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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2013] ⑤윈도우8 PC, 정체성 찾기

2013.01.06

2012년, IT 업계에서도 굵직한 이야기가 많았다. 쿼드코어 모바일 프로세서를 탑재한 스마트폰이 출시됐고, 4세대 이동통신 기술 LTE가 국내외에서 빠르게 퍼졌다. LTE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는 새 제품도 쏟아져 나왔다. 그뿐인가. 마이크로소프트(MS)는 새 운영체제(OS)를 내놨고, 인텔은 아이비 브릿지 프로세서를 통해 데스크톱과 노트북의 심장을 꿰찼다.

2013년엔 어떤 놀라움이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을까. IT 변화는 사용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기업이 주도한다. 하지만 사람은 꿈꾸고, 기술은 이룬다고 했다. 좋은 기술이 나오고 널리 보급되면, 사용자는 편리하게 쓰면 그만이다. 2013년, IT 업계와 사용자들은 어떤 새 기술을 기대하고 있을까. 6가지 분야에서 2013년을 주도할 기술을 꼽아봤다. 5번째는 윈도우8의 노트북 플랫폼 얘기다.

숙제 떠안은 윈도우8 플랫폼

‘윈도우8’이 출시된 일이 벌써 지난해 일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10월26일 윈도우8을 정식 공개했다. 윈도우8이 등장한 직후 제조업체는 신이 났다. 국내 삼성전자나 LG전자는 물론, HP와 델, 에이수스, 에이서, 도시바, 소니 등 전세계 PC 제조업체에서 앞다퉈 새 노트북을 내놨다.

새 윈도우가 나오고, 새 윈도우를 담은 새 PC가 나오면 일반적으로 PC 판매량은 눈에 띄게 증가해 왔다. 윈도우8 출시 이후엔 어땠을까. 오히려 더 나빠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2월 하순 시장조사기관 NPD가 발표한 조사결과를 보자. 12월 첫쨋주 기준으로 미국에서 PC 판매량이 13%나 떨어졌다고 한다. 이는 지난 10월과 비교한 자료다. 윈도우8이 10월26일 출시됐는데, 윈도우8 출시 이후 오히려 PC 판매량이 떨어진 꼴이다. PC 판매량은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내림세를 유지해 왔으니, 바꿔 말하면 윈도우8의 출시가 PC 시장의 재도약을 불러오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지난 12월, NDP 조사 결과를 전한 뉴욕타임즈 테크놀로지는 “애플스토어가 꾸준하고, 분주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해 MS 스토어는 가끔 쇼핑백을 든 이들이 드나들고 있는 정도”라며 미국 쇼핑 시즌의 달라진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다.

태블릿 PC와 스마트폰 등 기존 PC를 대체하거나 보완할만한 다른 기기가 등장해 PC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분석은 이제 고전에 속한다. 여기에서는 다른 원인을 짚어보자. 윈도우8이 담긴 그릇들에 관한 얘기다.

윈도우8 겉모습이 크게 변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윈도우8은 MS가 처음으로 시도한 터치 조작에 최적화된 OS다. ‘시작’ 버튼 대신 큼지막한 사각형을 배치한 ‘윈도우8 스타일 UI(이하 모던 UI)’가 적용됐다. 윈도우8이 담기는 PC는 화면에 터치 조작 기능을 추가할 수 있게 됐다.

덕분에 기막힌 모양의 PC가 시장에 등장했다. 삼성전자는 화면과 키보드 부분을 분리할 수 있는 ‘아티브 스마트 PC’를 내놨다. LG전자는 슬라이드 모양의 노트북을, 레노버는 화면을 거꾸로 뒤집을 수 있는 노트북을 국내에 출시했다. 뚜껑 앞뒤로 화면이 2개나 붙어있는 제품도 있다. 제조업체에서는 하이브리드 노트북이라고 부른다.

