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人] 남재우 “DBA의 덕목, 호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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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일까. 국립국어원이 정의한 개발자는 ‘강이나 산 따위의 천연자원을 유용하게 만드는 사람’ 또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새로운 생각을 내놓는 사람’이다. 보통 사람들이 ‘개발자’라고 하면 떠올리는 개념과는 조금 거리가 멀어 보인다.

“꼭 직접 코딩을 하는 사람만을 개발자라고 부르는 건 아닙니다. 넓은 의미로는 개발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까지 포함합니다. DBA라고 불리는 DB관리자도 개발자이지요.”

게임 개발자, 데이터베이스 개발자, 소프트웨어 개발자…. 개발자의 활동 범위는 생각보다 넓다. 이번에 만난 남재우 큐브리드 기술본부 이사는 “코딩 쪽 개발자로서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DB관리자 쪽으로는 후배 개발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 고객이 몰라줘도 서운해 말자

남재우 이사는 DB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개발자다. 큐브리드의 전신인 한국컴퓨터통신 시절 일을 시작해 19년 넘게 큐브리드에 몸담고 있다. 현재 큐브리드에서 가장 오래 일한 사람 순위에서 2등을 기록하고 있다. 말이 19년이고 입사 순위 2등이지, 한 회사에서 이 정도 경력을 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게요. 솔직히 개발자로서의 소명의식보다는 큐브리드를 좀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끔 하겠다는 오기에 버티다 보니 이렇게 오래 일하게 됐네요.”

큐브리드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 이름이자 동시에 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DBMS) 소프트웨어다. 큐브리드는 1997년 UniSQL를 인수한 뒤 이를 개선해 큐브리드 솔루션을 선보였다. 갓 태어난 솔루션을 향한 시장의 평가는 냉혹했다. 큐브리드가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큐브리드 솔루션은 오라클 등 외산 솔루션과 자주 비교당했다. 남재우 이사에게 고객들은 ‘성능이 잘 나오지 않는다’라며 성화였고, 주변 DB개발자들은 ‘큐브리드보다는 오라클 쪽으로 분야를 바꾸라’라고 충고를 던졌다.

“저와 같이 시작한,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동기들은 점점 월급이 올라가는데, 전 제자리걸음인걸 느낄 때면 적잖게 후회도 들었습니다. 그때마다 오로지 ‘열심히 하면 뭔가 성과가 있겠지’ 하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적어도 DB 분야에선 많은 기업이 사용하는 DB 솔루션을 다룰 줄 알아야 개발자로서의 몸값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많은 기업이 사용한다는 건 그만큼 많은 개발자를 필요로 한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큐브리드의 인지도는 낮았다. 큐브리드를 다룰 줄 아는 개발자를 찾는 기업은 적었다. 그때마다 남재우 이사는 큐브리드 성능 개선을 위해 운영체제부터 네트워크까지 닥치는 대로 공부했다.

볕은 떴다. 큐브리드는 2008년 NHN과 손을 잡았다. 현재 NHN은 큐브리드 솔루션 제품개발 부문을, 판매와 기술지원은 큐브리드가 맡고 있다. 같은 해 큐브리드는 자사 솔루션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DBMS에서 한순간에 전세계 사람들이 관심 두는 DBMS가 됐다. 큐브리드를 바라보는 고객들의 시선도 달라졌다.

“회사가 널리 알려지고 인정받으니 자부심이 생기더라고요. 뿌듯했습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게.”

# 코딩에서 디자인까지…알아야 할 게 너무 많다

남재우 개발자는 사실 DB가 아닌 시스템 통합(SI)으로 개발을 시작했다. 한국컴퓨터통신 근무 시절 그는 한 대기업의 그룹웨어 개발을 맡아 진행하는 병아리 개발자였다.

“출근한 다음날부터 파견을 나가 야근을 했습니다. 2년 동안 시쳇말로 ‘월화수목금금금’의 시간을 보냈지요. 규모가 작은 회사인 탓에 코딩에 디자인도 하면서 DB 튜닝까지 맡았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지요.”

대학교와 현장은 달랐다. 대학에선 C언어와 포트란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는데, 현장에선 프로그래밍 외에 다른 능력도 필요로 했다. 그가 파견 나갔던 회사에서는 원래 프로젝트 외에도 추가적인 기능을 요구했다. 원래는 한국컴퓨텅통신이 가진 그룹웨어 엔진을 고객사에 맞게 최적화하는 프로젝트였다. 이 과정에서 고객사는 게시판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게시판 만들기.’ 작업 요청은 한 줄이지만, 게시판을 만들려면 게시판 기능 외에 댓글, 게시판 디자인, 사내 DB와 게시판을 연동하는 기능 등을 알아야 합니다. 자연히 디자인이나 DB 지원까지 배워야 했지요.”

다양한 업무를 섭렵한 경험은 2년 뒤 빛을 발했다. 회사에서 남재우 이사에게 DB 지원 업무를 부탁했을 때, 그는 주저하지 않았다. 코딩하는 개발자와는 다소 멀어지지만 그래도 넓은 범위에 다양한 개발을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타의로 분야를 바꾸게 된 거잖아요. 그땐 회사를 옮길까? 약간 흔들리기도 했지만, 넓은 선상에서 개발이라고 보고 매진했지요. 그렇게 10년 넘게 DB를 다루게 됐네요.”

개발 범위가 무 자르듯 딱 잘리는 건 아니다. 남재우 이사는 DB 개발자로 일하면서도 코딩도 하고, 튜닝도 하고, 네트워크도 다루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웠다. 이는 그가 10년 넘게 DB 분야에 집중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이 됐다.

“DB 분야에서 일하려는 개발자가 있다면, 호기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왜 문제가 생길까. 이건 어떻게 작동하는 걸까. 저 로그는 무슨 의미일까. 그러면 재미있게 DB쪽 개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