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엑시노스5 옥타’, 8코어 맞아?

삼성전자가 차세대 모바일 프로세서인 ‘엑시노스5 옥타’를 발표했다. ‘옥타코어’라는 명칭을 붙였다. 옥타는 8이라는 뜻으로, 프로세서 하나에 8개의 코어가 들어간다는 얘기다.

삼성전자는 새 프로세서가 기존의 엑시노스 4시리즈에 비해 2배 가량의 게임 성능, 전력은 최고 70%까지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엑시노스 프로세서를 진짜 옥타코어로 볼 수 있을지는 따져볼 일이다.

먼저 엑시노스5 프로세서가 어떻게 설계됐는지부터 살펴보자. 이 프로세서는 4개의 고성능 A15 코어와 4개의 저전력 A7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그러니 물리적으로는 8개 코어가 들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다른 아키텍처의 코어가 하나의 칩 안에 묶인 것을 옥타코어로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 프로세서의 성능이 높아진 것은 코어 개수보다 아키텍처 개선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현재 스마트폰에 쓰는 모바일 프로세서는 대부분 ARM이 설계한 코어텍스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그래픽, 메모리 혹은 모뎀을 하나의 칩으로 통합하는 시스템온칩(SoC) 형태를 띄고 있다. 여기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코어와 메모리 콘트롤러 설계를 ARM에서 라이선스하는 것인데 지금까지는 A9이 가장 인기도 있었고 속도도 빨랐다.

갤럭시노트2나 갤럭시S3에 들어가는 삼성 엑시노스4412를 비롯해 옵티머스G, 베가R3, 넥서스4의 퀄컴 스냅드래곤S4프로 역시 코어텍스A9을 기반으로 설계한 칩들이다. 올해는 칩 제조사들이 일제히 코어텍스A9를 A15로 바꾼다. A15는 성능을 많이 개선했다. ARM의 발표로는 약 2배 가량의 성능 향상 효과가 있다. 하지만 칩 제조사로서는 성능만큼 전력 소비량도 줄일 필요가 있다.

ARM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빅리틀 프로세싱 전략을 운용하고 있다. 고성능을 내는 A15 코어와 저전력의 A7 코어를 묶어서 패키징하는 방식이다. 작업에 프로세서 자원을 적당히 할당해 그래픽 렌더링이나 게임 등에서는 고성능 프로세서를, 웹브라우징이나 지도 검색 등 프로세서의 역할이 크지 않은 경우에는 저전력 프로세서를 작동시킨다. 특히 대기 상태에 들어갈 때는 저전력 프로세서로 바꾸면 전력을 더 아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고성능과 저전력 프로세서를 각각 2개씩 묶어 2+2로 설계하거나 고성능 프로세서만 4개 넣어 4+2, 이번 엑시노스5 옥타처럼 4+4로 조합하는 것도 가능하다.

ARM은 이 프로세서를 옥타코어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관여하지 않는다. 황광선 ARM코리아 과장은 “파트너들이 이름을 붙이는 것에 대해서는 따로 가인드라인이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라며 “제품 특성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각자의 이름을 달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럼 이 프로세서의 8개 코어는 동시에 작동할 수 있을까. 이는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ARM 빅리틀 기술의 기본은 내려진 명령을 처리하다가 무겁다고 느끼면 A15같은 빅 프로세서가 처리하고, 가볍다고 여기면 A7같은 저전력 프로세서로 넘겨주는 방식이다. 하나의 A15가 하나의 A7과 짝이 되어 일을 주고받으며 처리하는 것을 ‘마이그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이것보다 하나 더 높은 단계는 MP라고 부르는 기술이다. 각 프로세서들을 복합적으로 쓰는 것이다. 4+4 코어 중에서 필요에 따라 저전력 2개, 고성능 2개를 쓸 수도 있고 아주 높은 성능을 단숨에 끌어낸다면 8개 코어를 함께 쓰는 것도 가능하다.

이 두 가지 방식은 프로세서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 달려 있다. 엑시노스5에 MP 방식이 적용됐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ARM은 마이그레이션으로 처리하도록 나온 기기라고 해도 이후에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MP 방식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 이 프로세서는 스마트폰을 위한 것일까. 먼저 스마트폰용 칩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는 것이 큰 효과가 있는지부터 따져보자. 현재 ARM기반 프로세서들이 직접적으로 차지하는 전력 소모량은 그리 크지 않다. 당장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전력 소비량 통계를 봐도 드러난다.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소비하는 것은 프로세서가 아니라 디스플레이다. 정확히 숫자로 규정지을 수는 없지만 압도적으로 많다. 대기시에 A7로 코어를 바꿔 전력을 아낄 수는 있겠지만 그 효과는 사실 미미한 수준이다. 물론 조금이라도 더 배터리를 오래 쓰는 것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4+4로 코어를 넣어서 얻는 직접적인 효과보다 A15 프로세서 4개에 대해 스마트폰에서 느낄 수 있는 기대치가 더 크다.

이 프로세서는 저전력 서버에서 효과를 더 기대해볼 수 있다. ARM 프로세서를 쓴 저전력 서버 시스템에는 수천개의 프로세서가 집약된다. 이 수많은 프로세서에 일을 분산해서 처리하게 되는데, 필요에 따라 대기중에는 확실한 저전력 모드로, 일이 몰릴 때는 고성능 프로세서로, 혹은 8개 코어를 모두 돌릴 수도 있다. 더구나 칩 하나에 8개 코어가 들어가니 공간 효율도 기대할 수 있다. HP나 델 등이 올해 ARM 기반의 저전력 서버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도 프로세서의 집약도와 성능이 확연히 좋아지기 때문이다.

엑시노스5 옥타 프로세서는 갤럭시S4부터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A15 코어는 1.8GHz, A7 코어는 1.2GHz로 작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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