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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2013] ③차세대 게임 콘솔 르네상스

2013.01.04

2012년, IT 업계에서도 굵직한 이야기가 많았다. 쿼드코어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됐고, 4세대 이동통신 기술 LTE가 국내외에서 빠르게 퍼졌다. LTE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새 제품도 쏟아져 나왔다. 그뿐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 운영체제(OS)를 내놨고, 인텔은 아이비 브릿지 프로세서를 통해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심장을 꿰찼다.

2013년엔 어떤 놀라움이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을까. IT 변화는 사용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기업이 주도한다. 하지만 사람은 꿈꾸고, 기술은 이룬다고 했다. 좋은 기술이 나오고 널리 보급되면, 사용자는 편리하게 쓰면 그만이다. 2013년, IT 업계와 사용자들은 어떤 새 기술을 기대하고 있을까. 6가지 분야에서 2013년을 주도할 기술을 꼽아봤다. 세 번째는 게임 콘솔 얘기다.

성능 향상은 기본

2013년 게이머가 가장 기다리는 게임 콘솔은 단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의 제품이다. 아직 이름도 정해지지 않았지만, MS와 소니의 차세대 콘솔이 올해 출시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이 된 분위기다.

MS와 소니 모두 돌아오는 겨울, 새 게임 콘솔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X박스360’과 ‘플레이스테이션3(PS3)’의 나이가 벌써 7~8살은 된다. 오래된 기기인 만큼 새 기종은 성능이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MS는 새 게임 콘솔에 ‘듀랑고(Durango)’라는 코드명을 붙였다. 차세대 X박스는 AMD의 ‘라데온 HD 6670’에 기반을 둔 그래픽 처리장치(GPU)로 구동된다. X박스360과 비교해 최대 6배 가량 높은 그래픽처리 성능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X박스와 함께 동작인식 센서 키넥트도 업그레이드된다. 차세대 X박스 콘솔과 함께 발매될 예정이며 지금 버전과 비교해 정확도와 인식률이 개선될 예정이다.

소니 PS3 후속 기종 코드명은 ‘오르비스(Orbis)’로 알려졌다. 오르비스에는 AMD의 쿼드코어 프로세서 ‘A8-3850’ APU가 탑재된다. X박스 후속 제품처럼 AMD의 GPU가 들어간다는 점은 비슷한 부분이다. 차세대 PS를 구동하는 그래픽 처리장치(GPU)는 ‘라데온 HD 7670’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세서와 GPU 사양이 올라간 만큼, 게임 구현 성능도 큰 폭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된다. 오르비스는 최대 4096×2160 해상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고, 3D 게임을 1080p 풀HD 해상도로 즐길 수 있다. 현재 PS3의 3D 게임 구현 성능은 720p 수준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해상도와 게임 구현 성능에서 발전이 기대된다.

MS의 ‘스마트 글래스’ 서비스

닌텐도의 ‘닌텐도 티비’ 서비스

새 기술 융합은 필수

차세대 게임 콘솔이 높은 성능을 갖게 된다는 것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산업계 전반에 걸쳐 변화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는 IT 업계 아닌가. 7년이란 시간 동안 강산은 몇 번이나 변했다. 차세대 게임 콘솔에서 게이머가 기대하는 부분은 바로 게임 콘솔이 주변 환경과 어떻게 맞물릴까 하는 점이다.

MS는 차세대 X박스 콘솔을 홈 엔터테인먼트의 심장부로 생각하고 있고, 소니는 모바일게임과 클라우드 게임을 콘솔 속에 용접하는 중이다. 닌텐도는 이미 ‘닌텐도 위 유’에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TV 콘텐츠를 어떻게 담았는지 보여줬다.

MS가 지난 2012년 10월부터 맛보기 서비스를 시작한 ‘스마트 글래스’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글래스는 다양한 디스플레이 장치를 X박스와 연동해 주는 서비스다. 예를 들어 윈도우8 운영체제(OS)가 설치된 PC 화면과 태블릿 PC 화면을 연결해준다. X박스 콘솔이 연결된 TV 화면과 태블릿 PC를 연동해 주기도 한다. TV로 전체 게임 화면을 보면서 태블릿 PC에서는 아이템 상자나 지도 등을 띄워 게임을 즐기는 식이다.

