 국내와 비교해 살펴보자.

애플의 굴욕, 지도

CNN은 애플의 비공식적인 슬로건 ‘It just works(그냥 하면 된다)’는 메시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이야기한다. iOS6과 함께 서둘러 나온 애플지도는 올해 애플에 가장 아픈 기억이자 이례없는 조롱거리였다. CEO 팀 쿡은 공식적으로 사과를 했고 이와 관련돼 있던 스콧 포스톨은 회사를 떠났다.

사실 애플지도와 그 시스템 자체는 그렇게까지 나쁘지 않다. 애플의 서비스 시기가 안 맞았다는 편이 맞겠다. 벡터 기반인 애플지도는 속도가 빠르고 정확도도 높다. 운전할 때 지도와 함께 방향을 알려주는 턴바이턴 내비게이션도 쓸만하고, 시리와 연결돼 세계 어디서나 모국어로 길안내를 해준다. 미국에서 쓸 수 있는 한글 내비게이션은 흔치 않다.

이 지도 데이터가 잘 갖춰진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애플이 위치한 미국 캘리포니아, 올림픽이 열린 런던의 경우 일반 지도는 물론 3D 지도까지 더해져 아주 훌륭하다. 하지만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역들은 데이터가 심각하게 부족했고 정확도에도 문제가 있었다. 에펠탑이나 자유의 여신상이 이상하게 누워 있는 그림은 기존 이용자들에게 큰 상실감을 주었다.

다행히도 지금은 구글맵이 별도 응용프로그램으로 앱스토어에 등록돼 있고 국내는 워낙 네이버와 다음의 지도가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다. 애플지도도 계속 끊임없이 업데이트중이다. 사실 지도 서비스는 일단 오픈하고 이용자들의 제보로 내용이 채워지는 구조가 필요하긴 한데 이런 방식이 애플의 이미지와 잘 맞지 않기도 하거니와 구글지도를 병행해서 운영하는 등의 배려가 없었던 것이 치명적이었다.

반값 할인? 인기도 반토막, 소셜커머스

국내에서는 소셜커머스, 혹은 소셜쇼핑 등으로 알려진 서비스다. 티켓몬스터가 리빙소셜에 3500억원 가량에 매각된 것이 지난해 8월이고, 위메이크프라이스, 쿠팡, 그리고 세계적인 쿠폰 기업인 그루폰까지 더해 ‘제 값 주고 사면 바보’취급 받았던 것이 불과 2012년 초까지의 모습이었다.

매일같이 새로운 딜(상품)이 등록됐고 한 번 뜬 업체는 유명세를 탔다. 파격적인 가격이 이어지며 인기 있는 딜을 구입하기 위해 0시에 PC앞에 앉기도 했고 쿠폰 정보만 모아서 보여주는 사이트가 인기를 끌며 새로운 틈새 사업도 펼쳐졌다.

하지만 빨리 뜨거워진 시장은 외면받는 속도도 아주 빨랐다. 소셜커머스라고 하지만 그 중심에 ‘소셜’은 있지도 않았고 그저 마케팅을 목적으로 원가를 깎는 음식점 공동구매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쿠폰 할인만 찾아다니는 ‘체리피커’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켰고 쿠폰 고객들만 잔뜩 몰려온 뒤 원래대로 가라앉는 등 점주들도 원하는 성과를 얻어내지 못하는 불편한 현실이 빚어졌다. 심지어 쿠폰 고객을 홀대하는 업체들도 나오기 시작하며 인기는 금세 시들해진다.


▲그루폰의 주가는 2012년 들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었나보다. 세계 시장 1위인 그루폰의 주가는 2012년 한 해 79%가 떨어졌다. 티켓몬스터를 인수한 리빙소셜도 11월에 직원 400명을 내보낸 바 있다.

