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니퍼(Juniper)라는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있다. 이 업체가 최근 운영체제 이야기를 자주한다. 지치지도 않는다.PC나 서버에서나 강조되는 운영체제를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눈에 보이는 네트워크 장비는 소위 ‘박스’로 불리지만 그 박스가 살아 숨쉬는 것은 바로 운영체제 때문이다.
주니퍼는 라우터 업체였다. 그 후 2004년 넷스크린이라는 보안 어플라이언스 업체를 인수하면서 파이어월, 가상사설망(VPN)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라우터 시장에 뛰어든지 12년이 지나 스위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무선 분야를 제외하고 유선 분야의 모든 네트워크 장비를 보유하게 된 것.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스마트폰 운영체제가 얼마나 많은 제조사들에게 채택되느냐에 따라 그 성패가 좌우된다. 이렇듯 주니퍼도 비록 자사의 장비지만 라우터, 스위치, 보안 장비에 이르기까지 동일한 운영체제를 제공하면서 시장 입지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 장비가 많아지면서 운영체제의 영향력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주니퍼 김성로 이사는 “주노스라는 운영체제가 라우터, 스위치, 보안 장비에 모두 탑재되면서 주니퍼의 경쟁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왜 그럴까? 김성로 이사의 설명을 더 들어보자.
그는 “라우터 한 장비만 보유했을 때는 운영체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했지만 스위치와 보안 장비에 동일한 운영체제가 탑재되면서 라우터 관리자가 별도의 교육 없이도 스위치와 보안 장비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관리 비용을 대폭 절감시킬 수 있으며 네트워크도 단순화 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이사는 “스위치를 출시하면 보통 별도의 교육이 필요한데,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스위치를 다룰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그렇지만 주니퍼는 네트워크 단순화를 강조하면서 단일 운영체제에 대해서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잠시 주니퍼의 그간 행적을 좀 돌아보자. 라우터는 어떤 신호가 가고자 하는 목적지 주소를 파악해 거미줄처럼 엮여 있는 인터넷 망을 타고 그 목적지까지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비다. KT의 서울 혜화전화국에 국내 신호를 해외로 보내는 관문이 있는데 이런 곳에 아주 큰 용량의 라우터가 자리잡고 있다. 물론 다른 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네트워크 업계 거인인 시스코는 바로 이런 라우터와 스위치를 발판으로 시장을 석권했다. 지금은 네트워크 업체임을 탈피하고 싶어 분주하지만.
시스코는 IOS라는 운영체제를 장비에 탑재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는데 주니퍼는 한발 더 나아가 특정한 기능들은 빨리 처리할 수 있도록 ASIC에 넣었다. CPU가 처리해야 될 사항을 별도의 칩을 통해 처리하니 당연히 빠를 수밖에 없었다. 전세계 인터넷 인프라가 구축되고 이용자들이 급증하면서 이런 장비를 도입해 서비스했던 통신사들은 당연히 쌍수를 들어 환영했다. 시스코와 주니퍼가 백본 라우터 시장을 놓고 장군멍군 하면서 장비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가면 나갈수록 이는 고스란히 고객들에게 이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라우터는 시장이 한정돼 있다. 정작 승부는 스위치 시장에서 일어난다. 스위치는 물론 빠른 성능이 좋긴 하지만 기업 내부에 적용된 수많은 업무용 시스템들과 연동되면서 많은 기능이 들어가야 한다. 시스코가 라우터 분야에서 승기를 잡은 것도 사실이지만 정작 치열한 경쟁자였던 3Com이 백본 스위치 시장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한 이유가 결정적이였다. 그 배경에는 시스코의 카탈리스트 6500 제품이라는 걸출한 명품이 자리 잡고 있다.
시스코는 보안이나 애플리케이션 처리, xml 가속 기능,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기능 등을 카탈리스트 제품에 모듈을 장착하는 형태로 시장에 접근했다. 전용 장비가 나오더라도 네트워크 관리의 복잡도와 운영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하면서 이미 사용하고 있는 백본 스위치에 파이어월이나 애플리케이션 딜리버리, 분산서비스거부 공격 방어용 모듈 등을 꽂도록 유도했고, 이런 것들이 고객에게 먹혔다.
이런 상황에서 주니퍼의 행보는 항상 네트워크 업계는 물론 고객들에게도 관심거리였다. 라우터를 잘 만들고 있는 주니퍼가 왜 스위치 시장은 진출하지 않을까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호시탐탐 스위치 시장을 엿보던 주니퍼는 라우터 시장에 진출한지 12년만에 스위치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드명 허리케인으로 불렸던 스위치 제품군들은 Ex 시리즈로 명명됐고, 용도에 따라 3200, 4200, 8200 제품으로 탄생됐다. 에지 스위치부터 백본 스위치까지 모든 라인업을 갖추게 된 것.