MS는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X박스 콘솔에 ‘인터넷 익스플로러10’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통합된 MS 계정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클라우드 저장소에 보관하고 있는 동영상이나 음악 콘텐츠를 다양한 기기에서 이용할 수도 있다. X박스360의 네트워크 게임 기능이 콘솔 네트워크1.0 시대였다면, 차세대 X박스에서는 게임 콘솔 네트워크2.0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차세대 X박스는 홈 엔터테인먼트의 허브가 되겠다는 당찬 목표를 세웠다.

소니의 전략도 눈에 띈다. 소니가 지난 2012년 7월, 미국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업체 가이카이를 인수했다는 사실을 떠올려보자.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게임 콘텐츠를 PC나 게임 콘솔 속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클라우드 서버에서 구현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게임 서버가 빚어 놓은 게임 영상을 네트워크로 전송받아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소니의 차세대 게임 콘솔에서 가이카이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기술이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새 게임 콘솔은 하위 기종 게임과 호환성을 담보하는 것이 큰 문제다. 가이카이의 클라우드 게임 기술을 통해 옛 게임을 새 기종에서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다. 소니엔터테인먼트네트워크(SEN)가 어떤 기능을 갖출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닌텐도의 새 게임 콘솔은 이미 지난 11월과 12월, 북미와 유럽, 일본에 출시됐다. 터치 조작을 지원하는 6인치급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게임패드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무엇보다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해 TV 등 영상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반가웠다.

바로 ‘닌텐도 티비(TVii)’ 서비스다. 사용자가 게임패드속 터치스크린에서 보고 싶은 영상을 고르면, 닌텐도 위 유 콘솔이 연결된 TV에 영상이 재생되는 식이다. 닌텐도에 방송 콘텐츠를 공급하는 업체는 미국 훌루와 아마존, 넷플릭스 등이다. 닌텐도를 통해 제공되는 방송을 볼 때 게임패드에선 콘텐츠에 대한 추가 정보를 띄워 주기도 한다. 방송에 대한 평점이나 극장 개봉 정보 등이 여기 포함된다. 사용자가 스포츠 중계를 보고 있다면, 경기 통계수치까지 게임패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게임패드를 통해 웹브라우징이나 SNS를 이용할 수도 있다. 닌텐도 위 유 게임패드에는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능까지 탑재됐다. 닌텐도는 NFC 기능을 게임 콘텐츠를 확장하는 데 이용했다. 게임 타이틀에 포함된 게임 카드를 NFC가 탑재된 게임패드로 읽어 게임 속에서 활용하는 식이다.

MS와 소니, 닌텐도 모두 게임 콘솔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게임 콘솔은 이제 단순한 게임기가 아니다. 2013년 게임 콘솔은 가장 큰 디스플레이를 가진 거실 TV를 거점으로 하는 홈 엔터테인먼의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안드로이드 게임 콘솔 ‘오우야’. 올해 1분기 출시 예정이다.

2013년, 게임 콘솔 춘추전국시대

MS와 소니의 차세대 게임 콘솔 출시가 올해로 예고됐다. 닌텐도는 이미 닌텐도 위 유로 차세대 게임 콘솔 경쟁에 한 발 먼저 뛰어들었다. 시장의 표정 자체는 MS와 소니, 닌텐도가 주축이 돼 각축을 벌이던 게임 콘솔 전성기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분위기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헌데, 2013년 게임 콘솔 시장은 굵직한 게임 콘솔 업체 외에도 여러 조연이 출연할 예정이다. 전세계 최대 게임 개발업체이자 온라인 게임 유통 업체인 밸브와 오픈소스 게임 콘솔을 만들고 있는 ‘오우야’를 통해 변화의 기류가 감지됐다. 2013년 게임 콘솔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롭다.

먼저 밸브의 일명 ‘스팀박스’ 소식이 게이머의 가슴을 울렸다. 스팀박스는 밸브가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진 게임 콘솔이다. 2012년 초부터 소문으로만 떠돌았지만, 게이브 뉴웰 밸브 CEO 겸 창업자가 지난 2012년 12월 게임 전문 매체 코타쿠와 인터뷰를 통해 실체를 확인해줬다.