개인정보 관리 어렵네, 소셜 친구찾기 앱

CNN은 소셜 네트워크의 1차적인 단계가 친구들을 모으는 것이었다면 그 두 번째는 모르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었다고 전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위치 기반의 친구맺기였다. 스마트폰에 달려 있는 GPS 기반의 위치 정보를 이용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연결해주는 것인데 이런 아이디어가 성공한 사례는 흔치 않다.

미국에서도 밴조(Banjo), 글랜스(Glancee) 등 위치 기반으로 친구를 맺고자 하는 서비스들은 큰 인기를 얻지 못했다. 물론 성공한 사업으로 인정받는 데에도 실패했다. 대부분 공통적인 취미나 관심사, 서로가 원하는 조건을 맞춰 남녀를 맺어주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CNN은 위치와 관심사 등 개인 정보가 고스란히 노출되는 이 서비스들은 여성들에게 성범죄 등 위협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한동안 위치 기반의 랜덤채팅 앱들이 우후죽순 쏟아졌는데 지금은 각 앱 장터 인기 순위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인기도 식었고 이 채팅 앱들을 보는 사회의 시선도 곱지 않다.

그 밖에…

그 밖에도 CNN은 페이스북의 주식 상장도 실패한 사건으로 짚었다. 페이스북의 상장은 올 한해 세계를 들썩이게 한 이슈 중 하나였다. 아이디어로 급격히 성장한 이 회사는 지난 5월 상장과 동시에 1천억 달러 규모의 회사가 됐다. 주당 38달러, 시가 총액은 100조원이 넘는 가치가 있다고 평가받은 것이다.


▲페이스북의 주가는 최근 광고 프로그램이나 수익 모델의 구체화로 회복되긴 했지만 그 서비스 자체로는 월가의 기대를 채우진 못했다.

하지만 이내 주가는 거품처럼 꺼지고 말았다. 9월 들어 절반인 18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들어 회복세를 보이며 26달러로 첫 해를 마감했다.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이 주식을 매수했던 투자자들은 실리콘밸리와 월가의 기업을 보는 시각 차이를 고스란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구글의 넥서스Q도 리스트에 들어 있다. 넥서스Q는 구글의 또 다른 TV용 셋톱으로 지난 6월 구글IO를 통해 공개됐다. 하지만 스마트폰에 담긴 음악, 영상을 TV로 전송하는 것 외에 이렇다할 특징을 끌어내지 못했다. 결국 개발자들에게 배포된 이후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알 수 없다는 의견이 쏟아졌고 실제 판매로 연결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구글은 출시 취소 결정 이후에도 예약 구매를 신청한 이들에게 제품을 무료로 나눠주는 등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구글의 넥서스Q는 애매한 기기로 인정받아 결국 출시를 접었다. 안 되는 서비스를 미련없이 털어버리는 구글은 하드웨어도 예외는 없다.

트위터를 통해 퍼져나간 트윗 메시지도 리스트에 들었다. 140자의 짧은 글이긴 하지만 유명인들의 이야기는 단 한 줄만으로도 큰 영향력을 보였다. 오프라 윈프리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우8 RT 태블릿인 서피스를 칭찬하며 12대나 사서 주변에 나눠줬다는 트윗 메시지를 아이패드로 보내 웃음거리가 되었다. 맥도날드는 #McDstories라는 해시태그를 통해 트위터에서 좋은 이야기들을 모아보려 했지만 이 해시태그에는 맥도날드에서 나온 벌레, 손톱, 그리고 식중독 등의 이야기가 쌓이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이 외에도 냅스터를 만든 숀 파커와 숀 패닝이 새 서비스를 준비한다는 것으로 이슈가 됐지만 결국 랜덤 화상 채팅 프로그램으로 드러난 ‘에어타임’, 너무 광범위한 의도로 접근한 ‘온라인 저작권법 SOPA(Stop Online Piracy Act)’, 인스타그램과 경쟁자로 꼽힌 사진 공유앱인 컬러의 12월말 서비스 종료도 실패한 기술로 소개했다. 징가의 게임내 무분별한 유료 아이템 판매로 인한 적자와 기업 축소도 실패한 것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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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