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헉, 이런 숨막히는 뉴스가”…충격 고로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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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 출신 임원 회사에서 한단 짓이 충격’, ‘택배가 30대 지점장, 볼일보다 변기서…충격’.

지금, 세상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뉘어 있다.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일도 온전히 딴판인가 보다. 실제 생활에선 딱히 놀랍지 않은 일도 온라인으로 옮겨가면 금세 ‘충격’과 ‘경악’으로 뒤덮인다. 제목대로 ‘헉!’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유명 연예인 둘이 사귀는 ‘충격’적인 소식도 막상 내용을 열어보면 ‘드라마 속에서’란 전제가 버젓이 붙어 있다. 그게 도대체 왜 ‘충격’이고 ‘경악’할 일인지 아무도 모른다. 제목을 단 이 외엔.

‘충격’적인 뉴스가 더 이상 뉴스가 아닌 세상이 됐다. 내용과 무관한 자극적 제목의 온라인 뉴스가 생필품마냥 자연스러운 이 부자연스러운 상황. 수십만 독자를 거느린 매체가 엄숙한 사설과 ‘경악’할 가십을 나란히 배열하는 뉴스 공간. 언제부터 우리 주변에 뒷목 잡을 일이 이리도 늘어난 것일까.

충격 고로케’는 이런 부조리한 온라인 뉴스 세상에 통쾌한 펀치를 날린다. 맛본 이들은 안다. 연일 포털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충격 아닌 충격 기사들을 가볍게 비꼬는 이 빵가루의 고소함을.

충격 고로케는 주요 인터넷신문에서 ‘충격’이란 제목을 단 기사만 추려 보여주는 서비스다. 이곳을 방문하면 새삼 깨닫게 된다. 하루에 ‘충격’을 받은 기사가 이리도 많았던가.

문을 연 지 채 일주일이 안 지났지만, 충격 고로케의 발전 속도는 충격적이다. 처음엔 충격’이란 제목을 단 기사만 모아 보여줬는데, 지금은 최근 가장 충격받은 언론사 순위도 보여준다. ‘충격’만 애정하지도 않는다. ‘경악’, ‘헉!’, ‘알고보니’ 처럼 우리가 익숙하게 속아 왔던 낚시글만 모아 볼 수 있는 기능도 덧붙였다. 웹브라우저 화면 크기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는 반응형 웹에서 개발자의 내공을 엿보는 건 부록이다.

‘숨막히는’ ‘충격’으로부터 잠시나마 숨통이 튼 방문객이라면 제빵사 ‘레이니걸’님께 고로케 한 박스라도 보내주시는 센스를 발휘하심이 어떠실지.

인터뷰 | ‘충격 고로케’ 개발자 레이니걸

– ‘충격 고로케’ 웹사이트, 충격적이다. 왜 만들었나.

= 소향이라는 연예인이 자연임신이 안 된다는 기사가 포털에 떴다. 왜 연예인이 임신이 안 되는 소식을 모든 포털 방문자가 충격받으라고 저렇게 기사 제목에 써놓나 싶어 기분이 나빴다. 이런 기사를 모아서 얼마나 많이 ‘충격’이란 제목을 다는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1월3일에 만들었다. 만드는 데 한 시간도 안 걸렸다.

– 한 시간만에 만든 것 치곤 대단하다. 또 재미있다.

= 내 전공이 신문방송학이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몇몇 인터넷신문들이 한 기자가 하루에 기사를 얼마나 쓰는지 통계를 낸 적이 있다. 한 기자가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15분에 하나씩 기사를 쓰는 곳도 있었다. 그렇다면 팩트 체크부터 퇴고까지 제대로 하겠는가. 그때 생각이 나서 충격 고로케를 만들었다. 그 다음날 내 트위터와 페북에 올렸다.

– ‘충격’ 기사들은 어떻게 수집하나.

= 특별한 건 없다. 그냥 신문사 트위터나 최신 RSS에 뜨는 기사 제목에 해당 키워드가 들어 있으면 모은다. 기술적으로 특별한 게 없어 부끄러울 정도다.

– 왜 이름이 ‘충격 고로케’인가.

= 예전에 회사를 다니기 전에 이런저런 사이트를 만들었다. 그때 등록한 도메인 가운데 ‘고로케’ 도메인이 놀고 있어서 그냥 그 도메인을 넣은 거다. (-.-);

– 주변 반응은 어떤가.

= 재미있어들 하신다. 친구들 가운데 신문기자도 여럿 있는데, 뭐랄까… 다들 마음이 무겁다고들 하더라. 잘 만들었다고 주변에서 연락주는 분들도 여럿이고. 아무튼 나도 재미있다.

– 뭐 하는 분인가.

= 당연히 개발자다.

– 페이스북에 ‘더 이상의 릴리즈는 없다’고 했다. 여기서 끝인가.

= 처음 만들 땐 기사를 모아서 보여주고, 어느 언론사가 가장 많이 선정적으로 제목을 달고 있나 통계를 내보자는 게 목표였다. 이제 그걸 다 했으니, 더는 릴리즈 계획이 없는 거다. 키워드를 더 추가하려 해도, 헤더에 자리도 없다. 당분간은 이대로 운영한다. 그 다음 단계는 저널리즘 비평 단계로 넘어가야겠지. 저보다는 언론계 계신 분들이….

– 마지막으로, 국내 언론사에 당부하고픈 말은.

= 데스크부터 현직 기자들까지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고민 좀 해보시길 바란다. 다른 나라에서 독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언론들이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시면 좋겠다.

인터뷰 | 이지영 기자

▲충격 고로케.

▲최근 가장 숨막히는 언론사는 티브이데일리다.

▲화면 크기에 따라 유연하게 바뀌는 반응형 웹디자인을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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