게이브 뉴웰 CEO는 “밸브의 하드웨어는 ‘턴키’ 솔루션을 거실에 두고 싶어하는 사용자를 위해 매우 통제된 환경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밸브의 게임 콘솔은 기존 PC 환경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PC와 거실 TV의 통합 게임환경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옳다. PC 게임을 거실 TV에서 즐길 수 있도록 돕는 게임 콘솔을 상상해볼 수 있다. 즉, 스팀을 통해 지원되는 밸브의 수많은 게임을 거실에서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게이브 뉴웰 CEO는 “게이머나 게임 개발자들에게는 PC가 게임을 즐기기에 좀 더 나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라며 “비디오와 게임 플랫폼이 서로 다르다고 생각할 필요가 없도록 환경을 통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밸브 게임 콘솔의 물리적 실체는 아직 확인할 수 없지만, TV용 UI는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밸브가 지난 9월, 게임 내려받기 서비스 ‘스팀’을 통해 공개한 사용자조작환경(UI) ‘빅픽처’ 모드를 이용해보면 된다. 빅픽쳐 모드는 게이머가 게임 패드를 이용해 TV 속에서 스팀 서비스를 조작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다. 윈도우와 맥, 리눅스 운영체제(OS) 사용자라면, 스팀 메뉴에 있는 빅픽처 모드를 눌러 체험해볼 수 있다.

아직 밸브의 게임 콘솔이 없는 상황에서 빅픽처 모드를 쓰려면 스팀이 설치된 노트북을 거실 TV에 연결해야 한다. 거실 TV에서 스팀 빅픽처 모드를 통해 웹브라우저를 이용할 수 있고, 페이스북에 접속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오픈소스 게임 콘솔 오우야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탑재된 기기다. 가격은 더 놀랍다. 99달러다. 오우야는 거실 TV에 연결할 수 있는 첫 번째 안드로이드 게임 콘솔이 될 전망이다. 게임 조작은 물론 전용 게임패드를 이용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게임이 대부분 원터치로 조작하는 캐주얼게임이나 SNG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오우야는 지난 2012년 미국 크라우드펀딩 서비스 킥스타터를 통해 기금을 모은 프로젝트다. 원래 오우야를 양산하기 위해 목표한 금액은 95만달러였지만, 프로젝트 시작 24시간 만에 250만달러가 모였다. 킥스타터 프로젝트가 종료될 무렵, 무려 700만달러에 가까운 돈이 오우야에 쏠렸다. 안드로이드 게임 콘솔에 돈을 보내준 게이머 수는 5만2천여명에 이른다.

안드로이드 콘솔 오우야에서 즐길 수 있는 게임은 뭐가 있을까. 우선 오우야는 안드로이드 OS 용으로 개발된 기존 게임 생태계를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사무라이 벤젠스’니 ‘쉐도우건’, ‘메이든’ 등이 오우야를 통해 출시될 게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개발업체 로보트키가 개발 중인 ‘휴먼 엘러먼트’는 오우야에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제작 중이다. 멸망 위기에 처한 지구에서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게임이다. 개발을 맡은 로보토키를 설립한 사람이 인기 일인칭슈팅(FPS)게임 ‘콜오브듀티’ 시리즈를 개발한 로버트 보울링 대표라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미국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업체 온라이브도 오우야의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게임을 서비스할 것을 약속했다. 온라이브는 ‘파이널판타지3’를 클라우드 게임 콘텐츠로 지원할 예정이다.

줄리 우르만 오우야 프로젝트 CEO는 “오우야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어떤 개발자도 안드로이드 게임을 출시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누구든지 오우야에서 즐길 수 있는 안드로이드 게임을 개발해 배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안드로이드의 자유로운 게임 생태계와 클라우드 게임이 오우야가 가진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닌텐도는 이미 경쟁을 시작했다. 2013년 1분기 안으로 오유야가 출시될 예정이고, MS와 소니는 올해 가을과 겨울 차세대 게임 콘솔 기종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밸브의 PC 기반 게임 콘솔도 올해가 가기 전에 만날 수 있다. 2013년은 게임 콘솔 르네상스의 원년이 될 전망이다.

밸브의 스팀 서비스에 적용된 ‘빅픽처 모드’, TV와 PC 기반 게임 콘솔을 융합하는 조작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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