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분석, 마법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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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빅데이터가 도대체 뭐야? 요즘 여기저기 나오는데 뭔지 모르겠어.”

빅데이터를 외치는 곳이 많다. 이젠 웹툰에서도 ‘빅데이터’ 관련 소재가 등장할 정도다. 곽백수 작가는 네이버웹툰에 1월14일자로 올린 ‘가우스전자‘편에서 빅데이터를 다루면서, 직장인들이 빅데이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간접적으로 다뤘다.

곽백수 작가가 빅데이터 전문가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그림으로 표현한, 빅데이터에 대한 인식에 주목하자. 곽 작가는 빅데이터에 대해 “보고서를 통과시켜주는 마법의 키워드”라며 “얼마전까지 보고서에 소셜 안붙으면 통과 안됐잖아요”라고 묘사했다. IT업계 관계자들이 최근 빅데이터 붐에 대해서 외치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 와닿는다.

▲’트라우마’로 잘 알려진 곽백수 작가는 현재 네이버에 ‘가우스전자‘ 웹툰을 연재 중이다. 그는 “평소의 IT쪽에 관심이 많았다”라며 “어렸을 때 컴퓨터 잡지를 읽는 등 컴퓨터 1세대로서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아 이를 가우스전자에 녹였다”라고 말했다.  이미지 출처_네이버웹툰

 요즘 여기저기서 빅데이터를 외치는 곳이 많다. 빅데이터 분석 효과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빅데이터는 21세기 원유로 미래 경쟁력의 열쇠’라고 주장하고, 미국, 영국 등 해외 정부기관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국민건강과 복지를 증진시킬 수 있다’라고 강조한다.

국내도 빅데이터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인다. 방송통신위원회나 한국인터넷진흥원 같은 정부기관은 빅데이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며 빅데이터 사업단과 포럼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IBM, 오라클 등 외산 업체도 빅데이터 시장에 뛰어들었다. 빅데이터를 위한 장비가 마련됐으니, 늦기 전에 도입하라고 고객들을 현혹한다. 마치 구입만 하면 빅데이터 분석이 저절로 이뤄질 것 같다.

빅데이터 분석 효과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빅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면 흐름을 읽어낼 수 있다. 보다 나은 서비스를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꼭 빅데이터를 분석해야만 앞서 언급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해 한국석유공사 ‘국내유가예보서비스’ 구축 사례를 취재한 적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SAS 수요예측 솔루션’을 도입해 국내 정유사와 주유소들의 판매가격을 예측하고 전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취재 당시만 해도 국내유가예보서비스는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 분석 솔루션을 결합한 흔한 구축 사례에 불과했다.

그러나 3개월 뒤 이 프로젝트는 빅데이터 분석 사례로 변신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안다. 한국석유공사가 국내유가예보서비스를 통해 분석하는 데이터양이 빅데이터가 아니며, 해당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일반 DW장비와 기업용 분석 솔루션을 도입했을 뿐이란 것을. 그러나 한국정보화진흥원과 빅데이터 전략연구센터, 각종 언론까지 국내유가예보서비스를 빅데이터 분석 또는 활용 사례라고 추켜세웠다.

빅데이터는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의 연장선에 있는 개념이다. 기존 장비로는 처리하기 힘들었던 대용량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 트렌드를 일컫는다. 빅데이터는 데이터 종류를 말하는 게 아니다. 과거에도 슈퍼컴퓨터처럼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이 있었다. 빅데이터는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지는 않지만 효과적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데이터 분석이 빅데이터 분석 사례로 둔갑해 알려지기 시작한 건 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이런 게 주기적으로 있잖아요. 글로벌, 웹2.0 같이 한참 떠들썩했던 비즈니스 트렌드 용어.” “맞아 맞아, 그거 모르면 큰일나는 것처럼 떠들썩했다가 금세 가라 앉는 거.” “빅데이터란 용어도 시간이 지나면 그냥 리서치중 하나로 자리잡겠죠.”

가우스전자가 국내 이런 실정을 꼬집었다. 빅데이터가 여기저기서 나오지만 이전부터 어느정도 활용해오던 것들이고 기존 정보분석 방식과 다른면이 없다고. 이전에는 딱히 이를 지칭하는 용어가 없었는데, 빅데이터라고 이름 붙이니 사람들이 더 주목하지 않냐고.

그렇다. 빅데이터 등장 이전에도 시대를 풍미하는 IT용어는 참 많았다. 최근 부쩍 등장 빈도가 줄어든 소셜분석부터 시작해, 엔터프라이즈2.0, SOA 등이 그렇다. 지금 시장에 유행하는 빅데이터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지 않을까.

지난해 IBM이 아모레퍼시픽과 손잡고 발표한 고객의 속마음을 꿰둟는 개인 맞춤 서비스를 살펴보자. IBM은 아모레퍼시픽이 활성고객의 흔적들을 모으기 시작하는 과정에서 쌓은 데이터 양이 엄청나다며 이를 빅데이터라고 불렀다. 해당 프로젝트를 지켜본 아모레퍼시픽 한 관계자는 “빅데이터 분석이 아닌 고객관계관리(CRM)을 더 심도있게 진행했을 뿐”이라며 “아모레는 CRM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중”이라고 설명했다.

CRM이 순식간에 빅데이터란 날개를 달면서 주목해야 할 프로젝트가 됐다. 이 관계자는 “국내 빅데이터 업체들이 성과 내기에 급급해 CRM분석을 빅데이터 분석으로 포장하는 데 열을 올린다”라고 말했다. 기업 내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불리는 프로젝트들이 과연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데이터분석인지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빅데이터는 데이터 활용법 가운데 하나다. 다만 과거와 달리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론일 뿐이다. 얼씨구나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자사가 빅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지, 도입하는 장비가 빅데이터 플랫폼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선행돼야 한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 과정을 부정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빅데이터를 보다 제대로 바라볼 필요가 있단 얘기다.

지난해 교보문고는 전자책 시장에 진출하면서 시장분석을 할 때 소위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알려진 소셜분석을 시도했다. 시장에 대한 흐름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이뤄질 줄 알고 선택했다. 그러나 결과는 일반 시장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권영길 그루터 대표는 “국내 기업은 빅데이터에 대한 개념부터 다시금 차근히 따질 필요가 있다”라며 “기존처럼 값비싼 돈을 주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빅데이터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은 바 있다.

빅데이터는 없는 산업을 만들어주는 마법의 단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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