주니퍼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갔다. 2004년 인수했던 어플라이언스 보안 업체인 넷스크린의 장비에 ‘주노스’라는 운영체제를 탑재한 것이다. 물론 주니퍼는 기존 넷스크린 장비에 익숙한 고객들을 겨냥해 기존 운영체제가 탑재된 장비도 계속 선보이고 있지만 서비스 프로바이더들을 겨냥, 주노스 운영체제에 익숙한 관리자들이 보안 장비까지 손쉽게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3월에는 스트라투스 프로젝트(Stratus Project)’로 명명된 단일 데이터센터 패브릭도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은 데이터센터의 규모와 성능, 단순성을 개선하면서 전체적으로 통합되고 가상화된 데이터센터 환경을 지원하는 데 필요한 유연성을 제공한다는 목표 아래 발의됐다. 스트라투스 프로젝트는 주니퍼 네트웍스 ‘데이터센터 비즈니스 그룹’이 진행하고 있으며, 썬마이크로시스템 출신의 데이비드 옌(David Yen) 부사장이 전체 프로젝트를 지휘하고 있다.
주니퍼의 주장은 한마디로 기존 네트워크 업체들이 고객들의 네트워크 단순화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성능과 기능을 양보할 수 없는 고객들 입장을 네트워크 장비들이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결과 네트워크의 복잡도는 그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단일 업체의 장비를 사용하지만 서로 다른 제품 버전으로 인해 오히려 고객들이 관리에 어려움을 겪어 왔고, 말만 단일 OS지 라우터나 스위치, 보안 장비, 무선 제품 등에 특화된 기능들을 넣어 각 분야의 해당 인력들이 다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주니퍼는 이런 문제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시장조사 기관인 포레스터컨설팅(Forrester Consulting)에 의뢰해 ‘단일 네트워크 OS: 운영효율성과 유연성 최대화’라는 자료를 발표했다. 그 내용 중 잠시 아래 표를 잠시 살펴보자.
기업들은 시스템 정리 통합과 가상화, 기존 네트워크 투자 최적화, 네트워크와 데이터센터 운영비용 감소, 자사의 네트워크 OS를 통한 보다 많은 이익 창출, 기존 인프라 확장, 혁신에 보다 많은 자원 시간 할당, 기존 시스템 유지 관리 분야에 대해 그 중요성을 열거했다.
하지만 네트워크 트래픽이 너무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처가 쉽지 않다. 거기에 SaaS(Software as a Service), 비디오와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으로 인해 더더욱 빠른 네트워크 인프라가 필요해지고 있다. 1기가바이트의 네트워크 트래픽이 5년도 채 안돼 10기가비트로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는 조사들은 네트워크 인프라의 빠른 대처를 요구하는 대목이다.
이 상황에서 서로 다른 장비들을 엮어 사용하다간 이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는 것이 주니퍼를 비롯한 다양한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의 주장이다. 특히 네트워크 운영 중 절반이 라우터와 스위치 관리로 관리 시간의 거의 50%에 해당한다.
주니퍼의 이런 주장들의 주 타깃은 경쟁 업체인 시스코다. 주니퍼측은 시스코가 IOS라는 운영체제를 보유하고 있지만 라우터나 스위치, 보안 관리자를 별도로 둬야하고, 최근 새로운 장비를 만들면서 말이 IOS지 전혀 다른 제품과 같다고 혹평하고 나섰다.
주니퍼의 주장은 이미 고객들도 체감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업을 펼쳐 나갈지가 관건이다.
이런 주장들이 시장에 100% 반영된 것은 아니겠지만 주니퍼에게 유리한 시장 상황이 도래하고 있다. 원인 제공자는 역시 시스코다. 시스코는 네트워크 업계에서 탈피, 협업 솔루션과 통합커뮤니케이션 업체로 변화하고 있다. 최근엔 블레이드 서버 시장에도 뛰어들면서 전통적인 우군이었던 IBM과 HP의 텃밭까지 노리고 있다. 일대 혈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
네트워크 전문 업체들과는 이제 노는 물이 다른 시스코가 됐지만 서버 시장 진출을 선언한 순간 IBM과 HP가 브로케이드, 주니퍼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나섰다. 특히 IBM은 시스코 제품을 OEM해서 고객에게 제공해 왔는데 최근 브로케이드 장비를 OEM하겠다고 선언했고, 주니퍼와도 OEM 계약에 대한 협력을 단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코는 경쟁은 피할 수 없게 됐다는 입장이지만 최고의 우군이 경쟁사와 함께 자신의 텃밭으로 진군하겠다고 밝혀 수성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한다. 블레이드 시장 진출 못지않게 네트워크 시장 방어가 더 시급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업체들의 변신은 무죄지만 주니퍼는 당분간 네트워크 분야에서 입지를 확대하는데 혼신의 힘을 쏟을 태세다. 라우터 분야나 보안 어플라이언스 분야에서 시스코와 맞대결해 확실한 지분을 확보한 것처럼 스위치 시장에서도 성능과 관리 편의성으로 시스코의 약점을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시스코의 블레이드 서버 시장 진출로 든든한 파트너들도 손쉽게 얻게 됐다.
탈 네트워크를 선언한 시스코의 발목을 주니퍼가 운영체제와 고성능의 장비, 든든한 파트너로 주저앉힐지 흥미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관련 기사 :






![[블로터포럼] e러닝, 학습 관리로 나가야](http://www.bloter.net/files/2012/02/120212-bloter.jpg)
















![[블로터TV 테크포럼]⑥빅데이터란 무엇인가](http://www.bloter.net/files/2012/02/blotertvtf-bigdata1.jpg)
![[블로터TV] 얼굴이꽉찬방송 ⑭전자지갑 전성시대](http://www.bloter.net/files/2012/02/120203-big-face-500x333.jpg)





![[새싹] ⓛ장선진 소프트웨어인라이프 대표](http://www.bloter.net/files/2012/02/softwareinlifeceo120210.jpg)