윈도우8의 터치형 조작을 제대로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다양한 플랫폼이 출시된 것이다. 헌데, 이 같은 변화가 오히려 사용자의 선택을 방해하고 있다는 분석도 많다. 엠마뉴엘 프로몽 에이서 미국 지사장은 윈도우8을 탑재한 PC가 기존 제품과 비교해 익숙하지 않은 모양으로 설계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엠마뉴엘 프로몽 지사장은 뉴욕타임즈 테크놀로지와의 인터뷰에서 윈도우8을 가리켜 “큰 시장 파급력은 없었다”라며 “시장 반응이 느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해외 IT 소식을 전하는 BGR은 윈도우8 모던 UI 환경에서 사진을 찾는 간단한 작업조차 하기 어렵다며 불평을 쏟아내기도 했다. 여기에 공감하는 사용자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2013년, 윈도우8 PC 정체성 찾아야

윈도우8이 등장하기 이전 PC를 결정했던 과정을 생각해보자. 필요한 사양이나 선호하는 제조업체 정도를 결정하면 됐다. 가격비교 사이트를 이용해 몇 날 며칠을 가장 싼 제품을 고르느라 보내기도 했다. 윈도우8 등장 이후에는 이제 제품이 어떤 모양을 하고 있는지도 선택의 기준에 포함시켜야 한다.

“화면을 돌리는 제품이 유리할까? 아니야, 필요할 때 화면만 분리해 들고 다닐 수 있는 제품이 유용하지 않을까.”

PC를 고르는 사용자의 선택권이 넓어진 반면, 어떤 모양이 자기에게 적절한 제품인지 고민해야 하는 과정이 추가된 꼴이다.

유명한 사회심리학 이론을 여기에 적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선택지가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선택하기 어렵게 된다는 내용의 ‘선택의 역설(Paradox of Choice)’ 말이다. 베리슈워츠 미국 필라델피아 스워스모어 대학교수가 제시한 이론이다.

풀어보면 간단한 내용이다. 선택할 가짓수가 많을수록 사용자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떨어졌다는 내용이다. 베리슈워츠 교수는 청바지를 선택하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어떤 사람은 매장에 들어가자마자 청바지 하나를 골라 구매했고, 다른 이는 모든 청바지를 꼼꼼히 보고 하나를 골랐다. 이때 누가 더 큰 만족감을 느꼈을까. 모든 제품을 비교해본 이가 만족도가 높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는 반대란다.

원인은 기회비용에 따른 불안감 때문이다. 고르지 않은 제품 중 더 좋은 제품이 있을까 봐 높은 만족도를 경험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심지어 선택지가 많은 상황에서 선택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많은 가짓수를 제공하는 일은 업체로서는 위험해 보인다.

윈도우8 PC 제조업체는 2013년부터 플랫폼의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31가지 아이스크림은 모두 맛보고 결정할 수 있지만, 100여만원을 호가하는 노트북은 그럴 수 없다. 그렇다면 어떤 모양의 제품이 사용자에게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최호섭 블로터닷넷 기자는 전통적인 노트북 모양에 터치 조작 기능이 들어간 제품을 골랐다. 화면을 뒤집거나 돌리고, 슬라이드 형식으로 밀어 올리는 제품도 좋지만, 아무래도 PC로서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만약 필요하다면, 여기에 완전한 태블릿 PC 형태의 제품을 따로 구입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노트북과 태블릿 PC의 명확한 구분이다.

조금 더 독특한 모양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용자는 분리형 제품을 선택해도 좋다. 화면과 키보드를 연결하면, 평범한 노트북으로 쓸 수 있다. 화면을 분리하면 영락없는 태블릿 PC가 된다. 아직 이 같은 하이브리드 제품은 다른 제품과 비교해 가격이 다소 비싸다. 노트북과 태블릿 PC가 모두 필요한 사용자는 고려해봐도 좋다.

고민은 사용자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현재 다양한 하이브리드 노트북을 시장에 선보인 제조업체도 어떤 모양이 시장에서 제대로 스며들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있을 것이다. 올해 말에는 어떤 모양의 제품이 살아남아 있을까. 2013년 윈도우 PC 시장의 구경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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