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IT 업계에서도 굵직한 이야기가 많았다. 쿼드코어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됐고, 4세대 이동통신 기술 LTE가 국내외에서 빠르게 퍼졌다. LTE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새 제품도 쏟아져 나왔다. 그뿐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 운영체제(OS)를 내놨고, 인텔은 아이비 브릿지 프로세서를 통해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심장을 꿰찼다.

2013년엔 어떤 놀라움이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을까. IT 변화는 사용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기업이 주도한다. 하지만 사람은 꿈꾸고, 기술은 이룬다고 했다. 좋은 기술이 나오고 널리 보급되면, 사용자는 편리하게 쓰면 그만이다. 2013년, IT 업계와 사용자들은 어떤 새 기술을 기대하고 있을까. 6가지 분야에서 2013년을 주도할 기술을 꼽아봤다. 두 번째는 PC와 스마트폰의 두뇌인 프로세서다.

올해도 늘 그렇듯 새로운 프로세서들이 쏟아진다. 그 동안은 프로세서라고 하면 인텔의 코어 프로세서를 먼저 떠올리고, 그 경쟁자로 AMD가 거론되곤 했다. 올해는 양상이 다를 모양이다. 인텔의 경쟁자는 이제 삼성의 엑시노스, 퀄컴 스냅드래곤, 애플의 A시리즈 등 ARM 기반 프로세서다.

그 동안 ARM 기반 프로세서들이 이렇게까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칩 설계, 코어 개수, 작동 속도, 심지어 전력 소비량들이 그 스마트폰의 판매량과 직접 연결된다. 반면 PC시장은 새 운영체제인 윈도우8의 출시에도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업계가 인텔의 새 프로세서의 역할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열과 소비전력이 줄어들어야 획기적인 디자인의 울트라북이 나올 수 있다.

ARM, “설계부터 구성까지 환골탈태”

삼성,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칩 공급업체들은 올해 ARM 프로세서의 기본 설계를 코어텍스 A15 기반으로 바꿀 예정이다. 그렇게 되면 코어당 성능이 크게 늘어난다. 한 프로세서 패키지당 코어 개수는 적게는 6개, 많게는 8개까지 쓰인다. 하지만 똑같은 프로세서를 6~8개 묶는 것은 아니고, 기본 고성능 프로세서에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저전력 프로세서가 더해지는 것이다.

그동안 모바일 프로세서의 구조는 ARM의 코어텍스 A9를 기반으로 하는 코어를 2~4개 묶어 성능을 높여 왔는데 각 프로세서 제조사들은 코어텍스 A15로 아키텍처를 바꾸면서 듀얼코어 프로세서로도 이전 쿼드코어 이상의 성능을 낸다. A15는 A9와 비교해 전력 소비는 비슷하고 코어당 성능이 크게 늘어났다.

공식적인 A15 기반 프로세서는 지난해 넥서스10으로 처음 선보인 바 있다. 이 태블릿에는 엑시노스5250 프로세서가 들어갔는데 듀얼코어 프로세서지만 그 실제 성능은 가장 빠른 쿼드코어 프로세서로 꼽히는 엑시노스 4412보다 더 빠르다. 갤럭시S4 같은 고성능 스마트폰, 이른바 슈퍼폰 위주로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코어텍스 A15 2개와 A7 2개가 묶인 2+2의 빅 리틀 구조다. 필요한 만큼의 성능과 전력만 뽑아 쓰는 기술로 성능과 저전력 모두 잡았다.

모바일 프로세서에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저전력 기술이다. ARM의 코어텍스 A7 설계는 아주 낮은 전력으로도 작동하게 돼 있다. 이 코어만으로도 제품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A7의 가장 큰 강점은 높은 성능을 내는 A15 프로세서와 한 패키지 안에 묶을 수 있다는 것이다.

ARM은 이 기술을 ‘빅리틀'(Big-Little)이라고 부른다. 게임이나 복잡한 앱을 돌릴 때는 성능이 좋은 A15 프로세서가 처리하고, 시스템이 대기중이거나 기본 운영체제 정도만을 돌릴 때는 전력을 적게 쓰는 A7 프로세서가 작동한다. 전력 효율과 성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비법으로 꼽힌다.

실제 제품은 A15 기반 프로세서 4개와 A7 프로세서 4개가 하나로 묶이는 4+4부터 2+2, 혹은 4+2 등으로 다양하게 응용될 수 있다. 한 프로세서 패키지 안에 너무 많은 코어가 들어가다보니 크기를 줄이는 게 숙제였는데, 이 빅리틀 설계를 위해 올해 ARM 칩들은 공정을 더 미세하게 바꾼다. 삼성은 16nm 공정을 도입했고 애플, 엔비디아, 퀄컴 칩을 찍는 TSMC도 18nm 공정을 찍을 팹을 세우고 있다. 공정이 미세해지면 기존 32, 28nm 보다 코어가 차지하는 공간이 훨씬 적기 때문에 같은 프로세서 공간 안에 더 많은 코어를 넣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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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전력 소모 줄여 폼팩터 제한 없앤다”

매년 그래 왔듯 PC의 프로세서도 변한다. 올해 인텔은 4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내놓는다. 코드명은 ‘해즈웰'(Haswell)이다. i3, i5, i7의 시리즈 구성은 같지만 22nm 공정으로 만들어지고 쿼드코어와 각 코어가 2개의 일을 처리하는 하이퍼스레딩이 대부분의 프로세서에 적용된다.

인텔은 올해 성능보다도 전력 소모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일반 쿼드코어 모델도 84W대, 저전력 프로세서는 65W부터 35W까지 끌고 간다. 데스크톱이 이 정도고 울트라북용 프로세서는 15W대, 낮은 제품은 10W선까지 전력 소모를 끌어내릴 계획이다. 또한 프로세서가 메인보드 칩셋의 기능을 상당부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스템의 전력 소비는 더 줄어든다. 현재 주력 제품인 3세대 코어 프로세서가 17~35W인 것과 비교하면 노트북의 배터리 이용 시간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4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대기 시간만 해도 기존 제품보다 20배 늘어난다. 새는 전력을 확실하게 막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전력 소모가 줄어들면 노트북, 그리고 윈도우8로 불을 댕긴 PC의 터치스크린 기기의 진화가 이뤄질 수 있다. PC 업체들이 지금 당장 아이패드만큼 얇은 윈도우 태블릿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세서가 전력을 많이 쓰면 배터리 용량이 커져야 하고 열도 많이 나기 때문에 냉각팬이 필요하다. 하지만 10W의 코어 프로세서가 등장하면 성능을 양보하지 않아도 더 얇은 태블릿 PC를 설계할 수 있다. 현재 윈도우8 태블릿이나 컨버터블 PC가 쓰는 3세대 코어 i5 3317 프로세서가 쓰는 전력이 17W인 것을 따지면 효율이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이는 데스크톱도 마찬가지다. 일체형 PC는 더 얇아지고, 모니터에 가해지는 열 부담도 적다. 냉각팬 등 부품이 줄어들면 무게 부담도 적다. 하지만 데스크톱 PC의 업그레이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메인보드까지 교체해야 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소켓의 핀이 1155개에서 1150개로 줄어든다. 데이터 전송량보다도 메인보드 칩의 교체가 필요해서 아예 핀 배열을 바꾸는 방법을 택했다. 인텔은 요즘 매년 1월에 신제품을 내놓았지만 해즈웰은 4월로 발표 시기가 늦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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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