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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헌 의원 “게임 규제, 긴급조치 수준”

2013.01.13

전병헌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을 만나기 위해 1월11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을 찾았다. 전병헌 의원은 셧다운제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전병헌 의원은 현재 게임업계와 게임 규제에 어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응접실에 잠시 앉아 있는데, 사무실 문을 열고 한 무리의 학생들이 나왔다. 전병헌 의원과 만남을 끝내고 돌아가는 길이리라. 대학생 같아 보이기도 했고, 고등학생처럼 보이기도 했다. 전병헌 의원에게 누구냐고 물었더니 모 대학교 학보사의 대학생들이란다.

“학생들로부터 트위터로 먼저 연락이 왔어요. 현재 대학교 학생이자 학보사 학생 기자들인데, 꿈이 게임업체에서 일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헌데, 요즘 게임업계에 안 좋은 소식이 계속 들리니까 과연 옳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불안하다고 해서 의견을 나눌 겸 의원실로 초청한 겁니다.”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가 출범하기 무섭게 정부의 게임 규제가 한층 심해질 전망이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을 포함한 17명의 의원이 지난 8일,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이하 ‘예방 법률안’)’과 ‘인터넷 게임중독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치유 법률안’)’을 발의했다.

예방 법률안은 기존 셧다운제를 한층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을 대상으로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예방 법률안을 따르면, 셧다운제 적용 시간이 밤 10시부터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총 3시간 늘어난다.

치유 법률안은 게임 과몰입에 빠진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기금을 게임업체로부터 걷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치유 법률안을 따르면, 게임업체로부터 전체 게임업계 연 매출 1%에 해당하는 기금을 걷고, 이를 여성가족부가 관리해 치료 기금으로 쓴다는 내용이다. 2가지 법안 모두 게이머와 게임업계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전병헌 의원과 만남을 가진 대학생들은 바로 이 같은 게임업계 소식을 걱정하고 있었다. 게임 개발자가 꿈인데, 정부는 게임에 관해 쉴 새 없이 나쁜 콘텐츠라고 못 박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옳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게임업계로 진출하기로 한 마음이 흔들릴 일이다.

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 전문은 국회의안정보시스템 웹사이트를 방문하면 볼 수 있다.

전병헌 의원은 현재 국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게임 규제법에 관해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의원이다. 다른 의원들은 게임 규제법에 관심이 적다. 셧다운제나 모바일게임 셧다운제에 관한 토론회도 전병헌 의원실이 주도하고 있다. 게임에 관심 있는 대학생과 일반 게이머가 전병헌 의원의 트위터를 구독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전병헌 의원은 게임을 보는 잘못된 시각 때문에 오늘날 게임업계가 규제로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게임을 잘 모르는 이들이나 국회의원, 어른들이 게임에 ‘주홍글씨’를 씌우고, 청소년을 게임으로부터 격리하려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은 주로 그냥 아이들이나 청소년이 하는 분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대중매체와 비교해 봐도 게임에 관한 관심이 적죠. K-팝에 갖는 관심 중 10분의 1이라도 게임에 관심을 가지면, 게임에 관한 인식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 게임은 성인과 정치권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요.”

전병헌 의원은 특히 여성가족부가 게임에 관해 잘못된 인상을 심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가족부는 강제적 셧다운제를 운용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게임에 관한 잘못된 인식을 통해 법안을 만들고 있으니 어쩌면 오늘날 게임에 관한 규제가 지나치게 비합리적인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전병헌 의원은 “현재 게임에 관한 규제는 옛 유신 시대 긴급조치와 다름없다”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물론, 여성가족부나 정부의 잘못만은 아니다. 게임업계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자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돈을 벌기 위해 게임을 만들고, 게임과몰입 현상에 관해서는 나 몰라라 한다”는 비판이 게임업계에 끊이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게임업체가 매년 벌이고 있는 사회공헌활동도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다. 현재 국내 게임업계가 처한 상황을 제대로 돌파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때다.

“게임업계가 잔뜩 주눅이 들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요. 게임은 청소년을 망치는 주범, 혹은 마약과 비견되며 비난받아 왔으니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게임업계도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자정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산업계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필요합니다.”

전병헌 의원은 셧다운제의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입법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전병헌 의원은 “셧다운제가 실효성도 낮다고 판단하고 있고, 청소년에 관한 역차별 문제가 발생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라며 “만 16세 미만 셧다운제 적용 대상 청소년이라도 부모가 동의하면, 셧다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다른 방법을 고심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2012년, 국내 16세 미만 프로게이머 선수가 셧다운제 때문에 국제대회에 불참하는 웃지 못할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그 프로게이머 선수가 16세 미만이라는 점이 잘못일까. 혹은 셧다운제의 불합리함이 잘못일까. 보는 이에 따라 판단은 다르겠지만, 어쨌든 국내 프로게임 선수가 국제무대에서 망신을 당했던 사건으로 기록됐다.

전병헌 의원은 부모의 동의가 있으면 셧다운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포함해 몇 가지 대안을 추가할 예정이다. 전병헌 의원실이 전한 내용에 따르면, 늦어도 1월 말에는 개정안을 입법 발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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